陶淵明과 和陶詩

飮酒二十首(음주이십수) 其九

-수헌- 2021. 10. 25. 10:49

飮酒 음주 其九       陶淵明 도연명

 

清晨聞叩門 청신문고문

맑은 새벽에 문 두드리는 소리 듣고 

倒裳往自開 도상왕자개

거꾸로 옷 걸치고 나가 손수 열면서 

問子為誰歟 문자위수여

그분에게 누구신지 하고 물었더니 

田父有好懷 전부유호회

좋은 뜻이 있는 시골 농부라 하네

壺漿遠見候 호장원견후

술 한 병 가지고 날 보러 멀리 오니 

疑我與時乖 의아여시괴

시속에 맞지 않아 의아하게 하네 

襤縷茅簷下 남루모첨하

남루한 초가집 처마 밑에 사는 신세

未足爲高棲 미족위고서

높이 산다고 풍족하다고 할 수 없고

一世皆尚同 일세개상동

온 세상이 오히려 모두 한 가지이니 

願君汨其泥 원군골기니

그대도 그 진창에 빠지도록 하구려 

深感父老言 심감부로언

어르신의 말씀이 매우 감사하오나  

稟氣寡所諧 품기과소해

타고난 성품이 잘 어울리지 못해서

紆轡誠可學 우비성가학

다른 길로 가는 것도 배울 만 하지만 

違己詎非迷 위기거비미

자신을 어김이 곧 미혹함이 아닐까요 

且共歡此飲 차공환차음

장차 함께 이 술이나 즐깁시다 

吾駕不可回 오가불가회

내가 가는 길은 돌릴 수가 없다오

 

※紆轡(우비) : 고삐를 틀어 가는 방향을 바꾼다는 뜻으로, 뜻을 바꾸어 다른 길로 나아간다는 뜻. 즉 도연명(陶淵明)이 뜻을 바꾸어 벼슬길로 나간다는 의미임.

 

 

和陶飮酒二十首 其九      退溪 李滉

도연명의 음주 이십 수에 화답하다.

 

皦日出東北 교일출동북

밝은 태양 동북에서 솟아오르니

巖居霧露開 암거무로개

암거의 안개와 이슬이 걷히네

川原曠延矚 천원광연촉

내의 근원을 환히 자세히 보니

爽朗幽人懷 상랑유인회

유인의 회포도 상쾌해지는구나

萬物各自得 만물각자득

만물이 각기 스스로 얻듯이

玄化妙無乖 현화묘무괴

깊은 가르침은 묘하여 어긋남이 없네

飛飛雙燕子 비비쌍연자

날아다니는 저 한 쌍의 제비는

長夏自來棲 장하자래서

스스로 날아와 긴 여름 살아가며

有口不啄粟 유구불탁속

입이 있어도 곡식은 쪼지 않네

卒瘏銜其泥 졸도함기니

진흙만 물고 다니다가 끝내 병이나도

巢成養雛去 소성양추거

집을 지어서 새끼 키우고 가니

物性天所諧 물성천소해

만물의 성품은 하늘의 조화로다

無機似獨智 무기사독지

기교가 없으면 혼자 아는 것과 같아서

用巧還群迷 용교환군미

재주를 부려도 다시 혼미해지네

晴簷語呢喃 청첨어니남

날 개어서 처마에 지저귀는 소리 나니

主人夢初回 주인몽초회

주인은 처음으로 돌아오길 꿈꾸네

 

※巖居(암거) : 속세를 떠나서 산속 따위에 숨어 삶.

※幽人(유인) : 어지러운 속세를 피하여 깊숙한 곳에 숨어 사는 사람

 

 

금강산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