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嶺南樓次韻詩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25

-수헌- 2022. 9. 2. 18:06

悅樂堂花樹會日 徐都事景襄 贊奎 許進士聖礪 鉐 都進士基碩 錫基 適來 拈韻共賦      禹成圭

열락당화수회일 서도사경양 찬규 허진사성려 석 도진사기석 석기 적래 념운공부 우성규

열락당 화수회 날 도사 서경양 찬규, 진사 허성려 석, 진사 도기석 석기가 때맞춰 와서 함께 시를 지었다.

 

花樹春回雲樹 화수춘회운수천

봄날 나무에 꽃피니 그리던 친구가 돌아와

一遊兼得碧山 일유겸득벽산전

푸른 산 앞에서 봄과 꽃을 함께 즐기는구나

西湖後約淸流上 서호후약청류상

서호의 훗날 기약은 맑은 물에 떠내려가고

赤峴雙筇午影 적현쌍공오영변

한낮 쌍지팡이 그림자 적현 부근에 비치네

麥氣增生林外雨 맥기증생림외우

수풀 밖에 비 내려 보리는 생기가 더해가고

柳眠纔覺渡頭 류면재각도두연

조는 버들 위로 연기 넘어감을 겨우 깨닫네

架南風物君知否 가남풍물군지부

남쪽에 걸린 풍물을 그대 아는가 모르는가

留待良辰又此 유대량진우차연

또 이 자리에서 좋은 시절 오기를 기다리세

 

※雲樹(운수) : 운수지회(雲樹之懷)에서 나온 말로 그리운 친구를 의미한다, 운수지회(雲樹之懷)는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를 생각할 때 흔히 쓰는 시적(詩的) 표현이다. 두보(杜甫)의 시 ‘봄날에 이백을 생각함[春日憶李白]’의 ‘나는 위수 북쪽 봄날의 나무, 그대는 강동 저녁의 구름[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이라는 유명한 구절에서 비롯되었다.

 

*우성규(禹成圭,1830~1905) : 개항기 예안현감, 단양군수 등을 역임한 문신. 학자. 자는 성석(聖錫), 호는 경재(景齋) 또는 경도(景陶).

 

 

嶺南樓 영남루     李壽瀅 이수형     (曉山集)

 

凝州山水畫中 응주산수화중천

그림 속 세상 같은 응천 고을의 산수에

樓起龍蛇劫以 누기룡사겁이전

누각이 용사겁 이전부터 우뚝 솟아 있었네

冠盖四方都會處 관개사방도회처

벼슬아치들이 사방에서 모두 모이는 곳에

帆檣盡日往來 범장진일왕래변

하루 종일 돛단배가 주변을 오고 가는구나

叢祠綠竹長鳴雨 총사록죽장명우

푸른 대숲의 사당에는 빗소리 길게 울리고

戰壘垂楊半化 전루수양반화연

전루위 늘어진 버들은 반쯤 연무로 변하네

僕本恨人多曠感 복본한인다광감

나 본래 감정이 밝고 한이 많은 사람이라

東風把酒倚詩 동풍파주의시연

봄바람에 술잔 잡고 시 연회에 의지하려네

 

※凝州(응주) : 응천(凝川) 고을. 응천(凝川)은 옛날 밀양의 별칭이다.

※龍蛇劫(용사겁) : 용사겁(龍蛇劫)은 임진년(壬辰年)과 계사년(癸巳年)의 위협, 즉 임진란(壬辰亂)을 의미하는 듯하다.

※冠盖(관개) : 관모와 수레(덮개). 높은 벼슬아치.

 

*이수형(李壽瀅,1837~1908) : 개항기의 학자. 자(字)는 사징(士澄). 호는 효산(曉山).

 

 

嶺南樓 영남루     李承煕 이승희    (大溪集)

 

危樓人坐大江 위루인좌대강천

큰 강 위 높은 누각에 사람이 앉으니

極目南雲一眼 극목남운일안전

눈 간 곳 남쪽 끝 구름이 한눈에 드네

千門樹色笙歌裡 천문수색생가리

집집마다 나무색에 음악소리가 들었고

百里山光鶻沒 백리산광골몰변

멀리 산비둘기 앉은 곳 산색이 빛나네

風流浪送花樽月 풍류랑송화준월

꽃 술 달 같은 풍류는 물결에 실어 보내고

血恨空留竹燈 혈한공류죽등연

피맺힌 한만 죽등 연기처럼 허공에 남았네

忽看汽輪飛渡水 홀간기륜비도수

홀연히 물 건너 날아오는 증기선을 보며

夕陽無語下詩 석양무어하시연

석양의 시 짓는 연회에서 말이 없구나

 

*이승희(李承煕,1847~1916) : 자 계도(啓道). 호 대계(大溪), 강재(剛齋), 한계(韓溪). 구 한말의 독립 운동가. 을사 늑약이 체결되자 을사오적의 처형을 요구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구금되었으며, 블라디보스토크로 망명하여 이상설(李相卨) 유인석(柳麟錫) 등과 독립운동을 하였다. 독립운동가답게 영남루 운을 사용하여 나라 잃은 한과 개화기 서양 문물을 보는 심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九日登嶺南樓 次板上韻 구일등영남루 차판상운       柳徽文 유휘문    (好古窩集)

구일 영남루에 올라 판상의 운을 차운하다.

 

登樓忽失洞中 등루홀실동중천

누에 오르니 돌연 별천지는 사라지고

軒豁東南指顧 헌활동남지고전

순식간에 동남쪽 앞이 확 트이는구나

首露山河帆影外 수로산하범영외

돛단배 너머에 수로왕의 산하가 있고

指空盂鉢鴈聲 지공우발안성변

기러기 우는 곳이 지공의 우발이구나

雨拖殘角歸秋渚 우타잔각귀추저

비는 피리소리 끌고 가을 물가로 돌아가고

蘆拂輕鷗入暮 노불경구입모연

갈대는 갈매기 든 저녁안개를 가볍게 터네

滿酌黃花淸意足 만작황화청의족

맑은 기운 넉넉하여 국화주 가득 따라도

顚狂不是孟嘉 전광불시맹가연

첫 가연에서 미친 듯 취함은 옳지 않구나

 

※洞中天(동중천) : 신선이 산다고 하는 명산(名山) 승경(勝景)을 말한다.

※首露山河(수로산하) : 옛 가야국 산하를 뜻하는 듯. 밀양강 하류 삼랑진 남쪽이 옛 수로왕의 가야국이던 김해 땅이다.

※指空盂鉢(지공우발) : 지공(指空, ? ~1363)은 원나라 때의 고승(高僧)이다. 인도 마갈타국(摩羯陀國) 사람으로, 원나라를 거쳐 고려(高麗)에 왔었으며 나옹화상(懶翁和尙), 백운화상(白雲和尙), 무학대사(無學大師), 대지국사 지천(大智國師 智泉)등이 그의 문도이다. 인근 양산 통도사에 지공화상(指空和尙)의 진영(眞影)이 나옹화상(懶翁和尙), 무학화상(無學和尙)의 진영과 함께 봉안되어 있는 연유로 표현한 듯하다. 발우(鉢盂)는 나무를 대접처럼 깎아서 칠을 한 승려의 공양 그릇을 말한다.

 

 

風光南國動江 풍광남국동강천

남국의 강과 하늘에서 풍광이 움직여서

幽趣繁華迭後 유취번화질후전

유취와 번화가 앞뒤로 번갈아 나타나네

野闊鵬摶消息外 야활붕단소식외

넓은 들 밖에 붕새 모인다는 소식 있고

雲橫螺殼有無 운횡라각유무변

나각 소리 나는 가없는 곳에 구름 비꼈네

城隍落日千竿竹 성황락일천간죽

성황당의 장대 숲 위로 해가 떨어지고

簫鼓中流一抹 소고중류일말연

피리 북소리 가운데 연기 한줄기 흐르네

好是重陽佳節會 호시중양가절회

중양절 좋은 명절 모임이 정말 좋아서

白鷗飛拂酒杯 백구비불주배연

백구가 날아 연회의 술잔을 추어올리네

 

※幽趣(유취) : 그윽한 정서를 자아내는 경치나 운치.

※螺殼(나각) : 신호로 쓰는 일종의 호각.

 

*유휘문(柳徽文,1773~1827) : 조선 후기 호고와문집, 근사후편, 가례고증 등을 저술한 학자. 자는 공회(公晦), 호는 호고와(好古窩).

 

 

영남루의 현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