蓬萊 楊士彦 詩와 글씨

八竹詠 - 팔죽영

-수헌- 2021. 8. 9. 14:32

八竹詠(팔죽영)   여덟가지의 대를 읊다  -  蓬萊 楊士彦

 

枯. 筍. 新. 雨. 雙. 老. 叢. 風. 朴生光世 將朴詠八竹屛 求詩 書贈

고. 순. 신. 우. 쌍. 노. 총. 풍. 박생광세 장박영팔죽병 구시 서증

枯竹(고죽).筍竹(순죽).新竹(신죽).雨竹(우죽).雙竹(쌍죽).老竹(노죽)叢竹(총죽).風竹(풍죽)은 朴光世(박광세)가 여덟 가지 대를 그린 병풍을 읊고자 하여 시를 지어달라고 해서 써주었다.

 

1.枯竹 고죽    말라서 시든 대

亦知等一死 역지등일사

모두가 알듯이 누구나 한 번 죽지만

堅貞磨不滅 견정마불멸

굳은 절개는 갈아도 없어지지 않네

君看萬木春 군간만목춘

그대 봄에 수많은 나무를 보았겠지만

不換千霜骨 불환천상골

오랜 세월에 뼈만 남아도 바꾸지 않으리

 

2.筍 순    죽순

介六七筍嘉 개육칠순가

가느다란 예닐곱 죽순이 맛있어

忘千萬錢肉 망천만전육

천만금의 고기 맛도 잊었노라

始覺夫子嗟 시각부자차

처음 깨달은 공자님의 탄식이

盡美齊舜樂 진미제순낙

순임금이 즐기는 맛과 똑같네

 

3.新 신    새로 난 대

纔脫霧豹衣 재탈무표의

방금 무표가 가죽을 벗은 듯하고

倒書飛鳥跡 도서비조적

나는 새의 자취를 거꾸로 그린 듯한데

幾時壯瑤枝 기시장요지

굳세고 아름다운 가지 되려고 할 때

靑飇添月夕 청표첨월석

맑은 바람이 밝은 달밤에 불어오네

 

※무표(霧豹) : 검은 표범[玄豹]이 자신의 아름다운 터럭을 보전하려고 배가 고픈 것도 참으며 보슬비[霧雨]가 내리는 7일 동안 산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는 전설이 있으며, 명성을 완전하게 하기 위하여 벼슬하지 않고 은거하는 사람을 비유한다.

 

4.雨 우   대나무에 내린 비

雪白葉逾靑 설백엽유청

눈이 희니 잎사귀는 더욱 푸르고

雨洗枝更淨 우세지경정

비에 씻기니 가지는 깨끗해지네

獨也任和淸 독야잉화청

혼자서 절로 온화하고 맑으니

和君草中聖 화군초중성

그대 풀 가운데 성군이 되리라

 

5.雙 쌍     짝을 이룬 대

嬋娟相倚薄 선연상의박

고운 모습 서로 가볍게 의지하니

風月與雙淸 풍월여쌍청

바람과 달처럼 함께 맑구나

願死西山上 원사서산상

함께 서산 위로 죽기를 원하고

當年欲竝生 당년욕병생

때를 만나 나란히 나고자 하네

 

6.老      늙은 대

落落蘇子卿 낙락소자경

어려운 지경에 떨어진 소자경은

蕭蕭墮齒髮 소소타치발

이빨과 머리 빠져 엉성해졌지만

一節大窖中 일절대교중

오로지 절개로 큰 움 속에 살면서

十年天山雪 십년천산설

십 년간 천산의 눈만 먹고살았네

 

※蘇子卿(소자경) : 중국 한나라의 충신인 소무(蘇武). 자는 자경(子卿). 무제 때인 BC 100년에 흉노에 사신으로 갔다가 체포되어 항복을 강요받았다. 흉노의 선우(單于)가 소무를 귀순시키려고 움집 속에 감금하고 음식을 주지 않았으나, 소무는 내리는 눈을 먹고사는 등 고생을 하면서도 끝내 굽히지 않고 19년이나 억류생활을 했다. 무제가 죽고 소제가 즉위한 후 흉노와의 화해가 성립되어 BC 81년 장안으로 돌아왔으며, 소제는 그의 충절을 높이 사 전속국에 봉했고, 소제의 뒤를 이은 선제도 그의 노고를 중시하여 관내후에 봉했다. 이 시는 늙은 대를 소자경의 절개에 비유하였다.

 

7.叢 총     대나무 무더기

凌亂炎風影 능란염풍영

더운 바람도 깔보는 대 그림자는

淸深月夜陰 청심월야음

맑고 깊은 달밤의 그늘과 같네

竚看瓊玉實 저간경옥실

우두커니 옥 같은 열매를 보노라니

將聽鳳凰吟 장청봉황음

이윽고 봉황 노래가 들리려 하네

 

8.風 풍     대나무에 부는 바람

疾風裂高岡 질풍렬고강

높은 산도 찢을 듯한 모진 바람이

復欲吹勁草 복욕취경초

다시 경초에 불어오려고 하네

披拂莫輕翔 피불막경상

나부껴 불어도 가벼이 흔들림 없이

同調歲寒老 동조세한노

차가운 겨울에도 함께 견디며 늙네

 

※勁草(경초) : 억센 풀이라는 뜻으로, 지조 있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披拂(피불) ; (바람에) 나부끼다는 뜻이나 선동하다, 남을 부추기다는 뜻이 있다.

즉 지조 있는 선비는 선동에도 흔들리지 않고 대처럼 시련을 견딘다는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