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嶺南樓次韻詩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11

-수헌- 2022. 5. 13. 09:48

高麗李仁復詩      고려 이인복 시  

 

觸熱登臨秋滿 촉열등림추만천

무더위에 가을 가득한 하늘에 오르니

眼中壯觀覺無 안중장관각무전

예전에 몰랐던 장관이 눈 안에 드네

山從西折橫雲表 산종서절횡운표

산은 서쪽으로 꺾여 구름 가에 비꼈고

水自東流繞岸 수자동류요안변

물은 동에서 흘러와 기슭을 에워 샀네

急管繁絃閑日月 급관번현한일월

가락이 빠른데도 해와 달은 한가롭고

長林豐草好風 장림풍초호풍연

긴 숲의 무성한 풀은 바람 안개를 즐기네

留連光景何妨事 류련광경하방사

잇닿은 경치에 머무는데 거리낄 일 무어랴

爛醉終須踏錦 난취종수답금연

마음껏 취해 끝까지 비단 자리를 밟으리라

 

急管繁絃(급관번현) : 음악의 박자가 빠른 것.

 

*이인복(李仁復,1308~1374) : 고려 후기 삼사우사, 판삼사사, 검교시중 등을 역임한 관리. 문신. 자는 극례(克禮), 호는 초은(樵隱).

 

 

嶺南樓 영남루     朴元默 박원묵     (石下集)  

 

名樓高插嶺南 명루고삽영남천

이름난 누각이 영남 하늘에 높이 솟았는데

此日風光百代 차일풍광백대전

오늘의 풍광이 백 대 전의 풍광이로구나

紅樹平連官廨外 홍수평련관해외

붉게 물든 나무 관아 밖에 평평히 이어졌고

蒼山橫斷海門 창산횡단해문변

푸른 산은 바다 입구 부근을 가로질렀구나

石潭雲宿龍吟雨 석담운숙용음우

석담에 구름 머물고 용은 비를 노래하는데

江國霞蒸鳥曳 강국하증조예연

강촌에 노을이 피고 새는 안개를 이끄네

唱盡陽關人不見 창진양관인불견

노래가 끝나니 양관엔 사람이 보이지 않고

淸樽虛負落花 청준허부낙화연

꽃 진 자리에서 맑은 술통만 헛되이 지키네

 

※陽關(양관) : 옥문관(玉門關)과 함께 중국에서 서역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 이름,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가 양관(陽關)에서 친구인 원이(元二)를 이별하면서 지은 위성곡(渭城曲)이후로 양관은 이별의 대명사가 됨.

*박원묵(朴元默,1834~1911) : 조선 말기의 효자로, 자는 성용(性容)이고, 호는 석하(石下)이다. 밀양 삼랑진 출신이며, 문집으로 석하 선생 문집(石下先生文集)이 있다.

 

 

密陽嶺南樓韻 十月初二日 밀양영남루운 시월초이일      李石亨 이석형     (樗軒集)  

 

未信壺中別有 미신호중별유천

호로병 속에 별천지를 믿지 않았는데

始看仙境在樓 시간선경재루전

처음 보는 선경이 영남루 앞에 있구나

漁歌響落蘆洲外 어가향락로주외

고기잡이 노래가 갈대숲 밖에 울리고

樵笛聲回栗藪 초적성회률수변

나무꾼 피리소리 밤 숲가를 돌아오네

山腹行雲濃作雨 산복행운농작우

산 넘어가는 구름 무성한 비를 만들고

潭心曛日暖生 담심훈일난생연

석양빛 따뜻해 못에서 김이 피어나네

久拚世路欺疏放 구변세로기소방

인생길 속이며 멋대로 산지 오래인데

吟罷詩壇卽舞 음파시단즉무연

시 읊고 나서 자리에서 춤이나 춰야겠네

 

※世路(세로) : 세상을 살아 나가는 길. 처세의 길. 벼슬길. 환도(宦道). 세상 경험.

※疏放(소방) :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다. 상격(常格)에 구속받지 않다.

 

*이석형(李石亨,1415~1477) : 조선전기 황해도 관찰사, 판 한성부사, 판중추부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백옥(伯玉), 호는 저헌(樗軒). 시호는 문강(文康)이다.

 

 

 

嶺南樓 二首 영남루 이수      金克成 김극성 (憂亭集)  

 

日南風淨掃黏 일남풍정소점천

한낮 남풍이 하늘까지 깨끗이 쓸어내니

環水團山聚眼 환수단산취안전

돌아드는 물과 둥근 산이 눈앞에 모이네

憂樂每憑詩酒裏 우악매빙시주리

근심과 낙을 매번 시와 술 속에 의지하며

閒忙共坐斗牛 한망공좌두우변

바쁜 틈새에 두우성 가에 같이 앉았네

長林積翠浮寒浪 장림적취부한랑

녹음 짙은 긴 숲이 찬 물결위에 떠있고

細路分靑帶晩 세로분청대만연

푸른 저녁 안개 낀 좁은 길이 나뉘었네

宿醉未醒餘興在 숙취미성여흥재

숙취가 깨지 않고 여흥이 남아 있으니

更於何處設芳 경어하처설방연

다시 어느 곳에서 꽃다운 자리를 펼칠까

 

鞍馬侵尋傍海 안마침심방해천  

말에 안장 얹고 넓은 세상 찾아다니니

百年心事在尊 백년심사재존전

일생 마음에 둔 일이 앞에 높이 있구나

山圍遠樹微茫外 산위원수미망외

산은 아득히 먼 데서 나무를 에워싸고

人倚朱欄縹緲 인의주란표묘변

사람은 아스라이 붉은 난간에 기댔구나

魚躍鳥啼朝復暮 어약조제조부모

아침저녁이 반복하니 고기 뛰고 새 울고

灘寒木古月和 탄한목고월화연

찬 물가의 고목과 달은 안개와 어울렸네

臨江獨酌無多興 임강독작무다흥

강을 끼고 흥도 없이 홀로 술을 마시니

暫乞紅裙樂四 잠걸홍군악사연

주위 사람들이 잠시 홍군의 낙을 구하네

 

※海天(해천) : 바다와 하늘을 동시에 일컫는 말로 넓은 세상을 의미한다.

※紅裙(홍군) : 붉은빛의 치마라는 뜻으로, 아름다운 여인이나 기생을 이르는 말.

※四筵(사연) : 사방의 자리라는 뜻으로, 주위 사람들을 이르는 말.

 

*김극성(金克成,1474~1540) : 조선 전기 예조판서, 우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성지(成之), 호는 청라(靑蘿) 우정(憂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