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또다른 무더위 피서법

-수헌- 2021. 7. 26. 18:36

삼복더위가 한창이라 무더위는 더욱 기승이다. 옛 선비들은 다산(茶山)소서팔사처럼 활쏘기, 시 짓기, 바둑 두기 같은 신선놀음으로만 여름 더위를 떨친 것만은 아니었다. 아무리 체면이 소중한 사대부라도 더위엔 훌렁 벗고 나체로 더위를 식히거나, 계곡 속으로 피서를 가거나, 그도 아니면 어디 올해만 더운가라고 생각하고 느긋하게 더위에 적응함도 좋을 것이다.

 

裸體 나체    蔡濟恭 채제공

 

裸體臥疎牖 나체와소유

훌렁 벗고 트인 들창 아래 누우니

微凉生簟席 미량생점석

대자리에 조금 서늘한 기운 일어나네

迢迢不成夢 초초불성몽

기나긴 날 아련히 꿈 못 이루는데

葉上雨時滴 엽상우시적

잎사귀 위에 때마침 빗방울 떨어지네

 

蔡濟恭(채제공.1720∼1799) ; 조선 정조 때의 문신. 자는 백규(伯規), 호는 번암(樊巖), 시호는 문숙(文肅), 1743년(영조 19) 문과에 급제, 승문원(承文院) 부정자(副正字)를 비롯하여 여러 요직을 거쳐 암행어사로 호남(湖南)을 다녀와서 승지에 이르렀다.

 

月夜 월야    尹拯 윤증

달밤

 

裸體牕間臥 나체창간와

벌거숭이로 창문 사이에 누워서

偃蹇明月下 언건명월하

밝은 달 아래 쓰러져 뒹군다

超然忘世紛 초연망세분

초연히 어지러운 세상 잊고 있으니

我是何爲者 아시하위자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尹拯(윤증, 1629 ~ 1714) ; 조선 후기의 학자, 정치인, 사상가이다. 자(字)는 자인(子仁), 호는 명재(明齋)·유봉(酉峰), 시호는 문성(文成)이다. 서인이 노론, 소론으로 분당할 때 소론의 영수가 된다.

 

夏日山中 하일산중    李白 이백

 

懶摇白羽扇 나요백우선

백우선을 게으르게  흔들면서

裸體青林中 나체청림중

푸른 숲 속에 벌거숭이로 있네

脫巾掛石壁 탈건괘석벽

두건은 벗어 석벽에 걸어두고

露頂灑松風 로정쇄송풍

정수리 드러내 솔바람 맞는다

 

水雲亭避暑   수운정피서    鄭來僑  정내교

 

赤日中天鳥不鳴 적일중천조불명

붉은 해 중천이라 새들도 울지 않는데

山人騎馬作閒行 산인기마작한행

산인은 말을 타고 한가로이 지나가네

翛然去入連山路 소연거입련산로

어느덧 골짜기 산속 길로 들어가니

喜得松風澗水聲 희득송풍간수성

솔바람에 계곡 물소리 반갑게 들려오네

 

鄭來僑(정내교, 1681년~1757) ; 조선 후기 『완암집』을 저술한 시인. 문장가로 자는 윤경(潤卿), 호는 완암(浣巖)이다.

 

苦熱 고열    李瀷 이익

무더위

 

年年人道熱無前 년년인도열무전

해마다 사람들이 전에 없던 더위라는데

卽事斟量也似然 즉사짐량야사연

막상 닥쳐 생각하니 그러리라 여겨지네

自是凡情忘過去 자시범정망과거

무릇 본성은 지난 일을 잘 잊기 마련이라

天心均一豈容偏 천심균일기용편

천심은 한결같아 어찌 치우침이 있겠는가

 

이익(李瀷, 1681~1763 ; 호는 성호(星湖)로, 조선 후기 실학의 대가이다. 숙종 31년 증광문과(增光文科)를 보았으나, 낙방하였고, 이듬해 친형이자 스승인 이잠(李潛)이 역적으로 몰려 희생되자, 벼슬을 단념하고 안산에 머물며 일생을 학문에 전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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