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中秋 寄李正郞 種學 (중추 기이정랑 종학) - 權近 (권근)

-수헌- 2023. 9. 25. 16:10

中秋 寄李正郞 種學 二首   중추 기이정랑 종학 이수     權近 권근  

중추에 이 정랑 종학에게 부친 두 수

 

明月照天宇 명월조천우

밝은 달빛이 하늘 전체를 비치더니

餘輝入我床 여휘입아상

남은 빛이 내 침상에 들어오는구나

樹間驚鵲夢 수간경작몽

숲 속에서 꿈을 꾸던 까치가 놀래고

草際暗螢光 초제암형광

풀 사이의 반딧불 빛이 무색하구나

玉露洗空淨 옥로세공정

맑은 이슬이 하늘을 깨끗이 씻어내고

金風吹夜凉 금풍취야량

밤에는 가을바람이 불어 서늘하구나

廣寒如可到 광한여가도

광한궁에 이르러 갈 수만 있다면

欲拂桂枝香 욕불계지향

계수나무 가지 향을 떨치고 싶네

 

玉斧修成後 옥부수성후

옥도끼로 닦아서 만들어내니

氷輪輾上初 빙륜전상초

빙륜이 굴러서 올라오기 시작하네

白光舖地遠 백광포지원

밝은 빛을 땅 위에 멀리 펼쳐서

淸影滿林踈 청영만림소

성근 숲에 맑은 그림자가 가득하네

淅淅風生樹 석석풍생수

나무에 바람이 살랑살랑 일어나고

凄凄露濕裾 처처로습거

이슬이 옷자락을 적시니 쓸쓸하네

仲文才思妙 중문재사묘

중문의 재주와 생각이 절묘하다니

佳句復何如 가구부하여

아름다운 글귀는 또 어떠할까

 

※李正郞(이정랑) : 고려후기 우대언, 첨서밀직사사, 동지공거 등을 역임한 이종학(李種學,1361~1392). 자는 중문(仲文), 호는 인재(麟齋). 이곡(李穀)의 손자이며, 이색(李穡)의 둘째 아들이다.

 

※玉斧(옥부) : 옥부수월(玉斧修月)에서 온 말로 옥도끼란 뜻. 당나라 때 정인본(鄭仁本)이 숭산(嵩山)에 놀러 갔다가, 보자기를 베고 자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가 말하기를 ‘그대는 저 달이 칠보로 만들어진 것을 아는가. 항상 팔만 이천 호가 그것을 수리하는데, 내가 바로 그중의 한 사람이다. [君知月乃七寶合成乎……常有八萬二千戶修之 予卽一數]’라고 하며 보자기를 열어 보이는데, 그 속에 옥도끼[玉斧] 몇 자루가 들어 있더라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氷輪(빙륜) : 얼음 바퀴라는 뜻이나 달의 이칭으로 쓰인다. 소식(蘇軾)의 시에도 ‘설봉의 이지러진 곳에 빙륜이 오른다.[雪峯缺處上氷輪]’ 라는 구절이 있다.

 

※仲文(중문) : 이종학(李鍾學)의 자(字)이다.

 

*권근(權近,1352~1409) : 조선전기 중추원사, 정당문학, 대사헌 등을 역임한 문신. 학자. 초명은 권진(權晉), 자는 가원(可遠)·사숙(思叔), 호는 양촌(陽村) 소오자(小烏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