仲秋望日 詠退之一年明月今宵多爲韻 成七絶
중추망일 영퇴지일년명월금소다위운 성칠절 安鼎福 안정복
팔월 보름날 한퇴지의 일년명월금소다의 시구를 운으로 하여 절구 일곱 수를 읊다
節序臨高秋 절서림고추
계절이 바뀌어 깊은 가을이 되니
西風吹慄慄 서풍취률률
가을바람이 차갑게 불어오는구나
桂魄推上山 계백추상산
계백이 산 위로 둥실 떠오르니
頓覺精神一 돈각정신일
갑자기 정신이 하나 됨을 느꼈네
玉露飛丹闕 옥로비단궐
붉은 궁궐에 맑은 이슬이 내리고
金丸走素天 금환주소천
맑은 하늘을 보름달이 달리는구나
可憐今夜興 가련금야흥
사랑스러운 오늘밤의 이 흥취가
歲歲又年年 歲歲又年年
해마다 해 마다 되풀이되었으면
峽中秋氣滿 협중추기만
산골짝에 가을 기운이 가득하니
山月十分淸 산월십분청
산 위의 달이 유난히도 맑구나
玉斧何年琢 옥부하년탁
어느 해에 옥도끼로 다듬었는지
金精此夜明 금정차야명
가을 달빛이 이 밤을 밝히는구나
萬壑風聲緊 만학풍성긴
온 골짜기마다 바람소리가 세차고
千峰雪色滑 천봉설색활
봉우리마다 쌓인 눈이 미끄럽구나
一雙何處鴈 일쌍하처안
기러기 한 쌍이 어디서 날아와서
相對舞溪月 상대무계월
계곡에 잠긴 달 마주하고 춤추네
霽月當空白 제월당공백
비 개인 후 달이 하늘에서 밝고
連天冷氣侵 연천냉기침
찬 기운이 침입해 하늘에 닿았네
淸光來幾世 청광래기세
맑은 빛은 어느 때부터 있었을까
聞道古如今 문도고여금
옛날에도 지금처럼 있었다고 하네
桂魄流依舊 계백류의구
달은 옛날처럼 변함없이 떠가는데
天香何處飄 천향하처표
이 좋은 향기는 어디서 오는 걸까
乘槎欲一問 승사욕일문
뗏목 타고 은하를 찾아 가려하니
先鶴唳淸宵 선학려청소
맑은 이 밤에 앞선 학이 우는구나
對月時傾酒 대월시경주
달을 볼 때는 술잔을 기울이고
吟詩且狂歌 음시차광가
시를 읊고 미친 듯 노래도 하네
世間靑紫客 세간청자객
이 세상의 고관대작들 가운데서
較此不爲多 교차불위다
이에 비해 나은 사람 많지 않네
※退之(퇴지) : 중국 당대(唐代)의 문인(文人)으로 당송 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인 한유(韓愈), 창려선생(昌黎先生)이라 불리며 자(字)는 퇴지(退之)이다.
※桂魄(계백) : 달 속에 계수나무가 있다는 설화에 의거하여 달의 미칭(美稱)으로 쓰임.
※丹闕(단궐) : 붉은 칠을 한 선인이 사는 궁궐.
※玉斧(옥부) : 옥부수월(玉斧修月)에서 온 말로 옥도끼란 뜻. 당나라 때 정인본(鄭仁本)이 숭산(嵩山)에 놀러 갔다가, 보자기를 베고 자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가 말하기를 ‘그대는 저 달이 칠보로 만들어진 것을 아는가. 항상 팔만 이천 호가 그것을 수리하는데, 내가 바로 그중의 한 사람이다. [君知月乃七寶合成乎……常有八萬二千戶修之 予卽一數]’라고 하며 보자기를 열어 보이는데, 그 속에 옥도끼[玉斧] 몇 자루가 들어 있더라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乘槎欲一問(승사욕일문) : 승사욕문천손사(乘槎欲問天孫梭)에서 인용한 말로 은하를 찾아 간다는 의미이다.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한(漢) 나라 때 장건(張騫)이 한 무제(漢武帝)의 명으로 뗏목을 타고 황하를 거슬러 올라가다가 은하에 도달해 견우직녀를 만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천손(天孫)은 상제(上帝)의 손녀인 직녀(織女)를 말한다.
※靑紫客(청자객) : 고관대작(高官大爵)을 말한다. 한(漢) 나라 제도에, 공후(公侯)의 인수(印綬)는 자색(紫色)을, 구경(九卿)의 인수(印綬)는 청색(靑色)을 쓰게 한 데서 유래한다.
*안정복(安鼎福,1712~1791) : 조선후기 치통도, 동사강목, 천학문답 등을 저술한 학자. 실학자. 자는 백순(百順), 호는 순암(順庵) 한산병은(漢山病隱) 우이자(虞夷子) 상헌(橡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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