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곡(蓀谷)과 삼당시인(三唐詩人)

武夷洞 무이동 - 孤竹 崔慶昌 고죽 최경창

-수헌- 2021. 12. 1. 18:33

고죽(孤竹) 최경창(崔慶昌)은 백광훈(白光勳) 이달(李達)과 함께 당시(唐詩)에 뛰어나 삼당시인(三唐詩人)으로 불렸으며, 이이(李珥) 송익필(宋翼弼) 최립(崔岦) 등과는 무이동(武夷洞)에서 함께 수창(酬唱;시나 노래를 서로 주고받으며 읊음)하였다. 또한 정철(鄭澈) 서익(徐益) 등과도 삼청동에서 교류하였으며, 백광훈(白光勳) 송익필(宋翼弼) 이산해(李山海) 최립(崔岦) 이순인(李純仁) 윤탁연(尹卓然) 하응림(河應臨)과 함께 조선시대 팔문장(八文章)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문명(文名)을 날렸고, 서화에도 뛰어났다.

무이산(武夷山)은 중국 남동부 복건성(福建省)의 명산(名山)으로 남송시대 유학자 주희(朱熹)가 무이산 아래에 머물면서 그곳의 승경(勝景)을 찬미하며 지은 무이구곡가(武夷九曲歌)로도 유명하여 조선시대 선비들은 이를 본 따서 자신의 주위에 있는 산천을 구곡으로 명명하며 시로 읊어내곤 하였는데, 최경창(崔慶昌)의 시 무이동도 그가 이이(李珥) 등과 함께 수창(酬唱)하던 무이동을 이에 비유해 지은 듯하다.

武夷洞 무이동 孤竹 崔慶昌 고죽 최경창

무이동에서

 

水淸日光澈 수청일광철

물이 맑으니 햇살에 물빛이 더 맑고

地幽苔色古 지유태색고

이끼 빛 예스러워 땅도 그윽하구나

亂峯生夕嵐 난봉생석람

봉우리 가득 저녁 남기가 피어나도

歸去莫回顧 귀거막회고

돌아가면서 되돌아보지 마시게

 

남기(嵐氣) : 해 질 무렵에 멀리 보이는 푸르스름하고 흐릿한 기운.

 

滿眼對烟景 만안대연경

눈에 가득 아름다운 풍경 마주하며

良辰空自愁 양신공자수

시절 좋은데 공연히 스스로 근심하네

故園今日意 고원금일의

전에 살던 고향을 오늘에야 생각하니

碧草映春洲 벽초영춘주

푸른 풀들이 봄날 물가를 비추는구나

 

烟景(연경) : 아지랑이, 남기(嵐氣) 등이 아물거리는 봄 경치

故園(고원) : 자기가 태어나 자란 곳. 고향(故鄕)

 

甘雨潤初足 감우윤초족

단비가 내려 비로소 산기슭을 적시니

園田綠已稠 원전녹이조

뜰과 밭에는 이미 초록빛이 짙어졌네

今朝好天氣 금조호천기

오늘 아침 하늘의 기상이 아름다워서

杖屨出林丘 장구출림구

신 신고 지팡이 짚고 숲 언덕으로 나가네

 

落日臨淸池 낙일임청지

지는 해가 맑은 연못을 비추어서

披襟照我面 피금조아면

옷깃을 헤치고 내 얼굴을 비추네

古跡尙依依 고적상의의

옛날의 자취를 오히려 그리워해도

古人不可見 고인불가현

옛사람은 만나 볼 수가 없구나

 

※依依(의의) : 연약한 나뭇가지가 바람에 한들거리는 모양, 아쉬워하는 모양, 섭섭해하는 모양, 사모하는 모양, 그리워하는 모양.

 

佳會此時最 가회차시최

아름다운 모임은 이때가 가장 좋아

浩歌千古情 호가천고정

오랜 옛정을 큰 소리로 노래하네

歌竟忽辭去 가경홀서거

노래가 끝나 문득 작별하고 떠나니

萬壑餘松聲 만학여송성

온 골짜기에 소나무 소리만 남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