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大雪 二首 (대설 이수) - 張維 (장유)

-수헌- 2022. 11. 30. 11:12

大雪 二首 대설 이수 張維 장유  

대설 두 수

 

朔風驅雪滿天來 삭풍구설만천래

삭풍이 눈을 몰고 하늘 가득 내려오니

一夜茅簷壓欲摧 일야모첨압욕최

하루 밤새 초가지붕 눌려 무너질 듯하네

枯樹乍聞寒響急 고수사문한향급

고목에 찬바람 소리가 갑자기 들려오고

小窓全覺曙光催 소창전각서광최

작은 창에 새벽빛이 비쳐 옴을 느끼네

村童晚汲通新徑 촌동만급통신경

아이는 새 길로 느지막이 물 길어오고

竈婦晨炊撥舊灰 조부신취발구회

아낙네 아궁이 재 걷어 내고 아침 짓네

遍壠靑苗埋不凍 편롱청묘매불동

보리 싹 깊이 묻혀 얼어 죽지 않을 테니

豐年賸待麥秋迴 풍년승대맥추회

보리 가을 돌아오면 풍년이 기대되는구나

 

海天漠漠海雲垂 해천막막해운수

큰 구름이 드리워 하늘 바다도 막막한데

雪勢風威倂一時 설세풍위병일시

눈보라에 바람까지 일시에 위세 부리네

凍逼蟄龍號大壑 동핍칩룡호대학

추위 닥쳐 골짜기에 숨은 용도 부르짖고

寒侵栖雀墮空林 한침서작타공림

깃든 참새들도 추위에 빈 숲에 떨어지네

望中不辨斜斜逕 망중불변사사경

바라봐도 비탈진 오솔길 분간되지 않고

堆處平埋短短籬 퇴처평매단단리

언덕에 낮은 울타리들 평평하게 묻혔네

閑擁地爐燒榾柮 한옹지로소골돌

등걸불 태우면서 한가히 화로만 껴안고

病來孤負灞橋詩 병래고부파교시

병들어 나 홀로 패교시를 못 읊는구나

 

灞橋詩(패교시) : 눈 오는 날 밖에 나가 한껏 흥취를 누리며 짓는 시를 말한다. 당(唐) 나라 때 재상(宰相) 정계(鄭綮)는 시(詩)를 잘 지었는데, 혹자가 정계에게 “상국(相國)은 요즘에 새로운 시를 짓는가?”라고 묻자, 정계(鄭綮)가 시흥(詩興)은 아무 때나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바람 불고 눈 오는 날 나귀를 타고 패교 위를 거닐 때에[詩思在灞橋風雪中驢子上] 일어난다’고 한 고사에서 유래한 것으로, 속사(俗事)에 얽매여 있을 때는 결코 좋은 시상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