蓬萊 楊士彦 詩와 글씨

漁村卽事 八絶 어촌즉사 팔절

-수헌- 2021. 8. 30. 23:30

漁村卽事 八絶 어촌즉사 팔절  -  蓬萊 楊士彦

어촌에서의 일을 적다. 8수의 절구

 

1.吾家 (오가) 나의 집

 

尋眞曉入靑山洞 심진효입청산동

새벽엔 신선 찾아 청산동에 들어가고

遡月宵遊白鷺沙 소월소유백로사

밤에는 달을 따라 백로사에서 놀았네

到底結茅奇勝處 도저결모기승처

경치 좋은 곳에 이르러 초가집 지으니

水涯山頂遍吾家 수애산정편오가

물가에서 산꼭대기가 두루 내 집일세

 

2.憶去(억거) 지난해를 생각하며

 

洞陰傲吏亦風流 동음오리역풍류

동음의 오만한 수령이 풍류를 즐겨

來訪黃冠道士遊 래방황관도사유

황관도사를 찾아와서 놀기 위하여

更拔雲松童子去 경발운송동자거

운송동자를 다시 뽑아서 가니

令人却憶去年秋 영인각억거년추

지난해 가을을 생각하게 하네

 

3.庚癸(경계) 먹을거리

 

鵬息九天餐沅瀣 붕식구천찬원해

붕새는 이슬 기운만 먹고도 구만리 난 후에 쉬고

鷦求一粒恣翶翔 초구일립자고상

뱁새는 마음대로 날면서 한 알의 먹이 구하는데

我來莽蒼久糧絶 아래망창구량절

나는 가까운데 와서도 오랫동안 식량이 떨어져

庚癸空呼水草鄕 경계공호수초향

부질없이 먹을거리 빌면서 시골을 헤매었네

 

※庚癸(경계) : 먹을거리, 즉 식량을 말한다. 경(庚)은 서방(西方)으로 곡식을 상징하고, 계(癸)는 북방으로 물을 상징하기 때문에, 옛날 춘추 시대에 먹고 마실 것을 뜻하는 군대의 은어(隱語)로 경계(庚癸)라는 말이 사용되었다. 《春秋左氏傳》

 

4. 明朝(명조) 내일아침

 

聚石編蘆遮激湍 취석편로차격단

돌 모으고 갈대 엮어 여울물결 막으니

天高風急水增寒 천고풍급수증한

하늘 높이 바람 불고 물이 불어 차갑네

明朝滿笱飛銀尺 명조만구비은척

내일 커다란 은빛 고기 통발에 가득 차면

應共溪翁絶叫讙 응공계옹절규환

응당 계옹과 함께 시끄럽게 절규하리라

 

5. 辜負 (고부)  기대를 저버리다

 

潘生鶴髮明雙鬂 반생학발명쌍빈

반생의 백발은 양쪽 구레나룻에 밝고

宋玉悲懷結九腸 송옥비회결구장

송옥의 슬픈 마음은 창자에 맺혔는데

悵望白衣人不到 창망백의인불도

백의사자는 기다려도 오지 않으니

一秋辜負菊花香 일추고부국화양

올 가을은 국화향기를 저버린 듯하네

 

※辜負(고부) : 호의, 기대, 도움 따위를 헛되게 하다. 저버리다.

※반생(潘生): 진(晉) 나라의 문장가 반악(潘岳)으로 자는 안인(安仁), 어렸을 때부터 신동이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문학적 재능이 뛰어났다고 한다.

※宋玉(송옥 ; 기원전 3세기) : 중국 고대의 시인으로 굴원(屈原)의 후계자이다. 그의 작품 중 구변(九辯)은 세상의 쇠망과 자신의 불우함을 탄식하고, 가을의 쓸쓸함을 슬퍼하는 구절이 있으며, 중국 비추문학(悲秋文學)의 개조(開祖) 불린디.

※白衣使者(백의사자) : 술을 가져온 하인을 말함. 도연명이 9월 9일 중양절에 좋아하는 술도 없이 울타리 가의 국화꽃을 따면서 하염없이 앉아 있었는데, 때마침 자사(刺史)인 왕홍(王弘)이 보낸 흰옷을 입은 하인[백의 사자(白衣使者)]이 술을 가지고 왔으므로, 취하도록 마시고 돌아갔다는 고사가 전한다.

 

6. 齒沙(치사) 옥수수

 

投宿深山舊主家 투숙심산구주가

깊은 산속 옛 주인의 집에 머무는데

蓽門陶穴掩雲蘿 필문도혈엄운라

필문 움집은 구름 같은 넝쿨에 가렸네

夜閑始進山田飯 야한시진산전반

밤이 깊어서야 산밭의 밥을 내오는데

合口先呑缺齒沙 합구선탄결치사

말없이 알이 드문 옥수수 먼저 먹었네

 

※蓽門(필문) : 나뭇가지로 엮어서 만든 문. 전하여 가난한 집, 빈천(貧賤)한 자의 오막살이를 말한다.

 

7. 騎牛(기우) 소을 타다

 

足鈍免敎顚頓㥘 족둔면교전돈겁

발이 무디어 넘어지지 않으려 겁내고

步遲便覺發幽情 보지편각발유정

더딘 걸음에서 편안한 정 우러남을 깨닫네

探奇覽勝徐行處 탐기람승서행처

좋은 경관 살펴 찾으러 천천히 가는 곳에

悔策追風趣遠程 회책추풍취원정

채찍 들고 바람 따라 먼 길 감을 후회하네

 

8.拔笱(발구) 통발을 꺼내다

 

幾歲魚蝦不有年 기세어하불유년

물고기 새우 못 잡은 지 몇 해나 되니

龍楸沙滿作平川 용추사만작평천

용추의 모래밭이 평평한 시내가 되었네

溪翁笑拔橫梁笱 계옹소발횡양구

고기잡이 늙은이 다리 밑 통발 꺼내어

欲向滄溟理釣船 욕향창명리조선

먼바다를 향하여 낚싯배 띄우려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