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立秋

-수헌- 2021. 8. 4. 17:25

입추(立秋)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다는 뜻인데, 아직 말복이 지나지 않아 더위는 물러가지 않았지만 밤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 지겨운 열대야는 조금 수그러든다. 농촌에서는 김매기도 거의 끝나고 조금 한가한 시기가 되어 다가올 가을 풍년을 기대하는 시기이다. 옛날 선비들은 가을을 맞아 풍년을 기대하는 시를 쓰기도 했지만 가을이 겨울로 가는 문턱임에 빠른 세월을 한탄하는 시도 많이 썼던 것 같다.

 

立秋 입추    李滉 이황

입추를 맞아 풍년농사를 기원하며 읊다

 

凉生暑退立秋逢 양생서퇴입추봉

입추를 맞아 찬 기운 일고 더위 물러나니

發穗東郊感稔農 발수동교감임농

동편들에 이삭이 패니 풍년농사 느껴지네

氣爽庭邊稀草蟪 기상정변희초혜

뜰 주변이 서늘해지니 쓰르라미 줄어들고

明月籬下亂寒蛩 명월리하난한공

달 밝은 울타리 아래 귀뚜라미 요란하네

煙凝水畔催銀浪 연응수반최은랑

안개 낀 물가에는 은빛 물결이 출렁이고

露下山頭變翠容 노하산두변취용

이슬 내린 산봉우리 푸른빛으로 변하네

將至稻黃仍鼓腹 장지도황잉고복

벼가 누렇게 익어 배 두드릴 날 다가오니

家家擊壤蓐收供 가가격양욕수공

집집마다 격양가 울리며 욕수신 공양하네

 

※蓐收(욕수) ; 가을을 맡은 신. 서방을 관장하는 삼황오제의 한 명인 소호(少昊)를 보좌하며 가을을 다스린다.

 

立秋 입추    徐居正 서거정

 

時秋雨新霽 시추우신제

때는 가을이라 비가 막 개고 나니

一葉落庭梧 일엽락정오

오동잎 한 잎 뜨락에 떨어지네

頗覺容顔減 파각용안감

자못 얼굴이 야위어짐을 깨달으며

堪悲歲月徂 감비세월조

세월의 흐름을 슬퍼하며 견디네

浮名厭簪紱 부명염잠불

덧없는 이름과 벼슬은 이제 싫고

歸興滿江湖 귀흥만강호

강호에 돌아갈 생각만 가득 이네

落日庭除靜 낙일정제정

석양의 뜨락은 조용하기만 하여

閑行信杖扶 한행신장부

지팡이 의지해 한가히 거니노라

 

※簪紱(잠불): 옛날 관복(官服)의 머리 장식 비녀와 실로 만든 허리띠라는 뜻으로 지위가 높거나 벼슬살이의 뜻으로 쓰인다.

 

立秋日 입추일    劉翰 유한

 

乳鴉啼散玉屛空 유아제산옥병공

까마귀 울음 쓸쓸히 옥 병풍에 흩어지니

一枕新凉一扇風 일침신량일선풍

사립문 바람 한줄기에 베갯머리 서늘하네

睡起秋聲無覓處 수기추성무멱처

가을 소리 찾을 길 없어 잠에서 깨어나니

滿階梧葉月明中 만계오엽월명중

밝은 달빛 아래 오동잎 섬돌에 가득하네

 

※劉翰(유한)은 북송(北宋) 시기에 활약한 名醫(명의)이다. 자는 武子(무자)이고, 행적은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며 유명한 中醫(중의) 집안에서 자라나 강동과 오월 지방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立秋前一日覽鏡 입추전일일람경    李益 이익

입추 하루 전날 거울을 보며

 

萬事銷身外 만사소신외

세상만사가 몸 밖으로 흩어지고

生涯在鏡中 생애재경중

내 생애가 모두 거울 속에 있구나

唯將滿鬢雪 유장만빈설

오직 흰 귀밑머리만 가득한데

明日對秋風 명일대추풍

내일 또 가을바람 마주하겠네

 

※이익(李益) (748년 ~ 827년). : 中唐(중당) 시기의 시인. 자는 君虞(군우). 벼슬길이 순탄치 않아 북방을 떠돌며 변방을 소재로 한 시를 많이 썼다. 李君虞詩集(이군우시집 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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