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仲秋十四夜 (중추십사야) - 成俔 (성현)

-수헌- 2023. 9. 28. 10:42

仲秋十四夜 月明如晝 擁衾彈琴   중추십사야 월명여주 옹금탄금     成俔   성현  

8월 14일 밤 달이 대낮처럼 밝기에 이불을 둘러쓰고 있다가 거문고를 타다

 

長空湛如掃 장공담여소

높고 먼 하늘이 쓸어낸 듯 맑은데

月出東來遲 월출동래지

동쪽에서 달이 천천히 떠오르네

娟娟白玉鏡 연연백옥경

하이얀 옥거울처럼 고운 모습으로

隱映淸揚枝 은영청양지

맑은 빛을 가지에 은은하게 비치네

夜久群動息 야구군동식

밤이 깊어 움직이는 무리는 잠들고

蟋蟀鳴前墀 실솔명전지

귀뚜라미만 섬돌에서 울어 대는데

擁衾悄無寐 옹금초무매

이불 끼고 시름겨워 잠 못 들다가

攘腕撫桐絲 양완무동사

팔을 걷고 거문고를 어루만지네

彈作離鸞操 탄작이란조

거문고 잡고 이란곡을 연주하니

和以玲瓏辭 화이영롱사

영롱한 소리로써 화답하는구나

玲瓏歌且苦 영롱가차고

영롱한 노랫소리 또한 괴로워서

掩抑聲聲悲 엄억성성비

소리마다 슬픔을 억누르는구나

佳會自蹭蹬 가회자층등

좋은 만남은 절로 이루기 어려워

人事多參差 인사다참차

사람 일은 어긋나는 때가 많구나

澆愁有良策 요수유량책

시름을 더는 좋은 방책이 있으니

且復進酒巵 차부진주치

장차 다시 술잔 앞에 나아감이네

 

※離鸞(이란) : 한나라 때의 거문고 곡[琴曲]의 이름. 남녀의 이별을 비유하는 데 흔히 쓰인다고 한다.

 

※蹭蹬(층등) : 발을 잘못 디뎌 길을 잃음. 본디 험해서 다니기 어려움을 나타내는 말

 

*성현(成俔,1439~1504) : 조선 전기 허백당집, 악학궤범, 용재총화 등을 저술한 학자. 자는 경숙(磬叔), 호는 용재(慵齋) 부휴자(浮休子) 허백당(虛白堂) 국오(菊塢). 시호는 문대(文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