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嶺南樓次韻詩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12

-수헌- 2022. 5. 17. 11:25

嶺南樓 영남루      金正國 김정국    (思齋集)  

抽身飛上泬寥 추신비상혈요천

몸을 빼내어 아득한 하늘을 날아오르다

一派銀河落檻 일파은하락함전

한 갈래 은하의 난간 앞에 떨어졌구나

俯視雲山供眼底 부시운산공안저

공손히 눈 아래 구름 산을 구부리고 보니

已知梨棗到心 이지리조도심변

이미 이조의 마음에 도달하였음을 알겠네

依然步紫三垣界 의연보자삼원계

의연하게 자줏빛 삼원의 세계를 걸으니

宛似燒丹萬井 완사소단만정연

마치 만정에서 단약 굽는 연기와 같구나

蓬島苦非王母宴 봉도고비왕모연

봉래도 서왕모의 잔치가 아니어 싫어도

淸都應是玉樓 청도응시옥루연

응당 청도 옥루의 연회라고는 할 것이네

 

※梨棗(이조) : 신선이 먹는 과일 즉 선약인 교리(交梨)와 화조(火棗)를 말하며, 전하여 신선이 도를 얻었음을 뜻함.

※三垣(삼원) : 천체의 항성(恒星)을 크게 나눈 세 개의 분야로, 태미원(太微垣), 자미원(紫微垣), 천시원(天市垣)을 말한다.

※燒丹(소단) : 선가(仙家)에서 불로장생약인 단약을 굽는 것을 의미함.

※淸都(청도) : 전설 속의 천제(天帝)가 사는 궁궐. 옥황상제(玉皇上帝)가 있다는 곳으로 제도(帝都)를 가리킨다.

 

 

嶺南樓 영남루      金正國 김정국    (思齋集)  

飄如跨鶴上秋 표여과학상추천  

학을 탄 듯 나부끼며 가을 하늘을 오르니

萬景都輸入眼 만경도수입안전

온갖 풍경이 모두 눈앞에 들어오는구나

俯檻淸流江不盡 부함청류강불진

난간에서 끝없는 푸른 강물 내려다보니

平郊搖落樹無 평교요락수무변

들판 끝없이 나뭇잎이 흔들리며 떨어지고

霞明返照沈遙岫 하명반조침요수

먼 산봉우리에 반사되는 밝은 노을빛에

野闊歸鴉破暝 야활귀아파명연

까마귀 돌아오는 들판 짙은 안개 흩어지네

自笑詩囊如許少 자소시낭여허소

시 주머니가 너무 작아 스스로 웃으면서

欲將收拾媿同 욕장수습괴동연

함께한 자리에서 부끄러움을 수습하려 하네

 

*김정국(金正國,1485~1541) : 조선 전기 사재집, 사재척언, 경민편 등을 저술한 학자. 문신. 자는 국필(國弼), 호는 사재(思齋) 은휴(恩休). 병조참의 공조참의를 역임하고, 경상도 관찰사를 지냈다.

 

 

次密陽嶺南樓韻 차밀양영남루운      宋純 송순     (俛仰集)  

 

雲散風輕欲暮 운산풍경욕모천

저무는 하늘에 바람 가벼이 불어 구름 흩어지니

詩情酒意晩樓 시정주의만루전

해질 무렵 누각 앞에서 시상과 술 생각이 나네

秋聲細入灘橫處 추성세입탄횡처

여울이 가로지른 곳에 가을 소리 작게 들어오고

黛色偏多雨霽 대색편다우제변

비 개인 일대에 검푸른 빛이 많이 치우쳤구나

孤棹何人驚玉笛 고도하인경옥적

외로운 뱃사공 옥피리에 어떤 사람이 놀라고

雙飛沙鳥破林 쌍비사조파림연

모래 위 쌍쌍이 나는 새는 숲의 안개를 깨트리네

閑吟剩占湖山味 한음잉점호산미

호수와 산에 가득한 정취를 한가히 읊으니

歌鼓無勞設綺 가고무로설기연

좋은 자리 펼치고 북 치고 노래할 일 없구나

 

※黛色(대색) : 산이나 수목 따위에서 드러나는 검푸른 색.

 

 

嶺南樓上 贈敬差官李公元吉 浚慶 영남루상 증경차관리공원길 준경      宋純 송순    (俛仰集)

영남루 위에서 경차관 이원길 공에게 드리다  

 

枕城危棟控遙 침성위동공요천

용마루가 높이 성을 가로막은 먼 하늘에

十里風光一檻 십리풍광일함전

십리 풍광이 하나같이 난간 앞에 있구나

望眼豁開靑嶂外 망안활개청장외

밖을 보니 눈앞에 높고 푸른 산이 펼쳐져

閑情狎寄白鷗 한정압기백구변

한가한 마음을 익숙하게 백구에게 부치네

漾簾寒響灘回壁 양렴한향탄회벽

벼랑을 도는 찬 물 소리에 발이 일렁이고

遮日輕陰嶺帶 차일경음령대연

봉우리에 낀 안개 해를 가려 가볍게 그늘지네

勝地幸逢親舊笑 승지행봉친구소

명승지에서 운 좋게 친구를 만나 웃으니

莫辭攀月醉芳 막사반월취방연

좋은 자리에서 취해 달 잡는다는 말 하지 말게

 

※敬差官(경차관)  : 조선 시대, 지방에 임시로 내려 보내는 벼슬을 이르던 말.

 

이원길(李元吉) : 조선 전기 대사헌, 우의정, 영의정 등을 역임한 李浚慶, 元吉(혹은 原吉)은 자.

 

 

楡川驛路 追憶嶺南樓 유천역로 추억영남루       宋純 송순    (俛仰集)  

유천역 가는 길에 영남루를 추억하며

 

高閣何年迥倚 고각하년형의천

높은 누각이 먼 하늘을 의지한 지 언제부턴지

無窮光景古今 무궁광경고금전

무궁한 광경이 예부터 지금까지 앞에 있구나

嶺頭橫斷平坡外 영두횡단평파외

산봉우리들은 곧게 고개 밖을 가로지르고

江尾遙分遠樹 강미요분원수변

강 꼬리는 멀리 수풀가를 길게 나누었네

樽酒絃歌千里客 준주현가천리객

멀리서 온 나그네 동이 술에 시를 지으니

秋風魚稻萬家 추풍어도만가연

가을 되어 고기 쌀밥에 만가에 연기 오르네

別來惆悵楡川路 별래추창유천로

유천 가는 길에 헤어진 뒤 슬프기만 하니

一夢依然醉錦 일몽의연취금연

예전처럼 좋은 자리에서 취하는 꿈을 꾸네

 

※絃歌(현가) : 거문고를 타며 시를 짓는다는 뜻. 전하여 학문을 부지런히 한다는 뜻도 있고, 또 현악(絃樂)에 맞추어 노래 부른다는 뜻으로, 정사를 함에 있어서 법도가 있어 백성들이 안락하게 지내는 것을 말한다.

※別來(별래) : 따로 떨어진 뒤. 헤어진 뒤.

 

*송순(宋純,1493~1582) : 조선 전기 경상도 관찰사, 한성부좌윤, 한성판윤, 의정부 우참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수초(遂初) 또는 성지(誠之), 호는 기촌(企村) 또는 면앙정(俛仰亭).

 

 

송순(宋純)의 영남루 차운시가 수록된 면앙집(俛仰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