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嶺南樓次韻詩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19 - 申之悌

-수헌- 2022. 7. 4. 18:32

次嶺南樓韻 차영남루운       申之悌 신지제     (梧峯集)  

 

迢遞飛甍半揷 초체비맹반삽천

까마득히 높은 용마루 하늘 반쯤 뚫고 솟아

得來佳句在盧 득래가구재로전

좋은 시구를 얻었어도 노조린의 앞이로구나

雨聲寒起長林外 우성한기장림외

긴 수풀 밖의 빗소리에 찬 기운이 일어나고

鷗影晴分極浦 구영청분극포변

개인 나루터엔 갈매기 그림자 뚜렷하네

客子行藏同泛梗 객자행장동범경

나그네 행장은 대개 한가지로 떠도는데

將軍勳業邁凌 장군훈업매릉연

장군의 큰 공로는 능연각을 뛰어넘네

相逢勝地堪乘興 상봉승지감승흥

명승지에서 서로 만나니 흥이 일어나서

日夕華堂敞綺 일석화당창기연

밤낮으로 화당에서 성대한 잔치 펼쳤네

 

※在盧前(재노전) : 노조린(盧照隣)의 앞에 있다는 뜻으로, 재주는 없으면서 명성이 남의 앞에 있음을 말한다. 당나라 때 왕발(王勃) 양형(楊炯) 노조린(盧照隣) 낙빈왕(駱賓王)은 모두 시명이 높아 당초 사걸(唐初四傑)로 불렸는데 양형이 ‘노조린의 앞에 있는 것이 부끄럽고 왕발의 뒤에 있는 것이 수치스럽다. [吾愧在盧前 恥居王後]’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泛梗(범경) : 물에 떠도는 나무 장승[木梗], 즉 떠도는 인생을 말함.

※凌煙(능연) : 능연각(凌煙閣)의 약칭. 당 태종이 천하를 안정시킨 뒤 공신 24명의 초상을 이 각에다 그렸다 한다.

 

疊嶺南樓前韻 첩영남루전운      申之悌 신지제    (梧峯集)  

 

南國兵塵海上 남국병진해상천

남쪽의 병란이 바다와 하늘 덮은지도

依俙二十四年 의희이십사년전

어렴풋이 이십사 년 전의 일이로구나

皇華萬里滄溟外 황화만리창명외

황화는 큰 바다 만 리 바깥에 있는데

供帳三冬雨雪 공장삼동우설변

한겨울 눈비 오는 곳에다 장막을 쳤네

聖曆重開新日月 성력중개신일월

일월도 새로워 태평세월 다시 열리니

名樓再領舊風 명루재령구풍연

이름난 누각의 옛 모습 다시 거느리겠네

白頭九死餘生在 백두구사여생재

거의 죽어가는 늙은이 여생만 남았으니

喚取芳罇醉錦 환취방준취금연

좋은 술을 청하여 좋은 자리에서 취하리

 

※皇華(황화) : 시경(詩經) 소아(小雅)의 편명인 황황자화(皇皇者華)의 약칭으로, 곧 천자의 사신이나 사신의 행차를 일컫는 말이다.

※聖曆(성력) : 어진 임금이 다스리는 태평한 세상.

 

 

飛樓高起洞中 비루고기동중천  

누각이 골짝 속 하늘에 나는 듯 높이 솟아

歷歷山河几案 역력산하궤안전

산과 강이 책상 앞에 뚜렷하게 나타나네

斗牛宿簷鄰北極 두우숙첨린북극

두우성 머문 처마 끝에 북극성이 이웃하고

扶桑對石壓東 부상대석압동변

부상은 바위를 마주하고 동쪽을 눌렀네

玉罇美酒浮如蟻 옥준미주부여의

옥 술통 좋은 술에 개미 같은 거품이 뜨고

金縷輕紈織似 금루경환직사연

금루의는 안개로 짠 비단처럼 가볍구나

醉倒月明人散後 취도월명인산후

사람들 흩어진 후 취하여 달빛에 쓰러지니

五更風露欲冰 오경풍로욕빙연

오경에 바람과 이슬이 자리를 얼리려 하네

 

※金縷(금루) : 금루의(金縷衣). 금루의는 금실로 꾸민 무의(舞衣)를 말하는데, 곡조의 이름이기도 하다.

 

端陽日有感 단양일유감       申之悌 신지제    (梧峯集)  

단옷날의 감회

 

敢將勳業問蒼 감장훈업문창천

감히 큰 공훈을 창천에다 고하고 싶으나

衰景名途自不 쇠경명도자불전

늙어서 벼슬길에 스스로 나가지 못하네

千里夢魂縣北極 천리몽혼현북극

꿈속의 혼은 천리 북쪽 끝에 걸렸는데

十年萍梗落南 십년평경락남변

십 년 떠돌이 신세는 남쪽으로 떨어졌네

未開丹鼎煉殘火 미개단정련잔화

남은 불에 달구어진 단정을 열지 못하여

頻取靑楓鑽改 빈취청풍찬개연

자주 푸른 단풍으로 연기를 다시 모으네

憶在甲辰重午日 억재갑진중오일

갑진년 단옷날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며

流霞霑醉列仙 류하점취렬선연

신선이 벌인 연회에서 유하주에 취하였네

 

<甲辰年中 冐忝宮僚 午日猥參宣醞醉飽 忽忽今十五年矣 追感舊事 仍用嶺南樓韻末句及之

갑진년중 모첨궁료 오일외참선온취포 홀홀금십오년의 추감구사 잉용영남루운말구급지

갑진년에 궁료를 욕보임을 무릅쓰고 단옷날 어울려 선온에 실컷 취하였다. 어느덧 십오 년이 지난 지금 옛일이 생각나서 영남루운을 차운하니 시구의 끝에나 미칠까.>

 

※丹鼎(단정) : 도가에서, 단약을 반죽하는 데 쓰는 기구. 도사가 불로장생의 단약을 만들 때 쓰는 솥.

※流霞(유하) : 유하주(流霞酒). 한잔만 마셔도 몇 달 동안 배고픔을 모른다는 신선이 마시는 술, 곧 좋은 술을 말함.

※宮僚(궁료) : 조선 시대, 세자시강원에 속한 보덕 이하의 벼슬아치를 통틀어 이르던 말.

※宣醞(선온) : 예전에, 임금이 신하에게 술을 내리는 일이나 그 술.

 

 

端陽日邀廣文小酌 適病妨飮 因作獨醒詩 用前韻       申之悌    (梧峯集)  

단양일요광문소작 적병방음 인작독성시 용전운 신지제

단옷날 광문을 초대하여 술잔을 기울였다. 병이 들어 술 마시는 것을 꺼려서 홀로 깨어 시를 짓는데, 앞의 운을 사용하였다.

 

六年五日瘴江 륙년오일장강천

강천에 병이든지 육 년에 오일이나 되니

無賴笙竽在眼 무뢰생우재안전

눈앞에 있는 풍악에도 의지할 수 없구나

故國松楸愁緖外 고국송추수서외

옛 나라의 묘역은 시름 저편에 있는데

殘城節物老吟 잔성절물로음변

늙은이는 잔성 부근 절물을 노래하네

滿庭蹴踘喧消日 만정축국훤소일

소일하려 공을 차며 뜰 가득 시끄럽고

隔樹鞦韆戲拂 격수추천희불연

나무 사이 그네는 연기를 떨쳐 희롱하네

欲吊靈均重感慨 욕적령균중감개

감개가 거듭되어 영균을 조문하려 하나

勝筵還作獨醒 승연환작독성연

좋은 잔치에 돌아와 홀로 깨어 있구나

 

※松楸(송추) : 소나무와 가래나무로 이들을 묘역(墓域)에 많이 심는다 하여 선대 무덤의 별칭으로 많이 쓰인다.

※靈均(영균) : 초(楚) 회왕(楚懷王) 때의 충신 굴원(屈原)의 자이다. 그는 충성스럽고 깨끗하였으나 회왕이 멀리하자 이소경(離騷經)을 지었으며, 뒤에 참소를 받아 귀양 갔다가 단옷날(5월 5일)에 멱라수(汨邏水)에 빠져 죽었다.

 

疊次嶺南樓韻 四首 첩차영남루운 사수       申之悌 신지제     (梧峯集)  

영남루 시에 거듭 차운하다. 4수중 2수

 

十里淸江萬里 십리청강만리천

만 리 하늘에 맑은 강이 십리에 펼쳤고

南州奇勝在樓 남주기승재루전

남쪽 고을 뛰어난 경치가 누각 앞에 있네

聲聲魚躍晴沙外 성성어약청사외

맑은 모래 너머 물고기 뛰는 소리 들리고

點點鷗飛細雨 점점구비세우변

가랑비 내리는 곳에 갈매기 점점이 나네

丹汞鍊成披羽翰 단홍련성피우한

단약을 고아 만드니 날개 돋아난 듯하고

瑞茶湯嫰潑雲 서다탕눈발운연

좋은 차를 끓이니 김이 구름처럼 오르네

纖歌爽籟渾閒事 섬가상뢰혼한사

한가하여 고운 노래 시원한 물소리 들리니

不信滕王做勝 불신등왕주승연

등왕각 연회 멋지다 해도 믿을 수 없구나

 

 

潭影澄涵一色 담영징함일색천 

맑은 물에 하늘이 맑게 비쳐 잠겼으니

名區屈指岳陽 명구굴지악양전

명승지를 손꼽아 봐도 악양루 앞이구나

客來倚檻落花後 객래의함락화후

나그네 와서 난간에 기댔다 꽃이 진 뒤에

官渡喚船芳草 관도환선방초

방초 우거진 관아 나루에서 배를 부르네

淨洗薜蘿千嶂雨 정세벽라천장우

봉우리마다 비 내려 벽라를 맑게 씻고

淡粧楊柳數村 담장양류수촌

버들이 엷게 단장한 마을에 연기 오르네

長吟未覺風流盡 장음미각풍류진

풍류가 다한 줄 모르고 길게 읊조리는데

樓上還開送別 루상환개송별연

누각 위에 송별 잔치가 다시 열리는구나

 

※薜蘿(벽라): 담쟁이나 칡덩굴 따위 또는 칡덩굴로 짠 베를 가리킨다. 전하여 은자(隱者) 또는 은자의 의복이나 은자가 사는 곳을 말한다.

 

*신지제(申之悌,1562~1624) : 조선시대 성균관 직강, 창원부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순부(順夫), 호는 오봉(梧峰)·오재(梧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