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嶺南樓次韻詩

嶺南樓次韻詩(영남루차운시)26 - 申光漢 (신광한)

-수헌- 2022. 11. 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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髫稚年來解怨 초치년래해원천

더벅머리 어린 시절 원천 풀러 왔었는데

不曾知有過庭 불증지유과정전

뜰 앞을 지난 적 있는지 알 수가 없구나

眠雲立月乾坤內 면운립월건곤내

천지간에 달빛 아래서 구름 덮고 잠자며

濡雨霑霜艸木 유우점상초목변

초목 부근에서 비에 젖고 서리에 젖었네

聞說碧紗餘筆跡 문설벽사여필적

들으니 푸른 깁에 싸인 필적이 많다 하니

欲將丹荔事香 욕장단려사향연

향을 피우고 단려로 제를 올리고 싶구나

眼穿南斗空回首 안천남두공회수

머리 돌려 남두성을 뚫어지게 쳐다보니

金碧新樓謾錦 금벽신루만금연

아름다운 새 누각의 좋은 자리가 아득하네

 

※碧紗(벽사) : 먼지가 덮이지 않도록 현판에 씌워놓은 푸른 사포(紗布)를 말하는데, 전하여 유명인사의 좋은 글귀를 말한다. 귀인과 명사가 지어 벽에 걸어 놓은 시문을 청사(靑紗)로 덮어 장식해서 오래도록 보존하며 존경의 뜻을 표했던 ‘벽사롱(碧紗籠)’의 고사가 있다.

※丹荔(단려) : 丹荔(단려)는 남방에서 나는 과일인 여지(荔枝)를 말하는데, 역시 남방 과일인 황초(黃蕉)와 함께 제사(祭祀)에 쓰이는 제수(祭需), 또는 때에 따라 제향을 올리는 일을 말한다.

※南斗(남두) : 남두육성(南斗六星)을 말하는데, 북두칠성(北斗七星)이 인간의 죽음을 관장하고 남두육성(南斗六星)은 인간의 생명[장수]을 관장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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分明霞鶩水呑 분명하목수탄천

하늘 삼킨 물과 노을에 오리가 뚜렷하게

安得登臨落我 안득등림락아전

내 앞에 내려오니 어찌 오르지 않으랴

官路春花開句裏 관로춘화개구리

시구 속에는 관로의 봄꽃이 피어나고

龍山秋色到罇 룡산추색도준변

용산의 가을빛은 술통 가에 이르렀네

淸淮未賞籠沙月 청회미상롱사월

청회의 모래밭 덮은 달빛 구경 못하고

黃鶴難尋入石 황학난심입석연

황학은 돌 안개를 찾아들기 어렵구나

羈宦却悲韓愈記 기환각비한유기

벼슬에 얽매여 한유가 적은 슬픔도 잊고

勝遊空負子安 승유공부자안연

부질없이 자안연도 버리고 즐겁게 노네

 

※霞鶩(하목) : 낙하고목(落霞孤鶩)의 준말이다. 낙하는 지는 놀을 말하고 고목은 외로운 따오기. 당(唐) 나라의 문장가 왕발(王勃)의 등왕각서(滕王閣序)에 ‘지는 놀은 외로운 따오기와 나란히 날고, 가을 강물은 긴 하늘과 함께 한빛일세[落霞與孤鶩齊飛 秋水共長天一色].’ 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 구(句)는 오늘날까지 가장 아름다운 표현으로 일컬어진다.

※龍山(용산) : 진(晉) 나라 때 정서대장군(征西大將軍) 환온(桓溫)이 9월 9일 중양절에 올라 주연을 베풀었다는 산.

※淸淮(청회) : 청회(淸淮)는 청수(淸水)와 회수(淮水)를 말하는데, 두목(杜牧)의 야박진회(夜泊秦淮)라는 시에, ‘안개는 차가운 물에 자욱하고 달빛은 모래밭을 덮었는데. 밤에 진회에 배를 대니 술집이 바로 옆에 있네[煙寒實水月籠沙 夜泊秦淮近酒家].’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를 인용한 듯하다.

※勝遊(승유) : 즐겁게 놈.

※子安筵(자안연) : 子安(자안)은 당(唐) 나라의 문장가 왕발(王勃)의 자인데 그가 약관(弱冠)의 나이에 등왕각 중수 기념 잔치에 들렀다가 명작으로 알려진 등왕각서(滕王閣序)를 써서 문명(文名)을 천하에 날렸다 한다.

 

*신광한(申光漢, 1484~1555) : 조선 전기 우참찬, 좌찬성, 지경연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한지(漢之) 또는 시회(時晦), 호는 낙봉(駱峰) 기재(企齋) 석선재(石仙齋) 청성동주(靑城洞主). 영의정 신숙주(申叔舟)의 손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