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雪後戲作(설후희작) - 尹善道 (윤선도)

-수헌- 2022. 12. 6. 18:05

雪後戲作 辛丑 설후희작 신축     尹善道 윤선도 

눈이 온 뒤에 장난으로 짓다 신축년

 

多少羽人遊十島 다소우인유십도

다소의 우인들이 십도에서만 노니니

玉京誰識在於斯 옥경수식재어사

옥경이 여기 있는 줄 그 누가 알까

樵蘇總是雲輧客 초소총시운병객

시골 남자들 모두 구름 수레 탄 듯하고

井臼無非練帨姬 정구무비련세희

고생하는 아낙들 모두 흰 수건 둘렀네

處處瓊宮開璧戶 처처경궁개벽호

곳곳마다 화려한 궁궐 옥문이 열렸고

家家珠帳擁瑤墀 가가주장옹요지

집집마다 진주 휘장처럼 옥섬돌을 가렸네

二年氷蘗盈肝肺 이년빙벽영간폐

이 년 동안 빙벽으로 내장을 채우다 보니

不記烹煎擾擾時 불기팽전요요시

어지럽게 지지고 볶던 때는 기억에도 없네

 

謫在三江二十蓂 적재삼강이십명

삼강에 귀양 온 지 이십 개월 되었는데

森森入眼不曾聆 삼삼입안불증령

전에 듣지 못했던 풍경이 눈에 빽빽하네

傭奴渾躡明珠履 용노혼섭명주리

품팔이하는 종들도 밝은 진주를 밟고

販婦多騎白鳳翎 판부다기백봉령

장사하는 아낙들도 흰 봉새 타고 다니네

朝晝昏藏香霧窟 조주혼장향무굴

하루 종일 안개 낀 굴에 향기 간직하고

秋冬春繞水晶屛 추동춘요수정병

가을 겨울 봄까지 수정 병풍을 둘렀네

玉虛無乃此眞是 옥허무내차진시

옥허에도 진실로 이런 곳이 없으니

銀浦雲聲喚睡醒 은포운성환수성

은포의 구름 소리가 잠을 불러 깨우나니

 

自註 坡詩曰 鵝毛垂馬騣 自怪騎白鳳 此地秋冬春 則凝冽極緊 人家賴火氣生活 而雖作煙囱 寒氣外襲 不能飛散 渾室常如霧裏 不辨人物 自秋雪來 群山盡白 入夏始消

자주 파시 왈 아모수마종 자괴기백봉 차지추동춘 칙응렬극긴 인가뢰화기생활 이수작연창 한기외습 불능비산   혼실상여무리 불변인물 자추설래 군산진백 입하시소

 

자주:동파(東坡)의 시에 ‘거위 털 같은 눈송이가 말의 갈기에 드리워서, 내가 흰 봉을 탄 것 아닌가 생각되네.〔鵝毛垂馬騣 自怪騎白鳳〕’라는 말이 나온다. 이 지역은 가을과 겨울과 봄에는 혹한으로 꽁꽁 얼어붙어서 인가에서 화기에 의지하여 살아가는데, 비록 연기가 나가는 창을 만들어 놓아도 추위가 밖에서 들어와 날려 보낼 수 없기 때문에, 온 방 안이 항상 안개 속에 있는 것과 같아 사람이나 물건을 구분할 수가 없다. 그리고 가을부터 눈이 내려서 산들이 모두 하얗게 변했다가 여름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녹기 시작한다.

 

※羽人(우인) : 선인(仙人)의 별칭. 사람이 득도(得道)를 하면 몸에 날개가 돋아난다는 전설이 있다.

※十島(십도) : 십주삼도(十洲三島)의 준말로, 도교에서 말하는 바닷속의 신선이 산다는 선경(仙境)을 말한다. 십주는 조주(祖洲) 영주(瀛州) 현주(玄洲) 염주(炎洲) 장주(長洲) 원주(元洲) 유주(流洲) 생주(生洲) 봉린주(鳳麟洲) 취굴주(聚窟洲)이고, 삼도는 봉래(蓬萊)ㆍ영주(瀛洲)ㆍ방장(方丈)의 이른바 삼신산(三神山)을 말한다.

※玉京(옥경) : 백옥경(白玉京)의 준말로, 천제(天帝) 혹은 신선이 상주(常住)하는 천상의 낙원을 말한다. 옥루(玉樓)라고도 한다.

※樵蘇(초소) : 땔감을 줍고 풀을 깎는 것으로, 전하여 시골사람의 삶이나 생계를 의미한다.

※井臼(정구) : 물을 긷고 절구질을 하는 일이라는 뜻으로, 살림살이가 힘들고 어려움을 이르는 말.

※氷蘗(빙벽) : 얼음물을 마시고 황벽(黃蘗)을 먹는다는 뜻으로,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청렴결백한 지조를 지키는 것을 말한다. 백거이(白居易)의 ‘삼 년 세월 동안 자사로 있으면서, 얼음물을 마시고 황벽을 먹었노라.〔三年爲刺史 飮氷復食蘗〕’라는 시구에서 유래한 것이다.

※玉虛(옥허) : 도교(道敎)에서 옥제(玉帝)가 거처한다는 상상 속의 선궁(仙宮)을 말한다.

※銀浦雲聲(은포운성) : 은포는 천하(天河)나 은하(銀河)와 같은 말이다. 마치 구름이 흘러가듯 길게 벋어 있는 은하수 아래에서 들려오는 소리라는 말로,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 계곡 아래에서 들려오는 냇물 소리를 의미한다. 당나라 시인 이하(李賀)의 시에 ‘천하는 밤에 돌며 별들을 떠돌게 하고, 은포에 흐르는 구름은 물소리를 배우네.〔天河夜轉漂迴星 銀浦流雲學水聲〕’라는 데서 인용한 듯하다.

 

*윤선도(尹善道,1587~1671) : 조선시대 공조 좌랑, 한성부 서윤, 사헌부 지평 등을 역임한 문신. 문인. 자는 약이(約而), 호는 고산(孤山) 해옹(海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