蓬萊 楊士彦 詩와 글씨

東村十詠 - 동촌십영

-수헌- 2021. 8. 23. 19:17

東村十詠  동촌십영  -  蓬萊 楊士彦

동촌에서 열 수를 읊다

 

1. 靈谷賞春 영곡상춘

영곡의 봄을 감상하며

泠泠磵中水 령령간중수

계곡 시내 사이로 물은 흘러내리고

灼灼巖上花 작작암상화

낭떠러지 위에는 꽃이 활짝 피었네

城市亦春事 성시역춘사

성안 저자는 봄 일로 크게 바쁘니

風光此地多 풍광차지다

봄날 풍광은 이곳에도 많구나

 

2. 東臺翫月 동대완월

동대에서 달을 감상하며

萬里瑤臺鏡 만리요대경

만리에 뜬 요대의 거울이요

千秋白玉盤 천추백옥반

긴 세월 동안 흰 옥쟁반일세

不分盈臼藥 불분영구약

절구에 찬 약은 분명치 않은데

空照片心丹 공조편심단

공연히 단심 조각만 비추네

※瑤臺(요대) : 신선이 사는 궁궐을 말함.

※盈臼藥(영구약) : 달 속의 옥토끼가 절구질하는 약으로 비유함.

 

3. 盤石賞秋 반석상추

반석에서 가을을 감상하며

丹染靑楓枝 단역청풍지

푸른 단풍 가지는 붉게 물들고

天香落桂子 천향락계자

계수나무 좋은 향기 흩어지는데

不見眼中人 불견안중인

마음속 그리운 님 볼 수가 없어

空餘石上字 공여석상자

공연히 돌 위에 글자만 남겨두네

 

4. 藘川晩漲 여천만창

여천이 해질 무렵 불어나다

日雨夜來急 일우야래급

낮부터 밤까지 비가 크게 내리더니

千山晩矢足 천산만시족

해질 무렵 온 산 기슭을 무너뜨리네

莫敎藘渚沈 막교려저심

갈대 우거진 섬은 잠기게 하지 말라

賓鷗舊棲息 빈구구서식

예부터 갈매기 손님 살아오던 곳이니

 

5.道峯暮雪 도봉모설

해 질 녘 도봉에 내린 눈

不夕峯雲黑 불석봉운흑

저녁 무렵 봉오리의 구름 크게 검어져서

瑤華滿飛嶂 요화만비장

고운 꽃처럼 높은 산에 빼곡하게 나니

今夜駕白鸞 금야가백란

오늘 밤 흰 난새가 모는 수레에 올라

千尋適仙掌 천심적선장

천 번을 찾아야 선장에 도달하겠네

※仙掌(선장) : 신선의 손바닥. 한 무제가 신선이 되고자 구리로 감로를 받는 신선의 손바닥[仙掌]을 만들었다 한다.

 

6. 千佛朝雲 천불조운

아침 구름 위의 천불

暮作風流帳 모작풍류장

저녁에 만들어진 풍류 있는 휘장이

朝爲朝會雲 조위조회운

아침에는 조회의 구름이 되었네

浮空千佛影 부공천불형

하늘에 떠 있는 천불의 모습을

終古奉明君 종고봉명군

예로부터 밝은 임금께서 받드셨네

 

7. 三角夕照 삼각석조

삼각산의 석양

返暉照東南 반휘조동남

빛이 되돌아 동남쪽을 비추니

西北陰崖黑 서북음애흑

서북쪽 음지의 언덕은 어둡네

吾欲剗去好 오욕잔거호

언덕을 깎아내고 밝게 하려 했지만

還愁富媼哭 환수부온곡

토지신이 울까 다시 걱정 커지네

 

8. 西寺尋僧 서사심승

서사에서 스님을 찾다

杖藜尋僧來 장려심승래

지팡이 짚고 스님을 찾아오니

鐘聲響石路 종성향석로

종소리는 돌길에서 울려오네

蘭若近紫霄 난야근자소

난야는 자소에 가까이 있고

三淸風日好 삼청풍일호

삼청궁은 풍치도 좋구나

※蘭若(난야) : 한적한 수행처라는 뜻으로, 절, 암자 따위를 이르는 말

※紫霄(자소) : 도교에서 최고의 신인 옥황대제(玉皇大帝)를 모신 자소궁(紫霄宮)

※三淸(삼청) : 도교에서 신선이 산다는 옥청, 상청, 태청의 세 궁을 아울러 이르는 말

 

9.鴨池聞鶴 압지문학

압지에서 학의 소리를 듣다

借君池中鶴 차군지중학

그대의 연못에 있는 학을 빌려다

駕我風背翼 가아풍배익

바람 등의 날개처럼 나를 태우고

須臾到蓬丘 수유도봉구

잠깐 사이에 봉래산에 이르러서

一見梅月客 일견매월객

한 번이라도 매월객을 뵈었으면

 

10. 妓淵釣魚 기연조어

기연에서 고기를 낚다

入海觀魚者 입해관어자

바다에 들어가서 고기를 본 사람이

臨淵直釣何 임연직조하

못가에서 곧은 낚시로 무엇을 낚을까

三公如可傲 삼공여가오

삼공을 같이 가히 업신여기고

一竹是生涯 일죽시생애

낚싯대 하나로 평생을 보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