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無名子(尹愭)의 記故事

社日記故事 (사일기고사) - 尹愭 (윤기)

-수헌- 2023. 3. 17. 11:08

산업화된 현대사회에서는 잊혀진 날이지만 농경사회였던 예전에는 사일(社日)이라 하여 토지신(土地神)에게 제사를 지내는 날이 있었다. 봄가을로 두 번의 사일(社日)을 두고 사단(社壇)에 제사를 지내는데, 입춘(立春)이 지난 뒤 다섯 번째 무일(戊日)을 춘사일(春社日)이라 하여 풍년을 기원하는 뜻에서, 입추(立秋)가 지난 뒤의 다섯 번째 무일(戊日)을 추사일(秋社日)로 하여 풍성한 수확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지신(地神)과 농신(農神)에게 제사(祭祀)를 지냈다. 사일(社日)은 각 입춘과 입추가 지난 뒤 다섯 번째 무일이므로 자연히 춘분과 추분 즈음에 들게 되며, 춘분과 추분을 지난 뒤의 첫 무자일(戊子日)로 사일을 삼기도 하였다. 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는 춘사일(春社日)을 중심으로 사일기고사(社日記故事)를 지었다. 올해는 춘사일이 3월 21일(戊寅;무인)로 춘분과 겹친다.

社日記故事 사일기고사      尹愭 윤기

사일의 고사를 적다

 

社爲后土左於宮¹ 사위후토좌어궁

토지 신을 위한 사단을 궁 왼쪽에 세우고

下及鄕村祭祀同 하급향촌제사동

아래로는 시골마을까지 함께 제사 지내네

元日命民徵月令² 원일명민징월령

길일에 민사를 명한 것은 월령에서 밝히고

共工有子驗風通³ 공공유자험풍통

공공의 아들 일은 풍속통에서 볼 수 있네

時維戊吉經分擇⁴⁾ 시유무길경분택

경서에서 무일을 길일로 가려서 택하여서

配以稷神設壝崇⁵⁾ 배이직신설유숭

곡식 신을 배향하여 제단을 높이 세웠네

春詠載芟祈歲事⁶⁾ 춘영재삼기세사

봄에 한해 농사를 기원하며 재삼을 읊고

秋歌良耜報年功⁷⁾ 추가량사보년공

가을에 양사를 노래하여 풍년에 보답하네

栢松栗異三王制⁸⁾ 백송률이삼왕제

삼왕의 제도가 백 송 율로 서로 달랐고

午未酉殊後世風⁹⁾ 오미유수후세풍

오일 미일 유일로 후세의 풍속도 달랐네

傳誦曰修兼曰柱¹⁰⁾ 전송왈수겸왈주

전해오는 말에 수와 아울러 주를 말하며

敬尊稱母更稱公 경존칭모경칭공

공경하여 사모나 사공이라 고쳐 불렀네

秦祠何意同禳狗¹¹ 진사하의동양구

진나라가 양구와 함께 한 제사는 무슨 뜻이며

晉禮偏行始振蟲¹² 진례편행시진충

진나라 예가 행하니 벌레가 비로소 움직이네

五色土宜封建遍¹³ 오색토의봉건편

두루 봉건 할 때는 마땅히 오색 흙으로 하고

九州覇想惠波洪¹⁴⁾ 구주패상혜파홍

구주의 패자로 널리 은혜 미칠 것 생각했네

雞豚里閈歡騰洛 계돈리한환등락

닭과 돼지 잡아 시골에서도 서울처럼 즐겼고

羊彘枌楡禱繼豐¹⁵⁾ 양체분유도계풍

양과 돼지로 분유에 제사 지내 풍년을 빌었네

方朔詼諧言可取¹⁶⁾ 방삭회해언가취

동방삭의 익살스러운 이야기는 들을 만하고

陳平均宰志還雄¹ 진평균재지환웅

진평이 고기를 고르게 나눈 뜻이 웅대하구나

殺豬據律張司錄¹⁸⁾ 살저거률장사록

장사록은 법률에 따라서 돼지를 죽였고

罷燕悽鄰魏孝童¹⁹⁾ 파연처린위효동

위나라 효동은 이웃을 슬프게 해 잔치 파했네

餻飯盡歸諸貴院 고반진귀제귀원

떡과 음식은 모두 귀척의 관원에게 돌아가고

葫蘆競遺外甥叢²⁰⁾ 호로경유외생총

호리병 술은 다투어 사위들에게 전해주었네

戱庭婦女停針線²¹ 희정부녀정침선

부녀자들은 바느질을 쉬고 마당에서 노닐고

闘草兒孫亂綠紅 투초아손란록홍

아이들 풀싸움으로 풀이 울긋불긋 어지럽네

誰道眼開花壓帽²² 수도안개화압모

누가 말 했던가 눈 뜨자 꽃이 모자를 누르니

已敎心喜酒治聾²² 이교심희주치롱

마음이 기뻐서 귀밝이술을 마시게 했노라고

載車舁甕賓斯盛 재차여옹빈사성

수레에 실어온 술동이 날라 손님들께 차리고

下瓦傳神俗轉工²³ 하와전신속전공

기와 깨뜨려 점치는 풍속도 공교로워지네

學士齋宮詩自笑²⁴⁾ 학사재궁시자소

학사는 재궁에서 시 읽으며 스스로 웃었고

拾遺田舍興難窮²⁵⁾ 습유전사흥난궁

습유는 시골집에서 무한한 흥을 일으켰네

和風暗蘂知花信²⁶⁾ 화풍암예지화신

그윽이 꽃에 부는 따스한 바람은 화신풍이고

靈雨新泉識社翁²⁷⁾ 영우신천식사옹

샘에 새로이 내리는 신령한 비는 사옹우라네

豶豕白醪吟蕩蕩²⁸⁾ 분시백료음탕탕

돼지 삶고 막걸리 익으니 호탕하게 시를 읊으니

布衫紫領句渢渢² 포삼자령구풍풍

베적삼 입고 자령건 썼다는 시구가 아름답구나

娛神急鼓楓林下³⁰⁾ 오신급고풍림하

단풍 숲에서 북을 빨리 쳐서 신을 즐겁게 하고

扶醉斜陽柘影中³¹ 부취사양자영중

석양의 뽕나무 그림자 속에 취하여 부축해 가네

百祀九農功又德³² 백사구농공우덕

구농에게 온갖 제사 올려 공과 덕을 치하하니

夾鍾南呂始還終³³ 협종남려시환종

협종에서 시작하고 남려에서 끝을 맺네

笑聲渾繞千尋櫟³⁴⁾ 소성혼요천심력

웃음소리가 천 길의 상수리나무를 온통 휘감고

涕淚偏憐北塞鴻³⁵⁾ 체루편련북새홍

북쪽으로 가는 기러기가 가련하여 눈물 흘리네

㹠柵雞棲村氣象³⁶⁾ 돈책계서촌기상

돼지우리와 닭장은 농촌의 기운 찬 모습이니

麥苗桑葚化煕隆³⁶⁾ 맥묘상심화희륭

보리 싹 뽕나무 오디에도 덕화가 크게 빛나네

他時騎竹今朝老 타시기죽금조로

그 옛날 죽마 타던 소년이 지금 늙은이 되어

一笑盍簪萬事空 일소합잠만사공

함께 모여서 같이 웃으니 만사가 공허하구나

社日如今無社甕³⁷⁾ 사일여금무사옹

사일에도 이제는 사옹이 없으니

古風那復見吾東 고풍나부견오동

옛 풍속을 동방에서 어찌 다시 볼 수 있으랴

 

※社爲后土左於宮(사위후토좌어궁)¹ : 후토(后土)는 토지신을 말하며, 사단(社壇)은 토지신에 제사 지내는 곳으로 경복궁의 왼쪽인 서쪽에 있으며, 조상에게 제사 지내는 종묘(宗廟)는 궁의 오른쪽인 동쪽에 있다.

 

※元日命民徵月令(원일명민징월령)² : 원일(元日) 설날을 말하지만 길일(吉日)이라는 뜻도 있다. 예기(禮記) 월령(月令)에 ‘길일을 택하여 민사를 명한다.〔擇元日命民社〕’ 하였는데, 민사를 명했다는 것은 민간에 사(社)를 세워 제사 지내게 했다는 뜻이다.

 

※共工有子驗風通(공공유자험풍통)³ : 풍속통(風俗通)에 의하면 공공의 아들 수(修)는 멀리 유람하기를 좋아하여 배와 수레가 다닐 수 있고 발걸음이 닿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두루 유람하지 않은 곳이 없었으므로, 그를 사신(社神)으로 모셔 제사를 받들었다고 한다. <風俗通>

 

※時維戊吉經分擇(시유무길경분택)⁴⁾ : 예기(禮記) 월령(月令)에 ‘길일을 택하여 민사를 명한다.〔擇元日命民社〕’ 하였고, 이 구절의 주(注)에 ‘농사가 시작되는 철이기 때문에 제사를 지내 풍년을 기원하는 것이다. 길일은 춘분 전후의 무일을 말한다.〔爲春事興 故祭之以祈農事 謂近春分前後戊日〕’ 하였다.

 

※稷神(직신)⁵⁾ : 직신(稷神)은 곡식 신을 말한다. 사단(社壇)과 함께 옆에 직단(稷檀)을 설치하여 사직단(社稷壇)을 만들어 함께 제사를 지냈다는 의미이다.

 

※春詠載芟祈歲事(춘영재삼기세사)⁶⁾ : 재삼(載芟)은 잡초를 제거하는 것을 뜻한다. 시경 주송(周頌) 재삼(載芟)에 ‘풀을 베고 나무를 벤 뒤에, 밭갈이를 하니 흙이 잘 풀어지네.〔載芟載柞 其耕澤澤〕’라고 한 것을 말한다.

 

※秋歌良耜報年功(추가량사보년공)⁷⁾ : 시경 주송 양사(良耜)에 ‘예리한 쟁기로, 비로소 남녘 밭을 갈고 백곡의 씨를 뿌리니, 열매가 맺혀 나오네. 싹싹 곡식을 베어서, 빽빽하게 쌓아 올리니 성벽처럼 높고, 빗처럼 빽빽하니, 집집마다 문을 열었네. 〔畟畟良耜 俶載南畝 播厥百穀 實函斯活 穫之挃挃 積之栗栗 其崇如墉 其比如櫛 以開百室〕’라고 한 것을 말한다.

 

※栢松栗異三王制(백송률이삼왕제)⁸⁾ : 노 애공(魯哀公)이 공자(孔子)의 제자 재아(宰我)에게 사(社)에 대해 묻자, 재아가 하후씨(夏后氏)는 소나무를 심었고, 은(殷) 나라 사람은 측백나무를 심고 주(周) 나라 사람은 밤나무를 심었다고 대답하였다. 즉 하 은 주 삼대가 각각 다른 나무를 신목(神木)으로 사단에 심었던 것을 말한다. <論語 八佾>

 

※午未酉殊後世風(오미유수후세풍)⁹⁾ : 진(晉) 나라 혜함(嵇含)의 사부서(社賦序)에 ‘사(社)가 세상에 있은 지 오래되어 천자에서 서인까지 누구나 다 받든다. 한(漢) 나라는 병오일을 택하여 제사 지내고, 위(魏) 나라는 정미일을 택하여 제사 지내고, 진나라에서는 맹월(孟月)의 유일(酉日)에 사에 제사 지냈다.’ 하였다. <古今事文類聚> 맹월(孟月)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 계절이 각각 시작하는 달로 음력 1월 4월 7월 10월을 말한다.

 

※傳誦曰修兼曰柱(전송왈수겸왈주)¹⁰⁾ : 사직 신은 앞의 주 ³에서와 같이 공공(共工)의 아들 수(修)를 사신(社神)으로 모셨고, 여산씨(厲山氏)의 아들 주(柱)를 아울러 직신(稷神)으로 모셨다는 뜻이다. 예기(禮記) 제법(祭法)에 ‘여산씨(厲山氏)가 천하를 소유했을 때, 그 아들 농(農)이 백곡을 심었다.〔厲山氏之有天下也 其子曰農 能殖百穀〕’ 하였는데, 그 주(注)에 ‘여산씨(厲山氏)의 아들은 이름이 주(柱)인데, 농사에 뛰어나 농관(農官)이 되었으므로 이름을 농(農)이라고 했다.’ 하였다.

 

※禳狗(양구)¹¹ : 양구(禳狗)는 개를 잡아 재액을 막는 푸닥거리의 일종인데, 진(秦) 나라 때에는 초복에 사단에 제사 지내고, 개를 잡아 푸닥거리를 하여 재액을 막았다 한다.

 

※始振蟲(시진충)¹² : 예기(禮記) 월령(月令)에 맹춘(孟春)의 모습을 묘사하면서 ‘겨울잠 자던 벌레들이 이때부터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한다.〔蟄蟲始振〕’라고 한 것을 인용하였다.

 

※五色土宜封建遍(오색토의봉건편)¹³ : 봉건(封建)은 임금이 나라의 토지를 나누어주고 제후를 봉하여 나라를 세우게 하던 일인데, 이때 왕은 오색토(五色土)로 봉하여 사단(社壇)을 만들고, 그에 따라 각 방위의 제후를 봉건 하였다. 오색토로 봉한다는 것은 오행(五行)에 맞추어 동쪽 지방에 봉건 하는 제후에게는 청색토를, 서쪽 지방에 봉건 하는 제후에게는 백색토를, 남쪽 지방에 봉건 하는 제후에게는 홍색토를, 북쪽 지방에 봉건 하는 제후에게는 흑색토를 내려주어 봉하는 것이다. <古今事文類聚>

 

※九州覇想惠波洪(구주패상혜파홍)¹⁴⁾ : 공공씨가 구주(九州)의 패자가 되었고, 뒤에 그 아들 수(修)가 후토(后土)로서 구주를 평정하여 다스렸으므로 제사를 받들어 사신(社神)으로 삼았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하였다. <古今事文類聚>

 

※枌楡(분유)¹⁵⁾ : 분(枌)과 유(榆)는 모두 느릅나무의 일종으로, 한(漢) 나라 사단(社壇)의 신목(神木)이다. 한 고조(漢髙祖)가 주현(州縣)에 명을 내려 봄 이월과 납월에 양과 돼지로 사직에 제사 지내게 하였고, 직접 분사(枌社)와 유사(榆社)에서 풍년을 빌고 어사령(御史令) 풍(豐)을 시켜 분사와 유사를 다스리게 하였다. <古今事文類聚>

 

※方朔詼諧言可取(방삭회해언가취)¹⁶⁾ : 동방삭(東方朔)은 한 무제(漢武帝) 때 사람으로 해학(諧謔)을 잘하기로 이름났는데, 한 번은 복일(伏日)에 황제가 종관(從官)들에게 고기를 하사했는데 태관 승(太官丞)이 날이 저물도록 오지 않아 고기를 나누어 가질 수 없자, 동방삭이 칼을 들어 자기 몫의 고기를 잘라내어 ‘복날에는 일찍 돌아가야 하니 하사한 고기를 가지고 가겠소.’하고 가버렸다. 황제가 동방삭에게 이 일을 자책하게 하니, 동방삭이 ‘검으로 고기를 베었으니, 그 얼마나 씩씩한가. 벤 고기가 많지 않으니, 또 얼마나 청렴한가. 돌아가 아내에게 주었으니, 또 얼마나 어진가.〔拔劍割肉 壹何壯也 割之不多 又何廉也 歸遺細君 又何仁也〕’라고 했다는 고사가 있다. 이 고사는 복날과 관련한 고사인데, 진한(秦漢) 시대 이후로는 복날에도 사단에 제사를 지냈기 때문에 이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陳平均宰志還雄(진평균재지환웅)¹ : 한나라 유방(劉邦)의 책사였던 진평(陳平)이 마을의 사(社)에서 고기를 주관하는 담당자〔社宰〕가 되었을 때, 고기를 매우 공평하게 나누어주자 부로(父老)들이 훌륭하다고 칭찬하였다. 이에 진평이 자신에게 재상(宰相)을 맡겨준다면 천하도 이 고기를 나눠주는 것처럼 공평하게 다스릴 자신이 있다고 말하였다 한다. <古今事文類聚>

 

※殺豬據律張司錄(살저거률장사록)¹⁸⁾ : 장단(張端)이 하남 사록(河南司錄)으로 있을 때 고을에서 사(社)에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 이때 제사에 쓰려고 하남 윤(河南尹)에게 바친 돼지가 도망쳐 장단이 있던 건물로 들어갔는데 장단이 이를 죽여 버렸다. 하남 윤이 그 일을 추궁하자, 장단이 이유 없이 밤에 남의 집에 들어가면 주인이 죽여도 문제 삼지 않는다는 법률을 근거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였다 한다.

 

※罷燕悽鄰魏孝童(파연처린위효동)¹⁹⁾ : 위(魏) 나라의 왕수(王修)가 일곱 살이 되던 해 사일(社日)에 모친이 별세하였다. 그래서 매년 돌아오는 사일마다 몹시 슬피 울었고, 이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감동하여 사일에 제사를 지내고 흥겹게 연회를 벌이던 것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葫蘆競遺外甥叢(호로경유외생총)²⁰⁾ : 사일이 되면 집집마다 부녀자들이 친정 나들이를 하였는데, 친정에 돌아가면 친정 부모가 사위에게 새 호리병에 담근 새 술을 주었다고 한다.

 

※戱庭婦女停針線(희정부녀정침선)²¹ : 사일이 되면 민간에서는 명절처럼 일을 쉬고 놀았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하였다.

 

※誰道眼開花壓帽(수도안개화압모) 已敎心喜酒治聾(이교심희주치롱)²² : 우리와 달리 중국에서는 사일에 귀밝이술을 마셨다. 이공린(李公麟)의 시 춘사일에 교외에 나가다〔春社出郊〕에 ‘눈 뜨니 어여쁜 꽃이 모자 눌러서 마음 놓고 오로지 귀밝이술을 즐기네〔開眼已憐花壓帽 放懐聊喜酒治聾〕’라고 한 것을 인용하였다. 이공린(李公麟)은 북송 때의 화가인데, 자가 백시(伯時)이다.

 

※下瓦傳神俗轉工(하와전신속전공)²³ : 사일(社日)에 기와를 땅에 내리쳐 깨뜨려서 금이 간 모습을 보고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풍속이 있는데, 이 풍속을 와복(瓦卜)이라고도 한다. 이공린(李公麟)의 시 춘사일에 교외에 나가다〔春社出郊〕에 ‘기와 깨뜨려 신묘하게 점치는 것은 민간 풍속이 같구나.〔下瓦傳神俚俗同〕’라고 하였다.

 

※學士齋宮詩自笑(학사재궁시자소)²⁴⁾ : 귀밝이술인 치롱주(治聾酒)와 관련된 고사이다. 송나라 이방(李昉,)이 한림학사가 되어 내온(內醞; 임금이 신하에게 내리는 술)을 지급하는 일을 맡았다. 병부 시랑 이상도(李相濤)의 어릴 적 자(字)가 사옹(社翁)이었는데 골계(滑稽; 일부러 남을 웃기려는 행동이나 말)를 몹시 좋아하였다. 이상도가 봄 사일에 한림학사 이방에게 ‘사옹은 오늘 아무런 흥이 없으니, 치롱주 한 병이 없어서일세.〔社翁今日沒心情 爲乏治聾酒一缾〕,라고 시를 보내어, 장난으로 술을 보내달라고 재촉하였다는 고사가 있다.

 

※拾遺田舍興難窮(습유전사흥난궁)²⁵⁾ : 습유(拾遺)는 좌습유를 지낸 두보(杜甫)를 말하는데, 두보가 전야에서 사일을 맞아 흥에 겨워 시를 지으며 ‘구농이 덕업을 이루고, 백사가 광휘를 발하네.〔九農成徳業 百祀發光輝〕’라고 읊었던 고사를 말한다.

 

※화신풍(花信風)²⁶⁾ : 화신풍은 꽃 소식을 알리는 바람을 말한다. 24 절기 중 소한(小寒)부터 곡우(穀雨)까지 120일 동안 닷새마다 꽃 소식을 알리는 새로운 바람이 부는데, 그때마다 절후에 맞는 꽃이 차례로 핀다고 하며, ‘이십사번화신풍(二十四番花信風)’이라고 한다.

 

※사옹우(社翁雨)²⁷⁾ : 사옹(社翁)은 사일(社日)을 관장하는 신이다. 사공(社公)과 사모(社母)가 묵은 물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사일이 되면 반드시 새로 비가 내리는데, 이 비를 사옹우(社翁雨)라고 한다.

 

※豶豕白醪吟蕩蕩(분시백료음탕탕)²⁸⁾ : 송나라 시인 매성유(梅聖俞)의 시 봉화영숙사일(奉和永叔社日)에 ‘돼지 새로 삶고 막걸리 익었으니, 옷 떨치고 땅바닥에 앉아도 얽매임 없구나.〔獖豕新烹白醪熟 奮衣地坐無拘束〕’라고 한 것을 인용하였다.

 

※布衫紫領句渢渢(포삼자령구풍풍)² : 한유(韓愈)의 시 사(社)에 ‘흰 베로 만든 장삼 입고 자령건 쓴 채, 세금 독촉에도 꿈쩍 않으니 한가로운 사람일세.〔白布長衫紫領巾 差科未動是閒人〕’라고 한 것을 인용하였다.

 

※娛神急鼓楓林下(오신급고풍림하)³⁰⁾ : 당나라 유우석(劉禹錫)의 시 추일송객지잠수역(秋日送客至潛水驛)에 ‘사일에 풍림에서 북소리 나고, 한낮에 초가집에서 닭이 우네.〔楓林社日鼓 茅屋午時雞〕’라고 한 구절이 있다.

 

※扶醉斜陽柘影中(부취사양자영중)³¹ : 사일의 제사를 마치고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이다. 당 나라 때의 시인 장준(張濬)의 시 사일촌거(社日村居)에 ‘춘사 파하고 뽕나무 그림자 기울 무렵 , 집집마다 취한 사람 부축해 돌아가네.〔桑柘影斜春社散 家家扶得醉人歸〕’라고 한 구절이 있다.

 

※百祀九農(백사구농)³² : 구농(九農)은 주례(周禮)에서 이야기하는 기장 벼 콩 등 아홉 가지 곡식으로 온갖 농사를 의미하고, 백사(百祀)는 온갖 제사를 말한다. 두보의 시 사일(社日)에도 ‘온갖 농사 풍년 이루니, 온갖 제사 빛이 나네.〔九農成徳業 百祀發光輝〕’라는 구절이 있다.

 

※夾鍾南呂(협종남려)³³ : 율여(律呂)에서 협종(夾鍾)은 2월의 음률로 춘사일을 의미하고, 남려(南呂)는 8월의 음률로 추사일을 의미한다.

 

※笑聲渾繞千尋櫟(소성혼요천심력)³⁴⁾ : 상수리나무는 사단의 신목(神木)이다. 이백시(李伯時)의 시 춘사출교(春社出郊)에도 ‘천 길의 상수리나무 곁에 웃음소리 가득하니, 이날의 봄바람은 사공의 차지라네.〔千尋古櫟笑聲中 此日春風屬社公〕’라고 한 구절이 있다.

 

※涕淚偏憐北塞鴻(체루편련북새홍)³⁵⁾ : 춘사일 무렵에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하였다. 두보의 시 사일(社日)에도 ‘남쪽 고을 늙은이는 파곡에 취하고, 북으로 가는 기러기 소리 변새에 희미하네.〔南翁巴曲醉 北鴈塞聲微〕’라고 한 구절이 있다.

 

※㹠柵雞棲村氣象(돈책계서촌기상) 麥苗桑葚化煕隆(맥묘상심화희륭)³⁶⁾ : 시골의 풍요로운 풍경도 모두 임금의 성대한 덕화라는 의미이다. 앞의 장준의 시 사일촌거(社日村居)에 ‘아호산 아래 벼와 기장 통통하고, 돼지우리와 닭 둥지 사립문에 마주해 있네.〔鵞湖山下稻粱肥 㹠穽雞栖對掩扉〕’라고 것을 인용한 표현이다.

 

※社甕(사옹)³⁷⁾ : 사일(社日)에 마시기 위해 미리 빚어 놓은 술이 담긴 항아리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