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秋懷 八首 (추회 팔수) - 張維 (장유)

-수헌- 2022. 10. 12. 16:38

秋懷 八首 추회 팔수      張維 장유 

가을의 감회 여덟 수

 

八月秋高白露團 팔월추고백로단

하늘 높은 가을 팔월에 흰 이슬이 맺히니

異鄕多病帶圍寬 이향다병대위관

타향에서 병이 들어 허리띠도 헐겁구나

風鳴北戶催寒氣 풍명북호최한기

북쪽 창의 바람 소리는 추위를 재촉하고

雨入南溪送急湍 우입남계송급단

남쪽 개울에 비 내려 여울 급히 흐르네

騷客賦成思御裌¹ 소객부성사어겹

시인들이 시 지으며 겹옷이 생각날 때

故人書到勸加餐 고인서도권가찬

옛 친구 편지에 잘 먹고 지내길 권하네

平生蕭瑟傷搖落 평생소슬상요락

평생 흔들리며 쓸쓸히 애태우며 지냈는데

況復湖山行路難 황부호산행로난

하물며 다시 험난한 세상길을 떠나야겠네

 

數株官柳葉全稀 수주관류엽전희

관아의 몇 그루 버드나무 잎도 드물어지고

寥落空堂送夕暉 요락공당송석휘

빈 집에 쓸쓸하게 석양빛이 떨어지는구나

橫野暝煙輕藹藹 횡야명연경애애

해 저문 들판을 짙은 안개가 가로지르고

入簾新月冷輝輝 입렴신월랭휘휘

발 사이로 써늘한 초승달 빛이 스며드네

馮生盡日彈長鋏² 풍생진일탄장협

풍생은 하루 종일 장협을 두드렸고

寗子中宵怨短衣³ 영자중소원단의

영자는 한밤중에 짧은 옷을 원망했네

回首北望千嶂合 회수북망천장합

북쪽 하늘 돌아보니 천 봉우리 합쳤는데

白雲天際只孤飛 백운천제지고비

다만 하늘에 흰 구름 하나 외로이 떴구나

 

弼雲西麓是吾廬 필운서록시오려

필운동 서쪽 기슭이 바로 나의 오두막인데

門巷依然仲蔚居⁴⁾ 문항의연중울거

문 앞 거리는 중울이 살던 곳과 다름없네

曾植晚楓三歲許 증식만풍삼세허

일찍이 삼 년 전 늦단풍 심을 적에

爲移時菊十叢餘 위이시국십총여

국화꽃 십여 떨기를 옮겨 심었었지

寒泉曉汲宜烹茗 한천효급의팽명

찬 샘물 새벽에 길어 차를 끓이고

小閤晴開好展書 소합청개호전서

맑은 날 창문 열고 책 펴기 좋구나

秋日想應幽賞足 추일상응유상족

가을날 좋은 구경할 것을 생각하며

可憐孤客未歸歟 가련고객미귀여

가련한 외로운 객 돌아가지 못하네

 

憶曾通籍禁垣深⁵⁾ 억증통적금원심

생각하니 일찍이 궁궐 깊은 곳을 출입하며

五色雲中奉玉音 오색운중봉옥음

오색구름 속의 임금님의 옥음을 받들었지

便殿早朝簪彩筆 편전조조잠채필

아침 일찍 편전에 들어가서 붓을 꽂고

直廬凉夜擁綾衾 직려량야옹릉금

서늘한 밤엔 비단 이불 덮고 숙직했네

泥塗一落凋雙鬢 니도일락조쌍빈

진흙탕 길에 떨어지니 양 귀밑머리 세고

霄漢三年繫寸心 소한삼년계촌심

삼 년 동안 하늘 뜻에 작은 마음 얽매였네

歲晚滯留湖海遠 세만체류호해원

멀리 타향에 머무는데 한해도 저물어가니

不堪愁絶短長吟 불감수절단장음

시름겨워 길고 짧은 신음을 참을 수 없네

 

一庭黃葉走風前 일정황엽주풍전

뜨락의 누런 잎은 바람 앞에 휘날리고

滿目郊原積暮煙 만목교원적모연

들판의 자욱한 저녁연기 눈에 가득하네

歸思已拚輸社燕 귀사이변수사연

돌아갈 생각 이미 제비 편에 날려 보내고

苦吟無賴伴寒蟬 고음무뢰반한선

무료하여 매미와 벗하여 괴롭게 읊조리네

窮途意氣空看劍 궁도의기공간검

막다른 길 의기에 공연히 칼을 보지마는

末路文章不直錢 말로문장불직전

말년에 지은 문장 알아주지 않는구나

詞客古來推宋玉 사객고래추송옥

예로부터 시인들이 송옥을 받드는데

楚騷還有凜秋篇⁶⁾ 초소환유름추편

초사에도 그의 늠추편이 남아 있네

 

海內知音石室翁⁷⁾ ⁸⁾ 해내지음석실옹

해내에서 나를 잘 알아주는 석실옹께서

別來相憶寄詩筒⁹⁾ 별래상억기시통

이별한 뒤 생각하여 시통을 보내 주셨네

高才判不容衰世 고재판불용쇠세

이 말세에 높은 재주가 용납되지 않으니

苦調端宜入變風¹⁰⁾ 고조단의입변풍

괴로운 가락은 응당 변풍에 들어가리라

懸榻向來延孺子¹¹ 현탑향래연유자

걸어둔 걸상을 유자를 위해 내어 주시니

拜床何日謁龐公¹² 배상하일알방공

어느 날에나 방공을 뵙고 절을 올릴까

淸秋嶽麓煙霞裏 청추악록연하리

맑은 가을 산기슭의 안개와 노을 속에서

應有新篇轉益工 응유신편전익공

응당 더 좋은 시를 새로이 지어 내시리

 

滄浪放逐困江潭¹³¹⁴⁾ 창랑방축곤강담

창랑은 쫓겨나 강담의 삶이 괴롭고

谷口沈綿臥一庵¹⁵⁾ 곡구침면와일암

곡구는 병이 들어 암자에 누워 있네

才子古來多薄相 재자고래다박상

예로부터 재자들은 박복한 상이 많으니

故人何日接淸談 고인하일접청담

언제 옛 친구들 만나 청담을 나눠 볼까

南溪夜雨寒生漲 남계야우한생창

밤사이 찬비 내려 남쪽 시냇물 넘치고

北嶂秋陰晚送嵐 북장추음만송람

늦가을 북쪽 높은 산은 남기를 보내는데

怊悵天涯相憶處 초창천애상억처

아득한 곳에서 서로 생각하며 슬퍼하니

登山臨水思難堪 등산림수사난감

산에 오르고 물에 가도 그리움 못 참겠네

 

墻頭短草也能靑 장두단초야능청

담장 위 짧은 풀이 푸를 법도 하건만

却與芝蘭一倂零 각여지란일병령

난초와 함께 하나같이 시들어 버렸네

天道豈應無肅殺 천도기응무숙살

천도에 어찌 숙살의 계절이 없을까만

物情終自惜芳馨 물정종자석방형

물정은 절로 방초 향기를 아쉬워하네

蛟龍冷蟄臧鱗甲 교룡랭칩장린갑

교룡들 차가운 물속에 인갑을 숨기고

鷹隼高飛奮翅翎 응준고비분시령

송골매는 날개 떨치며 높이 나는구나

湖海旅人增萬感 호해려인증만감

세상 떠도는 나그네 온갖 감회가 늘어

濁醪聊復慰沈冥 탁료료부위침명

막걸리 한잔으로 침울한 기분 달래네

 

※騷客(소객)¹: 소인묵객(騷人墨客). 시문(詩文)과 서화(書畵)에 종사하는 사람. 초나라 굴원(屈原)의 이소부(離騷賦)에서 나온 말로 시인이나 문인을 말하고, 소객(騷客) 묵객(墨客)은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서화가를 말한다.

 

※馮生(풍생)²: 풍생(馮生)은 전국 시대 제(齊) 나라 맹상군(孟嘗君)의 식객으로 있던 풍훤(馮諼)을 말한다. 풍훤(馮諼)이 맹상군(孟嘗君)의 식객으로 있으면서 보다 나은 대우를 요구하며 장검[長鋏]을 두드리며 불평하는 노래를 불러 맹상군에게 발탁되어 후일 큰 공을 세웠다는 고사가 있다.

 

※寗子中宵怨短衣(영자중소원단의)³: 영자(寗子)는 춘추 시대 위(衛) 나라 영척(甯戚)을 말한다. 제환공(齊桓公)이 밤에 가까운 민가에 나갔을 때 영척(甯戚)이 한밤중에 소의 뿔을 두드리면서 ‘살아서 요순의 시대를 만나지 못하니, 짧은 베 홑옷이 정강이에 닿았네. [生不遭堯與舜禪 短布短衣適至骭]’라고 노래하니, 이를 들은 환공이 불러서 함께 대화하여 보고 기뻐하여 그를 대부(大夫)로 삼았다는 고사가 있다.

 

※仲蔚(중울)⁴⁾: 후한(後漢)의 장중울(張仲蔚)을 말하는데, 사람 키를 넘을 정도의 쑥대가 우거진 집에 몸을 숨기고 가난하게 살면서 수양했다는 고사가 있다.

 

※通籍禁垣(통적금원)⁵⁾ : 通籍(통적)은 예전에 문표에 이름을 올리면 궁문의 출입을 허락하는 일을 이르던 말이며 禁垣은 궁궐의 담 안쪽을 이르는 말이다.

 

※凜秋篇(늠추편)⁶⁾: 초사(楚辭)에 수록된 구변(九辯)을 말한다. 일 년 사계절 중에서도 특히 사람의 마음을 슬프게 하는 가을의 정경을 읊고 있는데, 그중에 ‘하늘이 사계절을 공평하게 나누었는데, 이 늠름한 가을만 몰래 슬퍼하는가.[皇天平分四時兮, 竊獨悲此凜秋]’ 라는 구절에서 비롯된 것이다.

 

※知音(지음)⁷⁾: 지기(知己). 자기를 알아주는 참다운 벗을 비유 하여 이르는 말이다. 백아(伯牙)가 연주하는 거문고 소리를 오직 그의 벗인 종자기(鍾子期)만이 알아들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石室翁(석실옹)⁸⁾: 조선시대 부제학, 대사헌, 예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인 호가 석실산인(石室山人)인 김상헌(金尙憲)을 가리킨다.

 

※詩筒(시통)⁹⁾: 시객이 한시의 운두를 얇은 대나무 조각에 써넣어 가지고 다니던 작은 통.

 

※變風(변풍)¹⁰⁾: 시경(詩經) 대서(大序)의 국풍(國風) 가운데 패(邶)에서부터 빈(豳)까지의 13국(國)에서 지어진 시 작품을 말한다. 시경(詩經)에 의하면 정풍(正風)과 변풍(變風)의 구별이 있는데, 변풍은 음란하고 원망하는 시가 많다. 그러나 그것도 뜻이 마침내는 예의(禮義)에 벗어나지 않은 것이라 하며, “왕도(王道)가 쇠하고 예의가 없어지고 정치가 잘못되면서 변풍(變風)과 변아(變雅)가 생기기 시작했다.”라고 하였다.

 

※懸榻向來延孺子(현탑향래연유자)¹¹: 유자(孺子)는 후한(後漢) 서치(徐穉)의 자(字)인데, 태수(太守) 진번(陳蕃)이 특별히 그를 위해 걸상을 만들어 놓고는 다른 사람이 올 때는 위에 걸어놓았다는 고사가 있다. 김상헌이 계곡을 특별히 고사(高士)로 예우하며 아껴 주었다는 뜻이다.

 

※龐公(방공)¹²: 후한(後漢)의 은사(隱士)인 방덕공(龐德公)으로, 제갈량(諸葛亮)이 늘 그를 찾아가 뵙고 절을 하였다 한다. 여기서는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찾아 인사를 올릴 수 있을까라는 뜻으로 사용된 듯하다.

 

※滄浪(창랑)¹³: 창랑(滄浪)은 조선시대 이조판서, 우의정, 영의정 등을 역임한 최명길(崔鳴吉)의 호이다. 이괄의 난, 정묘호란의 극복에 공헌하였고 병자호란 때에는 강화를 주장하였다. 그 후에 명나라와 비공식적 외교 관계를 유지한 일이 발각되어 청나라에 끌려가 수감되었다가 소현세자 일행과 함께 풀려났다.

 

※강담(江潭)¹⁴⁾: 상강(湘江)의 못 이름이다. 초사(楚辭) 어부사(漁父辭)에 ‘굴원(屈原)이 방축(放逐)되어 강담(江潭)에 노닐며 택반(澤畔)에 행음(行吟)했다[屈原旣放, 游於江潭, 行吟澤畔].”라고 하여 강담행음(江潭行吟)이라 하면 임금에게서 버림받았다는 뜻이다.

 

※谷口(곡구)¹⁵⁾: 곡구(谷口)는 조선시대 부제학, 도승지, 경기도관찰사 등을 역임한 정백창(鄭百昌)의 호이다. 1635년 경기도관찰사에 재직 중 병으로 죽었다.

 

*장유(張維,1587~1638) : 조선시대 좌부빈객, 예조판서, 이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지국(持國), 호는 계곡(谿谷) 묵소(默所). 이정구(李廷龜) 신흠(申欽) 이식 등과 더불어 조선 문학의 사대가(四大家)라고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