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嶺南樓次韻詩

嶺南樓次韻詩(영남루차운시)27 - 姜沆(강항)

-수헌- 2022. 11. 6. 10:12

嶺南樓 次漢陰李相公 德馨 韻 영남루 차한음이상공 덕형 운      姜沆 강항  

영남루에서 한음 이덕형 상공의 운을 차운하다.

 

風掣炎雲獻楚 풍체염운헌초천

바람이 더운 구름을 당겨 초천에 바치니

碧幢紅旆小樓 벽당홍패소루전

벽유당의 홍패가 조그만 누각 앞에 있네

中台勳業西平後 중태훈업서평후

이 몸이 큰 공 이루어 서쪽이 평정되면

從事聲名北斗 종사성명북두변

하는 일의 명성이 북두 변에 닿겠구나

玉露欲成千樹栗 옥로욕성천수률

천 그루 밤나무에 옥로가 맺히려 하고

銀鱗戲破一江 은린희파일강연

은빛 고기가 강 안개를 깨뜨리며 노네

重修滕閣歸今日 중수등각귀금일

등왕각이 다시 세워져 오늘 돌아오니

莫說當年艶舞 막설당년염무연

그해 춤추던 자리 부러워하는 말은 말게

 

※楚天(초천) : 중국 양자강(揚子江) 중 하류인 옛 초(楚) 나라 하늘이라는 뜻이나 풍광이 좋은 남쪽 하늘이라는 뜻의 시어(詩語)로 많이 쓰인다.

※벽당(碧幢) : 벽유당(碧油幢)의 준말로, 즉 푸른 휘장을 두른 장수의 수레를 가리키기도 하고 군막(軍幕)에 쓰이는 벽색 유막(碧色油幕)을 가리킨 것으로, 전하여 군막을 말한다.

※滕閣(등각) : 등왕각을 뜻하나 여기서는 영남루를 등왕각에 비유하였다.

 

嶺南形勝草連 영남형승초련천

영남 명승지의 초원은 하늘에 닿았고

雲物凄涼八月 운물처량팔월전

팔월이 되기 전의 운물이 처량하구나

佔畢名園荒野外 점필명원황야외

거친 들판 밖에 점필재의 명원이 있고

簽書妙句劫灰 첨서묘구겁회변

전란 뒤에도 첨서의 좋은 글이 남았네

江通駕洛千年國 강통가락천년국

강은 천년의 나라 가락국으로 통하고

樹鎖轅門萬竈 수쇄원문만조연

나무는 만조의 연기를 군문에 가두었네

生客只今經百折 생객지금경백절

나그네 생애 지금까지 백번을 꺾였어도

白頭何幸忝華 백두하행첨화연

좋은 연회에 낀 늙은이 얼마나 행복한가

 

※佔畢(점필) : 점필재(佔畢齋) 김종직(金宗直)을 말한다.

※名園(명원) : 훌륭한 정원, 유명한 정원.

※簽書(첨서) : 고려말 첨서 밀직사사(簽書密直司事)를 지낸 도은(陶隱) 이숭인(李崇仁)을 말한다.

※劫灰(겁회): 전란이 없는 매우 태평한 시대를 말한다. 한 무제(漢武帝) 때 곤명지(昆明池)를 파 보니 밑바닥 전체가 흙은 없고 온통 검은 회뿐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알지 못하다가 명제(明帝) 때 서역에서 온 승려에게 물어보니 지난 세상에 세계가 불타 없어질 때 생긴 회라고 대답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이후 겁회는 보통 병란(兵亂)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轅門(원문): 수레에 멍에를 세워 만든 문으로 군문(軍門), 즉 군대의 주둔지를 말한다.

※萬竈(만조) : 만개의 군사의 식사를 위해 만든 아궁이로 수많은 군사의 진영을 뜻한다.

 

*강항(姜沆,1567~1618) : 조선시대 교서관 박사, 공조 좌랑, 형조좌랑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태초(太初), 호는 수은(睡隱). 정유재란 때 의병을 일으켰으나 1597년 일본에 포로로 잡혀 갔다가 1600년 탈출하여 돌아왔으며, 억류 생활 중에도 일본의 역사 지리 관제 등을 알아내어 적중 견문록(賊中見聞錄)에 수록, 몰래 본국으로 보내기도 했다. 그의 이러한 경력 때문인지 강항의 시에는 벽당(碧幢) 홍패(紅旆) 겁회(劫灰) 원문(轅門) 만조(萬竈) 같은 전란 및  군사와 관련된 용어들이 많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