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嶺南樓次韻詩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23 - 姜橒, 姜浚欽

-수헌- 2022. 8. 27. 11:25

戱次板上韻 희차판상운      姜橒 강운    (松西集)  

판상의 운을 차운하며 놀다.

 

特地高樓揷半 특지고루삽반천

특별한 곳 높은 누각이 하늘 반쯤 꽂혔고

春光擾蕩一樽 춘광요탕일준전

술통 하나 앞에 봄빛이 어지러이 널렸네

橫浮萬里茫茫外 횡부만리망망외

아득히 먼 만 리 밖을 가로질러 떠올라서

平壓三湖浩浩 평압삼호호호변

드넓은 세 호숫가를 다스려 가로막았구나

月到澄潭空似鏡 월도징담공사경

달이 떠오르는 맑은 못은 거울처럼 비었고

雲歸暝樹淡成 운귀명수담성연

구름 가는 어둑한 숲에는 옅은 안개 끼었네

歌娥滿酌紅醪進 가아만작홍료진

예쁜 가녀가 붉은 술을 가득 따라 올리니

不妨風流倒錦 불방풍류도금연

좋은 연회에 넘어지는 풍류를 방해하지 말게

 

 

遙想南樓二月 요상남루이월천  

아득히 생각하니 이월 하늘의 영남루에

我行已再十年 아행이재십년전

나 이미 이십 년 전에 간 적이 있었네

野仍江濶明沙外 야잉강활명사외

강이 있어 모래밭 밖의 들판은 넓고

簷與山齊落日 첨여산제락일변

처마와 가지런한 산에 해가 지는구나

漁火欲穿鶯嶺夜 어화욕천앵령야

고기 불은 앵령의 밤을 뚫을 것 같고

疎鍾橫出鳳巖 소종횡출봉암연

성긴 종소리 봉암 안개를 가로지르네

憑君遠寄寂寥語 빙군원기적요어

쓸쓸한 말을 그대 편에 멀리 보내려고

多謝風流少一 다사풍류소일연

작은 연회의 풍류로 크게 사례하려네

 

客船春水坐如 객선춘수좌여천  

봄날 물 위 객선에 하늘처럼 앉았으니

萬象爭來供眼 만상쟁래공안전

온갖 형상이 눈앞에 다투어 들어오네

大野平臨山欲盡 대야평림산욕진

산이 끝나는 곳에 큰 들판이 마주하고

高樓橫出地無 고루횡출지무변

높은 누각이 끝없는 땅을 가로질렀구나

簷鉤珠箔迎明月 첨구주박영명월

처마 끝 주렴으로 밝은 달을 맞이하니

茶煖香爐裊細 다난향로뇨세연

차 끓이는 향로에 가는 연기 하늘거리네

紅袖無風呈百態 홍수무풍정백태

미인이 바람도 없이 온갖 자태로 올리니

那妨携醉倒樽 나방휴취도준연

술자리에 취해 쓰러짐이 어찌 거리낄까

 

※紅袖無風呈百態(홍수무풍정백태) : 紅袖(홍수)는 붉은 옷소매라는 뜻으로 기녀(妓女)나 미인(美人)을 뜻하니, 미인이 소매 바람도 일으키지 않고 온갖 고운 자태로 술을 올린다는 의미인 듯.

 

*강운(姜橒,1772~1834) : 조선 후기 전적, 지평, 이조정랑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경하(擎厦), 호는 송서(松西).

 

 

嶺南樓 次板上韻 영남루 차판상운      姜浚欽 강준흠    (三溟詩集)  

 

江流屈曲漾晴 강류굴곡양청천

비 갠 하늘아래 강물이 굽이쳐서 출렁이며

欲去還來在檻 욕거환래재함전

가다가 난간 앞에서 되돌아오려 하는구나

艓子縱橫行鏡裏 접자종횡행경리

작은 배 거울 같은 강을 종횡으로 다니고

邨家大小住鷗 촌가대소주구변

마을의 크고 작은 집 부근에 갈매기가 사네

女城歌舞宜新月 녀성가무의신월

성안 여인들 초승달 뜰 때 노래하며 춤추고

曠野耕犂破暮 광야경리파모연

넓은 들판의 밭을 갈 때 저녁 안개 흩어지네

山水文章千古感 산수문장천고감

산수에서 문장 지으니 천고의 감회 일어나니

先賢誰與更同 선현수여경동연

어느 선현이 같은 연회를 다시 베풀어 줄까

 

*강준흠(姜浚欽,1768~미상) : 조선 후기 교리, 부안군수, 승지 등을 역임한 문신. 서예가. 자는 백원(百源), 호는 삼명(三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