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嶺南樓次韻詩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21

-수헌- 2022. 8. 13. 20:26

次嶺南樓板上韻 차영남루판상운     鄭碩達 정석달    (涵溪集)  

 

閒步湖山四月 한보호산사월천

사월에 산과 호수를 한가로이 거니니

風光輸入一樓 풍광수입일루전

풍광이 한 누각 앞에 들어오는구나

遲遲孤帆蒼波裏 지지고범창파리

푸른 물결 속 한 돛단배 더디게 가고

點點浮雲翠峀 점점부운취수변

구름은 푸른 봉우리가에 점점이 떴네

春盡城林花似雪 춘진성림화사설

봄 지난 성의 숲엔 눈 같은 꽃이 피고

雨晴江浦草如 우청강포초여연

비 갠 강나루엔 풀이 안개처럼 펼쳤네

仙區處處多奇勝 선구처처다기승

신선세계 곳곳에 뛰어난 경치가 많아

淸興何須開盛 청흥하수개성연

성대한 연회에 맑은 흥이 얼마나 일까

 

*정석달(鄭碩達,1660~1720) : 조선 후기의 성리학자. 자 가행(可行), 호 함계(涵溪). 인품과 덕망이 높았으며,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평생을 학문 탐구에만 전념하였다.

 

 

登嶺南樓 次壁上韻 등영남루 차벽상운      鄭重器 정중기   (梅山集)  

 

凝江高閣冠南 응강고각관남천

밀양강 남쪽 하늘을 높은 누각이 덮고

閣起崖頭江在 각기애두강재전

강 앞 벼랑 꼭대기에 누각이 세워졌네

眼界蒼茫蠻海外 안계창망만해외

시야는 오랑캐 바다 밖까지 아득하고

風光浩蕩鷺洲 풍광호탕로주변

해오라기 섬 부근 풍광이 호탕하구나

淸流金碎孤輪月 청류금쇄고륜월

부서진 금빛 둥근달이 맑게 흐르고

遠藪紗橫一抹 원수사횡일말연

멀리 덤불에 실 같은 연기를 둘렀네

漁子歌中鐘響至 어자가중종향지

어부가 노래하는 곳에 종소리가 닿으니

卻勝絲竹動華 각승사죽동화연

화려한 연회의 음악보다 오히려 낫구나

 

※凝江(응강) : 응천(凝川), 밀양강의 옛 이름이다. 옛날 밀양을 별호로 응천이라 불렀다.

※絲竹(사죽) : 현악기와 관악기를 아울러 이르는 말.

 

*정중기(鄭重器,1685~1757) : 조선 후기 포은속집, 가례집요 등을 저술한 학자. 문신. 자는 도옹(道翁), 호는 매산(梅山). 앞의 시를 쓴 함계(涵溪) 정석달(鄭碩達)의 아들이다,

 

 

 

嶺南樓次天字 영남루차천자      權濂 권렴    (厚庵集)  

영남루의 천자 운을 차운하다.

 

山南七十眼中 산남칠십안중천

영남 칠십 고을 눈에 들어오는 풍광 중에

第一名樓逈著 제일명루형저전

가장 유명한 누각이 앞에 분명히 빛나네

飇楫遙廻蓬海上 표즙요회봉해상

봉해상의 폭풍에 노 저어 멀리 돌아오고

霞城直挹若溪 하성직읍약계변

하성에서 직접 뜨는 물은 시냇물과 같네

三江鏡轉東山影 삼강경전동산영

삼강의 거울에 동산 그림자가 넘어졌고

萬竹笙啼古寺 만죽생제고사연

안개 낀 옛 절 대 숲에 생황 소리 울리네

遠客來憑還是主 원객래빙환시주

멀리서 온 손님 기대니 주인도 돌아와서

沙鷗飛近欲爭 사구비근욕쟁연

모래밭 가까이 나는 갈매기와 자리 다투고 싶네

 

※山南(산남) : 경상도(慶尙道)를 달리 이르는 말. 신 증 동국여지승람과 세종실록 지리지에 의하면 고려 성종(成宗) 14년에 상주(尙州) 관할로 영남도(嶺南道)를 만들고, 경주(慶州)ㆍ금주(金州)의 관할로 영동도(嶺東道)를 만들고, 진주(晉州)의 관할로 산남도(山南道)를 만들었다가 그 뒤에 어느 때인지 알 수 없으나 합하여 경상도로 되었다 한다.

※蓬海(봉해) : 신선이 산다는 봉래도가 있는 바다.

 

踰九百峴 自七點山暮泊勿禁酒店 復用嶺南樓天字      權濂    (厚庵集)  

유구백현 자칠점산모박물금주점 부용영남루천자      권렴   (후암집)

칠점산으로 부터 구백현을 넘어 저물녘 물금 주점에 묵으면서 다시 영남루 천자운을 차운하다.

 

七點蕭蕭楚澤 칠점소소초택천

초나라 물가 하늘에 칠점산이 쓸쓸한데

舟行潮退上灘 주행조퇴상탄전

조수가 위로 밀려 올라와서 배가 다니네

蘆花鴈唳平沙外 노화안려평사외

기러기 우는 모래밭 밖에 갈대꽃 피고

竹落狵眠斷岸 죽락방면단안변

댓잎 떨어진 언덕에는 삽살개 조는구나

紫藥臘回無白雪 자약랍회무백설

자약산에 섣달이 돌아와도 흰 눈도 없고

黃山炊歇有靑 황산취헐유청연

밥 짓고 난 황산에 푸른 연기가 끼었네

三更傍宿西巖月 삼경방숙서암월

삼경에 서쪽 바위 곁에 달빛이 머무니

擔子來同一半 담자래동일반연

담자로 와서 자리의 반을 같이 차지했네

 

<紫藥山名 자약산명

자약은 산 이름이다.>

 

※七點山(칠점산) : 지금의 부산 강서구 대저동에 있었던 일곱 개의 작은 구릉. 낙동강 하구 삼각주인 대저도에서 유일한 산지였으나 지금은 하구둑의 개발 등으로 모두 사라졌다.

※楚澤(초택) : 초나라 물가. 초나라 굴원(屈原)이 조정에서 쫓겨나 상수(湘水) 가에서 행음택반(行吟澤畔)한 데서 유래하여, 유배지라는 뜻으로 쓰인다.

※擔子(담자) : 옛날 덮개가 없고 의자 모양으로 생긴 탈 것인 남여(籃與)의 다른 이름. 죽여(竹輿), 죽교(竹轎), 두자(兜子)라고도 한다.

 

 

九月方壺霜落 구월방호상락천  

구월 방호산 하늘에서 서리가 내리니

淸罇忽忽十年 청준홀홀십년전

맑은술 마신 지도 문득 십 년 전이구나

當時月白雙溪下 당시월백쌍계하

당시 양쪽 계곡 아래는 달빛이 밝았고

是處霞紅兩岸 시처하홍량안변

이곳 양 언덕 부근에는 노을이 붉었지

馬上更誰詩改草 마상경수시개초

말위에서 누군가가 다시 시초를 고치고

街頭唯見柳如 가두유견류여연

거리에 안개 같은 버들만 보이는구나

前期忍負巖中約 전기인부암중약

지난번 바위 같은 약속 저버릴 수 없어

白石丹楓著處 백석단풍저처연

단풍 드러난 곳 흰 바위에 자리 펼쳤네

 

※方壺(방호) : 전설상 발해(渤海)의 동쪽에 있으며 신선(神仙)이 산다는 산.

*권렴(權濂,1701∼1781) : 조선 후기 학자. 자는 희원(希元)이고, 호는 후암(厚庵)이다. 명리에 뜻이 없어 형과 함께 진사에 합격했으나 벼슬에 나아가지 않았다.

 

 

영남루 일주문 옆에 핀 베롱나무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