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

영남루(嶺南樓)와 문인들의 교류 3

-수헌- 2022. 4. 6. 17:53

密城守余公寄惠銀魚 謹用嶺南樓上牧隱詩韵二絶 一呈余公 一呈郡敎授官同年朴君       權近 권근 

 

밀성수여공기혜은어 근용령남루상목은시운이절 일정여공 일정군교수관동년박군

 

밀성 수(密城守) 여공(余公)이 은어(銀魚)를 보냈으므로, 삼가 영남루(嶺南樓) 위에 있는 목은(牧隱) 시의 운을 써서 두 절구를 지어, 하나는 여공에게 바치고 하나는 군 교수관(郡敎授官) 동년(同年) 박군(朴君)에게 바친다.

 

嶺南千里白雲橫 영남천리백운횡

영남 천리에 흰 구름이 비꼈는데

北望時時恨不平 북망시시한불평

때때로 북쪽 바라보며 불평을 하네

忽見江魚傳尺素 홀견강어전척소

홀연히 강고기가 편지를 전하여

開緘宛爾笑談聲 개함완이소담성

개봉하니 그대가 웃으며 얘기하는 소리네

 

風化樓前一路橫 풍화루전일로횡

풍화루 앞에 한 길이 비꼈으니

先生講道佐昇平 선생강도좌승평

선생이 도를 강하여 승평을 도왔네

誰憐海上謫來客 수련해상적래객

누가 바닷가 귀양객을 불쌍히 여기랴

古寺無人聞雨聲 고사무인문우성

고사엔 사람 없고 빗소리만 들리네

 

※동년(同年) : 같은 방(榜)에 급제한 사람을 말한다.

※魚傳尺素(어전척소) : 옛사람들이 문장이나 서신을 쓰는 데 사용하던 비단. 길이가 한 자(尺) 정도라서 尺素(척소)라 한다. 서찰(書札)이나 서적(書籍)을 가리키기도 한다. 魚傳尺素(어전척소)는 한나라 때 변방에 주둔군으로 떠난 남편이 아내에게 생선 뱃속에 흰 비단 편지를 넣어 보냈다는 옛 노래 고락부(古樂府)에서 비롯됐다.

※昇平(승평) : 나라가 안정되어 아무 걱정이 없고 평안함.

*권근(權近, 1352~1409) : 조선 전기 중추원사, 정당문학, 대사헌 등을 역임한 문신. 학자. 초명은 권진(權晉), 자는 가원(可遠) 사숙(思叔), 호는 양촌(陽村) 소오자(小烏子). 이성계의 새 왕조 창업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개국 후 각종 제도 정비에 힘썼다.

 

<양촌(陽村) 권근(權近)이 차운한 목은(牧隱) 이색(李穡)의 원운(元韻)은 다음과 같다>

嶺南樓下大川橫 영남누하대천횡

영남루 아래로 큰 개울 비껴가니

秋月春風屬太平 추월춘풍속태평

가을 달과 봄바람에 태평하구나

忽得銀魚森在眼 홀득은어삼재안

갑자기 눈에 가득 은어가 삼삼하니

斯文笑語可聞聲 사문소어가문성

사문의 비웃음 귀에 들리는 듯하네

 

送李善述出守密陽 송이선술출수밀양     李植 이식

밀양의 수재(守宰)로 나가는 이선술을 전송하며

 

衰年此別意何如 쇠년차별의하여

늙으막에 이별하는 그 심정이 어떠하리

南下密城千里餘 남하밀성천리여

천 리도 넘는 남쪽 밀양으로 내려가네

從事已嘗行路險 종사이상행로험

일찍이 험한 길 가는 일에 종사하다가

退憂今得好樓居 퇴우금득호루거

퇴우하여 오늘날 좋은 누대에 거주하네

楓林菊岸秋方媚 풍림국안추방미

가을엔 숲의 단풍 언덕의 국화가 아첨하고

鱸膾蓴羹計未疏 노회순갱계미소

농어회와 순채국도 드물지 않게 먹으리라

只欠親朋開口笑 지흠친붕개구소

다만 입 벌리고 웃을 친한 벗이 모자라니

知君回首重躊躇 지군회수중주저

그대 자꾸 돌아보며 주저할 줄 내 알겠네

 

※退憂(퇴우) : 조정에서 물러나 외방으로 나가는 것을 말한다. 송(宋) 나라 범중엄(范仲淹)의 ‘악양루기(岳陽樓記)’에 “조정의 높은 자리에 있으면 백성들을 걱정하였고, 멀리 물러나 강호(江湖)에 거하게 되면 임금을 걱정하였다. 그리하여 조정에 나아가서도 걱정이요, 물러나서도 걱정이었으니 [是進亦優 退亦優], 어느때인들 즐거울 수 있었겠는가.”라는 말이 나온 데에서 유래하였다.

※開口笑(개구소) : 세상에서 얻기 힘든 환락을 맛본다는 말이다. 장자(莊子) 도척(盜跖)에 “인생은 상수(上壽)가 백세요 중수(中壽)가 팔십 세요 하수(下壽)가 육십 세이다. 그런데 그중에서 온갖 걱정과 우환을 제외하고 진정 입을 크게 벌리고 웃을 수 있는 기간[開口而笑者]은 한 달 중에서 4, 5일에 불과할 따름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식(李植, 1584~1647) : 조선 중기의 문신. 자는 여고(汝固), 호는 택당(澤堂) 남궁외사(南宮外史) 택구거사(澤癯居士). 이정구, 신흠, 장유와 더불어 한문4대가(漢文四大家)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