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

영남루(嶺南樓)와 문인들의 교류 2

-수헌- 2022. 3. 30. 10:38

嶺南樓和鄭使君礥 영남루화정사군현     黃俊良 황준량  

영남루 사군 정현에게 화답하다

 

第一仙區著畵樓 제일선구저화루

그림 같은 누각 뚜렷한 제일의 선경이라

分明物色楚江秋 분명물색초강추

초강의 가을처럼 물색도 분명하구나

千竿風送淸湘岸 천간풍송청상안

대나무는 상수 언덕에 맑은 바람 보내고

九畹香生杜若洲 구원향생두약주

두약 핀 모래톱엔 구원의 향이 풍기네

佳句未酬明月贈 가구미수명월증

밝은 달빛에 좋은 시로 보답하지 못하니

遠懷先入暮雲頭 원회선입모운두

저녁 구름가로 아득한 회포가 먼저 드네

遙知柱笏高吟處 요지주홀고음처

홀을 괴고 높이 시 읊을 곳을 알고 나니

爽氣淸光翠欲流 상기청광취욕류

밝은 기운 맑고 푸른빛이 흐르려고 하네

 

曾馭仙飆歷汗漫 증어선표력한만

일찍이 신선처럼 바람 타고 한만을 지나고

謫來猶臥鶴天寒 적래유와학천한

유배 와서 오히려 찬 하늘의 학처럼 누웠네

何當一跨靑鸞去 하당일과청란거

어떻게 하면 푸른 난새 타고 날아 넘어가서

風月江樓共倚欄 풍월강루공의란

강루의 난간에 함께 기대 풍월을 읊을까

 

※초강, 상안(楚江, 湘岸) : 초강은 초나라의 강, 상안은 상수의 기슭이란 말인데, 초(楚) 나라의 충신(忠臣) 굴원(屈原)이 소인들의 참소에 의해 조정으로부터 쫓겨나서 이소(離騷)를 짓고 상강(湘江)에 투신한 곳이다.

※九畹香生杜若洲(구원향생두약주) : 두약(杜若)은 향초(香草)의 이름이고, 구원향(九畹香)은 난초의 향기를 말한다. 초사(楚辭) 이소(離騷)에 ‘내 이미 난초를 구원에 심었으며 〔余旣滋蘭之九畹兮〕’라고 한 데서 온 말이며, 전하여 구원은 난초를 심는 것의 대명사가 되었다.

※한만(汗漫) : 광대무변한 세계를 말한다. 장자(莊子)에, '한만과 더불어서 천지 밖을 기약한다.' 하였다

 

*정현(鄭礥, 1526~? ) : 조선 전기 이천 도호부사, 대호군, 성천 도호부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경서(景舒), 호는 만죽헌(萬竹軒) 세한당(歲寒堂) 소요산인(逍遙山人) 내욕거사(耐辱居士).

*황준량(黃俊良, 1517~1563) : 조선 전기 신녕 현감, 단양군수, 성주목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중거(仲擧), 호는 금계(錦溪).

<이 시는 황준량(黃俊良)이 성주 목사로 재직 시 당시 밀양부사로 있던 정현(鄭礥)과 교유하며 지은 시이다>

 

 

金褊裨方占虎榜將後余行入京詩以別余次其韻以贈蓋慕班生投筆者也     申翊全 신익전

김편비방점호방장후여행입경시이별여차기운이증개모반생투필자야

김 편비가 무과에 급제하고 나보다 뒤에 도성으로 오게 되어 이별 시를 주었는데 내가 차운하여 주다. 김 편비는 반생이 붓을 내던진 것을 사모하는 자이다

 

知君惜遠別 지군석원별

그대는 오랜 이별 아쉬워서

來送嶺南樓 내송영남루

영남루로 와서 전송하는구나

得意長安日 득의장안일

도성에서 뜻을 이룬 날에

重逢勝少留 중봉승소류

다시 만남이 잠깐 머묾보다 나으리

 

※班生(반생) : 후한(後漢)의 장군 반초(班超)를 말한다. 반초가 관청의 대서(代書) 일을 하며 모친을 봉양하다가 뜻을 세워 붓을 던지고 서역(西域)에 사신으로 나가 큰 공을 세운 뒤 정원후(定遠侯)로 봉해졌다. <後漢書 班超列傳>

 

衙居卽事次暹兒凌波堂韻 아거즉사차섬아릉파당운     申翊全 신익전  

관아에 있으면서 아들 섬이 지은 능파당 시에 차운하여 즉흥적으로 짓다

 

攬鏡愁看白髮生 남경수간백발생

거울 잡고 생겨난 흰머리 보며 시름겨운데

鳴蟬樹裏已秋聲 명선수리이추성

나무에서 우는 매미는 이미 가을 소리라네

陰雲乍合輕雷迅 음운사합경뢰신

먹구름 갑자기 모여 가벼운 우레가 잦더니

急雨初收返照明 급우초수반조명

소나기 비로소 그치고 다시 밝아지는구나

世故悠悠驅宦迹 세고유유구환적

지나간 세월 생각하니 벼슬길에 분주하여

時光苒苒惱羈情 시광염염뇌기정

덧없이 흘러간 세월 나그네 마음만 괴롭네

庭除吏散渾無事 정제리산혼무사

아전들 퇴근하고 뜰엔 아무 일도 없어서

欲酌盈樽共孰傾 욕작영준공숙경

술잔 가득 따르려 하나 누가 함께 기울일까

 

※능파당(凌波堂) : 밀양 영남루(嶺南樓)의 동쪽에 있는 영남루의 부속 건물 능파각을 말한다.

 

*신익전(申翊全, 1605~1660) : 조선 후기 동지춘추관사, 도승지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여만(汝萬). 호는 동강(東江). 영의정을 지낸 상촌(象村) 신흠(申欽)의 아들이며, 김상헌(金尙憲)의 문하에서 수학하였다.

 

영남루 동편 부속 건물인 능파각

 

능파각 현판, 누각 외부가 아닌 영남루 본루(本樓)로 가는 회랑(回廊)에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