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嶺南樓次韻詩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22 - 朴來吾, 申國賓

-수헌- 2022. 8. 17. 15:10

嶺南樓 次板上韻 영남루 차판상운       朴來吾 박내오    (尼溪集)  

 

歲暮窮懷嶺外 세모궁회령외천

세모에 재 너머 세상의 회포가 다하여

此樓登賞未之 차루등상미지전

전에 감상하지 못한 이 누각에 올랐네

却看遠樹淸江底 각간원수청강저

문득 멀리 맑은 강 아래 나무가 보이고

誰繫孤舟倒峀 수계고주도수변

누군가가 맨 배 한 척 산굴 주변에 넘어졌네 

浮世人方閒日月 부세인방한일월

떠도는 세상 사람들은 일월에 한가하고

名區時亦好風 명구시역호풍연

명승에 때로 바람 안개 있어 또한 좋구나

峰鶯菴鳳傳消息 봉앵암봉전소식

숲 속 꾀꼬리와 봉새가 소식을 전해오니

替得笙歌侈客 체득생가치객연

나그네 연회에서 노래하는 사치를 얻겠네

 

嶺南樓 次板上韻 영남루 차판상운      朴來吾 박내오    (尼溪集)  

 

高樓登眺夕陽 고루등조석양천

누각 높이 올라 석양의 하늘 바라보니

萬象紛紛入眼 만상분분입안전

온갖 형상이 분분하게 눈앞에 들어오네

奔走輪蹄官路上 분주륜제관로상

관로 위에는 수레들이 분주하게 다니고

迷茫草樹大江 미망초수대강변

큰 강변에는 풀과 나무들이 아득하구나

三秋遠客多朋酒 삼추원객다붕주

멀리 온 나그네 삼 년에 술친구도 많고

十里何村起暮 십리하촌기모연

어느 마을 십리에 저녁연기 일어나네

劇恨詩翁今夜會 극한시옹금야회

안타깝게도 시옹들이 오늘 밤에 모여서

未邀明月到芳 미요명월도방연

꽃다운 자리에 와도 밝은 달을 못 맞겠네

 

*박내오(朴來吾,1713~1785) : 조선 후기 인지총화, 삼등체, 이계집 등을 저술한 학자. 자는 복초(復初), 호는 이계(尼溪).

 

 

避痘馬巖望南樓 次其韵二首 피두마암망남루 차기운이수      申國賓 신국빈    (太乙菴集) 

천연두를 피하여 마암에서 영남루를 보며 두 수를 차운하다.

 

東國之南嶺外 동국지남령외천

동국의 남쪽 산봉우리 밖의 하늘과

高樓千古大江 고루천고대강전

천고의 큰 강 앞에 누각 높이 솟았네

金華屛障周遭裏 금화병장주조리

화려한 병장 주위를 돌아 안으로 드니

駕洛山川杳藹 가락산천묘애변

가락 산천 부근이 아득히 우거졌구나

二水中分官渡市 이수중분관도시

두 물은 저자와 관청을 나누어 지나고

三林澹抹夕陽 삼림담말석양연

세 숲은 석양의 안개로 담박하게 칠했네

城頭畫角昇平曲 성두화각승평곡

성 꼭대기에서 화각이 승평곡을 울리고

人倚紅欄酒後 인의홍란주후연

주연 뒤의 사람들이 붉은 난간에 기댔네

 

※屛障(병장) : 병풍을 말하는데 호화로운 건물을 말하기도 한다.

※畫角(화각) : 옛날 군중(軍中)에서 쓰던 대나무나 가죽 따위로 만든 나팔의 일종.

※昇平(승평) : 나라가 안정되어 아무 걱정이 없고 평안함.

 

 

欲渡滄波去上 욕도창파거상천  

푸른 물결이 높은 하늘 건너가려 하니

飛樓危屹若無 비루위흘약무전

예전에 없던 높은 누각이 우뚝 솟았네

東南野坼江回處 동남야탁강회처

강 돌아가는 동남쪽에 들판이 펼쳤고

塞障雲低鶻沒 새장운저골몰변

성채 가린 구름 아래 산비둘기 숨었네

竹樹一䕺粧雉堞 죽수일총장치첩

대나무 한 무더기 성가퀴를 단장하고

桑麻百里息狼 상마백리식랑연

상마는 백리에 걸치고 낭연도 쉬는구나

希文不是閒憂樂 희문불시한우락

희문의 선우후락이 한가해서가 아니니

惜未相攜語此 석미상휴어차연

이 자리에서 말씀 따르지 못해 아쉽구나

 

※狼煙(낭연) : 봉화(烽火). 예전에 이리 똥을 태운 연기로 봉화를 올렸다 한다. 따라서 낭연이 쉰다는 것은 태평한 시대를 의미한다.

※希文不是閒憂樂(희문불시한우락) : 희문(希文)은 북송 때의 정치가이자 문학가인 범중엄(范仲淹,989~1052)의 자이고, 憂樂(우락)은 선우후락(先憂後樂)을 말한다. 그가 쓴 유명한 악양루기(岳陽樓記)의 ‘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 (선천하지우이우 후천하지락이락)’라는 시구(詩句)에서 선우후락(先憂後樂)이라는 말이 나왔으며, 이는 ‘천하(만백성)가 근심하기 전에 먼저 근심하고, 천하가 다 즐긴 후에 즐긴다.’라는 뜻으로 위정자(爲政者)나 지도자로서 가져야 할 자세를 말한다.

 

*신국빈(申國賓,1724~1799) : 18세기 후반 慶尙道 密陽 출신의 유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