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嶺南樓次韻詩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13

-수헌- 2022. 5. 25. 18:01

次嶺南樓舊韻 차영남루구운      李安訥 이안눌    (東岳集)  

 

樓舊有詩板 押天字韻 自麗季及我國朝 和者至二百餘篇 而都七谷 李陶隱諸公之作 膾炙人口 余竊慕之 輒不自揆 敢蹈續貂之譏云

누구유시판 압천자운 자려계급아국조 화자지이백여편 이도칠곡 이도은제공지작 회자인구 여절모지 첩불자규 감도속초지기운

영남루에 오래된 시판이 있는데, 하늘 천(天) 자의 운을 썼다. 고려 말부터 조선까지 이르러 화운한 시가 이백여 편에 이른다. 모두 칠곡 이도은(이숭인)을 비롯한 여러 공의 작품인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니 나도 몰래 흠모하여 능력이 되지 않아도 감히 속초지기를 따르고자 한다.

 

※續貂之譏(속초지기) : 狗尾續貂(구미속초)와 같은 뜻으로 ‘담비 꼬리가 모자라 개 꼬리로 잇는다’는 의미이다. 즉 좋은 것 다음에 나쁜 것을 잇는 것으로 좋은 작품에 부족한 실력으로 차운하였다는 겸양의 의미이다.

 

華樓重建中興 화루중건중흥천

하늘 가운데 화려한 누각 무겁게 세워졌는데

新詠誰凌麗代 신영수릉려대전

누구의 새로운 시가 고려 시대를 능가할까

駕洛諸山皆在下 가락제산개재하

가락국의 여러 산이 모두 아래에 있고

赫居故國此爲 혁거고국차위변

혁거세의 옛 나라도 이 부근이로구나

風帆漠漠歸晴浦 풍범막막귀청포

돛단배는 아득히 갠 포구로 돌아가고

島樹蒼蒼入暝 도수창창입명연

무성한 섬의 수풀은 그윽한 안개에 들었네

千古名區落成日 천고명구락성일

천고의 명승지에 해가 떨어지고 나니

白頭才盡愧當 백두재진괴당연

연회에 재주 없는 늙은이가 부끄럽구나

 

次嶺南樓舊韻 차영남루구운      李安訥  이안눌 

 

飛甍千尺出層 비맹천척출층천

날렵한 기와는 하늘 위 천자 높이 솟았고

鈒浦東涯鳳岫 삽포동애봉수전

사포의 동쪽 물가는 무봉산 앞에 있네

隔岸人家竹林外 격안인가죽림외

대숲 밖의 강 건너에 인가가 자리 잡고

傍沙漁艇荻叢 방사어정적총변

모래사장 갈대숲 곁에 고깃배가 있네

川晴崔顥詩中樹 천청최호시중수

갠 내에는 황학루 시의 나무가 비치고

山紫滕王閣上 산자등왕각상연

등왕각의 노을에 산이 붉게 물들었네

三日倚闌歸不得 삼일의란귀부득

난간에 기대 삼일 동안 돌아가지 못하는 건

使君重敞一金 사군중창일금연

귀한 잔치 거듭 열어준 사또님 덕분이라오

 

崔顥詩(최호시): 당나라 때 최호가 지은 황학루(黃鶴樓)라는 시, 이 시에 晴川歷歷漢陽樹 (청천역력한양수; 맑은내에 한양의 나무가 비치고)라는 시구가 있다. 황학루(黃鶴樓)는 악양의 악양루(岳陽樓), 남창의 등왕각(藤王閣)과 더불어 중국의 3대 누각으로 이름이 높은데, 시선(詩仙)으로 불리는 이백(李白)이 황학루를 찾았다가 崔顥의 詩 황학루(黃鶴樓)를 보고 시 짓기를 포기했다 한다.

 

次嶺南樓舊韻 차영남루구운      李安訥  이안눌 

 

七月七日秋雨 칠월칠일추우천 

칠석날 가을 하늘에 비가 내리니

梧桐一葉飛庭 오동일엽비정전

오동잎 하나 뜰 앞에 떨어지는구나

驛程千里盡樓底 역정천리진루저

역정 천리가 누각 아래에서 끝나니

羈宦三年炎海 기환삼년염해변

남쪽 해변에서 삼 년 벼슬 사는구나

南北征人水上梗 남북정인수상경

남북을 가는 사람 대개 물 위에 있으니

古今往事風中 고금왕사풍중연

고금의 옛일은 바람 속의 연기로구나

秦山目極幾時到 진산목극기시도

진산을 끝없이 볼 때가 올 것 같아

夢着萊衣趨壽 몽착래의추수연

노래자 옷 입고 수연에 나가는 꿈을 꾸네

 

七月九日 乃余慈氏壽辰故云 칠월구일 내여자씨수진고운

칠월 구일은 내 어머니의 생신이어서 이르는 말이다.

 

※莱衣(내의) : 노래자(老萊子)가 입은 옷. 춘추시대 초나라의 은사(隱士) 노래자는 부모님을 즐겁게 하기 위해 나이 칠십에 색동옷을 입고 재롱을 피웠다 한다.

 

*이안눌(李安訥;1571~1637); 형조판서 홍문관제학 등을 역임한 조선 중기의 문신. 자 자민(子敏), 호 동악(東岳). 시를 짓는 일에 주력하여 방대한 양의 시를 남겼다.

 

 

次嶺南樓韻 차영남루운      金應祖 김응조     (鶴沙集)  

 

突兀高樓聳半 돌올고루용반천

누각이 하늘 반쯤 높이 우뚝 솟았고

靑山在後碧江 청산재후벽강전

푸른 산은 푸른 강 앞뒤에 있구나

數行雁落長天外 수행안락장천외

갈 때마다 기러기는 먼 하늘밖에 앉고

萬樹林回大野 만수림회대야변

숲의 나무들이 큰 들판 주위를 둘렀네

蘆渚鷺眠寒帶雨 로저로면한대우

해오라기 잠든 물가 갈대에 찬비가 내리고

漁村人散暝生 어촌인산명생연

사람 흩어진 어촌에 해 지니 연기 피어나네

淸遊爛熳酬仙賞 청유란만수선상

난만하게 잘 놀고 선경을 구경한 보답으로

更遣妖姬蹋舞 경견요희답무연

연회에 아리따운 계집 다시 보내 춤추게 하네

 

※淸遊(청유) : 속되지 않고 고상하게 놀다.

 

*김응조(金應祖, 1587~1667) : 조선시대 지평, 예조참의, 공조참의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효징(孝徵), 호는 학사(鶴沙) 또는 아헌(啞軒).

 

 

次陶隱嶺南樓韻 贈密陽金使君孝徵     李景奭    (白軒集)  

차도은영남루운 증밀양김사군효징       이경석

도은의 영남루운을 차운하여 김효징 사군에게 드리다.

 

重新棟宇映中 중신동우영중천

새로이 지은 누각이 하늘 가운데 비치니

物色還應更勝 물색환응경승전

물색이 새로운 경치에 맞추어 돌아왔네

千古江山誰是主 천고강산수시주

오랜 세월 강산의 주인은 과연 누구인지

一區風月自無 일구풍월자무변

한 곳의 풍월이 저절로 끝 간 데 없구나

飛簷細濕長洲雨 비첨세습장주우

긴 섬에 비 내려 처마 끝을 조금 적시고

曲檻輕侵列岫 곡함경침렬수연

산굴 안개 굽은 난간을 가볍게 스며드네

兩腋何由生羽翰 양액하유생우한

양 겨드랑이에 어찌하여 날개가 생긴다면

趁春登眺醉華 진춘등조취화연

봄을 따라 올라 잔치에 취한 모습 볼 텐데

 

※김효징(金孝徵) : 앞의 시를 쓴 김응조(金應祖, 1587~1667). 효징(孝徵)은 자.

*이경석(李景奭 , 1595~1671) : 조선 후기 우의정, 좌의정, 영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상보(尙輔), 호는 백헌(白軒).

 

 

李安訥(이안눌)의 次嶺南樓舊韻(차영남루구운)  3수가 수록된 東岳集(동악집)

 

李安訥(이안눌)의 次嶺南樓舊韻(차영남루구운) 3수가 수록된 東岳集(동악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