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嶺南樓次韻詩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15

-수헌- 2022. 6. 2. 14:55

次月波亭韻 卽嶺南樓韻 차월파정운 즉영남루운      李春英 이춘영    (體素集)  

월파정 운에 차운하다. 즉 영남루 운이다.

 

停驂擡眼向江 정참대안향강천

수레 세우고 강 위 하늘 향해 눈을 드니

夢想曾勞十載 몽상증로십재전

일찍이 십 년 전에 본 듯한 생각이 드네

棟宇獨存兵火後 동우독존병화후

병화 뒤에 기둥과 지붕만 홀로 남았고

闌干徙倚夕陽 난간사의석양변

난간은 석양 변에 옮겨 의지했구나

孤村近岸時聞犬 고촌근안시문견

외딴 마을 근처 기슭에 개소리 들리고

獨樹臨流暮羃 독수림류모멱연

물가 외딴 나무에는 저녁 안개 덮였구나

尙想舊時行樂處 상상구시행악처

즐거운 곳 다니며 오히려 옛 생각을 하니

夜深波月動羅 야심파월동라연

밤 깊어서 펼친 자리에 달빛이 일렁이네

 

*이춘영(李春英, 1563~1606) : 조선시대 호조좌랑, 예천군수, 공조 정랑 등을 역임한 문신. 문장가. 자는 실지(實之), 호는 체소재(體素齋).

 

 

次嶺南樓韻 차영남루운      尹順之 윤순지    (涬溟齋詩集

 

江上孤城水底 강상고성수저천

물아래 하늘 비친 강 위의 외로운 성이

一時明槪亂峯 일시명개란봉전

어지러운 봉우리 앞에 풍채를 드러냈네

樓居迥壓空虛裏 루거형압공허리

누각은 멀리 빈 곳을 눌러 다스리며 있고

笙鶴微聆縹緲 생학미령표묘변

생학 소리 먼 곳에서 어렴풋이 들려오네

賈客夜歸沙渚月 가객야귀사저월

장사꾼은 밤에 달 뜬 모래톱으로 돌아오고

怪禽秋宿石塘 괴금추숙석당연

안개 낀 돌 제방엔 괴이한 가을 새 잠드네

晴沙碧草看如畫 청사벽초간여화

맑은 모래와 푸른 풀이 그림 같아 보이니

絶勝崑丘玳瑁 절승곤구대모연

빼어난 경치가 곤륜산 대모의 자리로구나

 

玳瑁筵(대모연) : 玳瑁(대모)는 원래 바다거북을 말하는데, 흑백의 실로 짠 자리를 말하기도 하며, 전하여 화려한 자리를 말한다.

 

*윤순지(尹順之,1591~1666) : 조선시대 경기도관찰사, 한성판윤, 공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낙천(樂天), 호는 행명(涬溟). 영의정을 지낸 윤두수(尹斗壽)의 손자이다.

 

 

嶺南樓次板上韻 영남루차판상운     洪葳 홍위    (淸溪集

영남루 판상의 운을 차운하다.

 

樓頭客語響江 누두객어향강천

누각 위 나그네 말씀 강 하늘에 울리는

何處風光不眼 하처풍광불안전

눈앞에 볼 수 없는 이 풍광은 어디인가

官路高低山影裏 관로고저산영리

높고 낮은 산 그림자 속에 관로가 있고

人家多少竹林 인가다소죽림변

대 숲 부근에는 인가가 몇 집 있구나

蟬吟遠樹迷秋雨 선음원수미추우

멀리 나무의 매미소리 가을비 속을 헤매고

鷺下平沙破瞑 노하평사파명연

백로 앉은 모래밭에 짙은 안개 흩어지네

惆悵雙鳧今未返 추창쌍부금미반

이제 돌아오지 않는 오리 한 쌍을 슬퍼하며

一尊誰與醉華 일존수여취화연

연회에서 누구에게 한잔 드려 취하게 할까

 

*홍위(洪葳, 1620~1660) : 조선 후기 지평, 이조좌랑, 동부승지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군실(君實), 호는 청계(淸溪) 창람(蒼嵐). 1658년 경상도 관찰사를 지냈다.

 

 

嶺南樓 次壁上韻 영남루 차벽상운      申晸 신정    (汾厓遺稿)  

 

淸江一曲碧於 청강일곡벽어천

푸른 하늘에서 구비 쳐 흐르는 맑은 강에

樓勢遙臨大野 누세요림대야전

누각의 위세가 멀리 큰 들 앞에 군림했네

三伏炎蒸應不到 삼복염증응불도

삼복의 찌는 더위는 응당 이르지 않았어도

四時風月自無 사시풍월자무변

사시사철 풍월은 본래부터 다함이 없구나

郊原晩色千林栗 교원만색천림률

석양의 성 밖 들판 숲에는 밤이 익어가고

城郭朝暉萬井 성곽조휘만정연

아침 햇살 비친 성곽 집집마다 연기 오르네

入夜敎坊歌管鬧 입야교방가관료

밤이 되니 교방에 음악소리가 시끄러우니

不妨留醉使君 불방류취사군연

사또님의 연회에서 취하는 것을 방해 말게

 

敎坊(교방) : 조선 시대 기녀(妓女)들을 중심으로 하여 가무(歌舞)를 관장하던 기관.

歌管(가관) : 노래와 피리(악기). 즉 음악을 말함.

 

*신정(申晸,1628~1687) : 조선 후기 예조판서, 한성판윤, 강화부유수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백동(伯東), 호는 분애(汾厓).

 

 

嶺南樓次板上韻 영남루차판상운      權斗經 권두경    (蒼雪齋集)  

 

樓倚層城縹緲 누의층성표묘천

누각은 아득한 하늘 위 성곽에 기대었고

高秋萬象集樽 고추만상집준전

가을 하늘 높아 모든 이가 술통 앞에 모였네

河流迥出山圍外 하류형출산위외

강물은 산을 감싸고 멀리 밖으로 돌아나가고

海氣長浮地盡 해기장부지진변

땅 끝나는 곳에 바다 기운이 길게 떠 있구나

遠峀舒眉晴吐月 원수서미청토월

개인 먼 산에 달빛 드러나 근심도 사라지고

平林極目暝含 평림극목명함연

멀리 보니 들판 숲에 안개가 끼어 어둡구나

東南賓主携遊地 동남빈주휴유지

동남쪽 노는 곳에는 주인과 손님이 손잡고

半醉豪吟動四 반취호음동사연

반쯤 취해 호탕하게 읊으며 사방을 다니네

 

舒眉(서미) : 찌푸렸던 이맛살을 펴다. 근심이 없어지다.

四筵(사연) : 사방의 사리라는 뜻으로 주위 사람들을 말함.

 

*권두경(權斗經.1654~1725) : 조선 후기 형조좌랑, 전라도사, 사간원 정언 등을 역임한 문신. 학자. 자는 천장(天章), 호는 창설재(蒼雪齋).

 

 

嶺南樓次壁上韻 영남루차벽상운      趙璥 조경    (荷棲集)  

登如平地坐如 등여평지좌여천

오를 땐 평지 같고 앉으니 하늘 같으니

第一名樓南紀 제일명루남기전

남기 앞에서도 가장 이름난 누각이구나

朱鳥飛來猶在下 주조비래유재하

주작이 아래로 날아와 있는 듯하고

大鵬摶處却無 대붕단처각무변

끝 간 데가 없이 대붕이 모인 곳이네

江流漾白遙疑雪 강류양백요의설

멀리 넘실대는 흰 강물은 눈인 듯하고

栗藪蒸靑半是 율수증청반시연

무성한 밤나무는 반쯤 푸른 안개로구나

滿壁詩篇看欲朽 만벽시편간욕후

벽에 가득한 시편이 낡을 것 같아 보여

不堪惆悵倚華 불감추창의화연

화려한 자리에서 슬퍼짐을 못 견디겠네

 

南紀(남기) : 남국(南國)의 강기(綱紀)라는 뜻으로 남쪽 지방의 형승(形勝; 뛰어난 지세나 경치)을 말한다. 시경의 넘실넘실한 강한은 남국의 벼리다 [滔滔江漢南國之紀]”에서[滔滔江漢南國之紀]”에서 나온 말이다.

 

* 조경(趙璥,1727~1787) : 조선 후기 도총관, 우의정, 판중추부사 등을 역임한 문신. 초명은 준(). 자는 경서(景瑞), 호는 하서(荷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