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단오절(端午節)

-수헌- 2021. 6. 8. 17:25

6월 14일은 음력 5월 5일 단오절(端午節)이다. 단오절도 예전에는 설, 추석, 한식과 함께 4대 명절로써 조상과 하늘에 제사 지내고, 창포물에 머리 감기, 씨름, 그네뛰기 등 다양한 민속을 즐겼으나 요즘 들어 잊혀진 명절이 되었다.

단오와 관련한 행사인 강릉 단오제중요무형문화제 13호로 지정되어 있고 2005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그 당시 중국 언론에서는 단오를 뺏어간다느니 문화 약탈이니 하며 한국을 비난했었다.

중국의 단오는 우리나라와 달리 정치가이자 시인인 굴원(屈原)의 추모에서 비롯되었다.

굴원(기원전 339~278년)은 전국시대 초나라 회왕(楚懷王)때의 신하인데, 당시 전국(戰國) 7개국 중 가장 강대한 진(秦)나라가 초나라에게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 굴원은 초나라의 희왕에게 진나라의 요구에 응하지 말라고 하였으나, 회왕(懷王)은 간신들의 말에 넘어가 진나라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되고, 굴원은 모함을 받아 초나라에서 추방되게 되는데, 굴원은 초나라를 차마 떠나지 못해 멱라강(汨羅江)에 투신하였다. 이날이 음력 5월 5일로써 후세 사람들이 굴원의 넋을 기리기 위해 제사한 것이 중국 단오절의 유래이다.

단오절과 관련하여 수많은 시인들이 풍속과 풍경을 노래하였는데 주로 단오 풍속인 그네에 대해 노래하거나, 명절을 맞아 인생을 회상하는 시가 주를 이룬다. 그 중 우선 몇 수 감상해 본다.

 

端午日書懷   단오일 서회     회재 이언적

단옷날에 감회를 쓰다

 

節屆端陽萬物輝 절계단양만물휘

단오절이 돌아와 만물이 빛나건만

一身憔悴與時違 일신초췌여시위

초췌해진 이 몸은 시절과 다르네

宮衣憶昨霑恩賜 궁의억작점은사

궁의 하사 받은 옛날 은총 생각에

客淚如今墮晩暉 객루여금타만휘

길손의 눈물은 저무는 해와 같구나

宿草難禁感霜露 숙초난금감상로

숙초는 상로지감을 금하기 어렵고

殘年無計奉庭闈 잔년무계봉정위

늘그막에 부모님 봉양할 길이 없네

平生忠孝今俱闕 평생충효금구궐

평생 하던 충효를 지금 모두 못하여

異域風煙擧眼非 이역풍연거안비

눈 들어 보니 이역 풍경이 낯설다

 

宮衣(궁의) ; 궁인이 지은 옷, 관복(官服), 조복(朝服)을 의미하며 단옷날 임금이 내리는 옷이란 뜻도 있다. 아래 두보의 시에도 단옷날 궁의를 하사 받고 감격하는 내용이 있다.

宿草(숙초) : 묘 지위에 돋는 숙근초(宿根草).

感霜露(감상로) ; 霜露之感(상로지감). 상로지감은 돌아가신 부모나 선조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의미한다. 《예기》

庭闈(정위) : 부모가 거처하는 방이라는 뜻으로, 어버이를 이르는 말.

 

이언적(李彦迪,1491~1553)은 조선의 성리학자이자 정치가이다. 자(字)는 복고(復古), 호(號)는 회재(晦齋), 자계옹(紫溪翁)이며 시호(諡號)는 문원(文元)이다. 의정부 좌찬성 등을 지냈다.

회재(晦齋)이언적(李彦迪)이 단오명절을 맞았으나 나이 든 자신의 처지와 벼슬에서도 물러나고 부모님도 안 계셔서 충효를 다하지 못함을 한탄한 시이다.

 

端午日賜衣 단오일사의   杜甫 두보

단옷날 궁의를 하사 받다.

 

宮衣亦有名 궁의역유명

궁의 하사자에 내 이름 또한 있으니

端午被恩榮 단오피은영

단옷날에 황제의 성은을 입었구나

細葛含風軟 세갈함풍연

가는 베는 바람 머금은 듯 부드럽고

香羅疊雪輕 향라첩설경

향기로운 비단은 쌓인 눈처럼 가볍네

自天題處濕 자천제처습

황제가 내리신 글 아직 젖어 있는데

當暑著來淸 당서저래청

더위를 맞으면 분명히 시원하리라

意內稱長短 의내칭장단

마음속으로 길이를 가늠해 보며

終身荷聖情 종신하성정

평생 동안 성은을 지고 가야겠네

 

단오를 맞아 두보는 황제로부터 궁의를 하사 받고 그 감격을 시로 지었다.

 

鞦韆 추천 李梅窓 이매창

그네

 

兩兩佳人學半仙 양양가인학반선

미인들이 쌍쌍이 그네 타기 배우려고

綠楊陰裡競鞦韆 독양음리경추천

푸른 버들 그늘 아래서 그네를 다투네

佩環遥響浮雲外 패환요향부운외

패물 소리 뜬구름 밖에 아득히 울리며

却訝乘龍上碧天 각아승용상벽천

용을 타고 푸른 하늘을 오르내리네

※半仙(반선) : 그네의 별칭

이매창(李梅窓,1573~1610)은 조선 선조 때의 부안(扶安) 기생이다. 본명은 향금(香今), 호는 매창(梅窓) 또는 계생(桂生·癸生), 계랑(桂娘·癸娘) 등으로도 불리며, 황진이(黃眞伊), 부용(芙蓉)과 함께 조선 삼대시기(三大詩妓)로 불리며, 당대의 문사인 유희경(劉希慶)·허균(許筠)·이귀(李貴) 등과 교유가 깊었다.

 

 

江頭端午 강두단오    姜只在堂 강지재당

단옷날 강가에서

 

屈子無窮怨 굴자무궁원

굴원의 원한은 끝이 없는데

汨羅日夜流 멱라일야류

멱라수는 밤낮으로 흘러만 가네

年年端午日 년년단오일

해마다 단옷날이 돌아오면

競渡此江頭 경도차강두

사람들 다투어 이 강가 건너네

 

강지재당(姜只在堂,1863~1907)의 本名은 澹雲(담운)이고, 號는 只在堂(지재당)이다. 金海妓生(김해기생)으로 조선말기 서화가로 시 서 화(詩 書 畵)에 두루 능했던 차산(此山) 배문전(裵文典)의 小室이었다. 특이하게 아녀자로서 중국의 굴원을 추모하는 시를 지었다.

 

鞦韆 추천     朴齊家 박제가

그네

 

劈去鞦韆一頓空 벽거 추천일돈공

그네 한번 굴러 허공을 갈라 솟구치니

飽風雙袖似彎弓 포품쌍수이만궁

바람 머금은 양 소매가 당긴 활 같구나

爭高不覺裙中綻 쟁고불각군중탄

높이만 다투다 치마 터진 줄도 모르고

倂出鞋頭繡眼紅 병출혜두수안홍

드러난 꽃신 코가 눈을 붉게 수놓네

 

朴齊家(박제가; 1750~?); 조선 후기 국가경제체제의 재건을 논했던 북학파의 거두. 자는 차수(次修), 호는 초정(楚亭)·정유(貞蕤)·위항도인(葦杭道人)이며, 서자로써 매우 곤궁하게 성장하였으며 박지원, 이덕무, 유득공 등 북학파와 사귀었다

 

 

端午見鞦韆女戱 단오견추천여희    李奎報 이규보

단오(端午)에 그네 뛰는 여자 놀이를 보다

 

推似神娥奔月去 추사 신아 분월 거

밀 때는 선녀가 달로 가는 듯하고

返如仙女下天來 반여선녀하천래

돌아올 땐 하늘에서 오는 듯하네

仰看跳上方流汗 앙간도상방류한

솟구칠 때 쳐다보면 막 땀이 나지만

頃刻飄然又却廻 경각표연우각회

순식간에 펄럭이며 또다시 돌아오네

 

莫言仙女下從天 막언선녀하종천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온단 말을 마소

來往如梭定不然 래왕여사정불연

베틀 북처럼 왔다 갔다 할 뿐이네

應是黃鸎擇佳樹 응시황앵택가수

아마도 꾀꼬리가 좋은 나무 고르려고

飛來飛去自翩翩 비래비거자편편

나부끼며 날아왔다 갔다 하는 것인가

 

이규보(李奎報; 1168~1241); 고려의 대표적인 문신, 문장가. 저서로 동명성왕의 업적과 고려건국을 노래한 『동명왕편』, 『백운소설』 등이 있다.

 

 

端午扇 단오선      洪錫謨 홍석모

단오부채

 

函擎貼扇獻天門 함경첩선헌천문

함을 들어 부채를 대궐에 바치고

化被仁風拜賜恩 화피인풍배사은

은혜로 부채를 내리니 감사히 절하네

外角三臺多巧制 외각삼대다교제

외각선과 삼대선은 공교하게 만들었고

南藩年例問朝紳 남번연례문조신

남번은 연례대로 조신에게 선사하네

 

仁風(인풍) : 어진 덕, 어진 인품. 동진(東晉)때, 원굉(袁宏)이 지방 관리로 부임할 때 당대 최고의 시인인 사안(謝安)이 어진 정치를 하라는 뜻으로 부채를 선물했다. 이에 원굉이 「정말 인풍을 받들어 칭찬해야만 한다」고 대답한 고사에서 부채란 뜻도 있다. 이때부터 부채에는 ‘어진 정치’라는 뜻도 담겼다.

※外角三臺(외각삼대) : 外角煽과 三臺煽. 각각 변죽의 바깥에 뿔을 사용하고, 변죽을 뿔대나무 등으로 3곳에 붙인 부채로 귀하고 비싼 부채를 의미한다.

南藩(남번) : 남쪽 지방의 관찰사나 병사(兵使) 혹은 수사(水使)등의 관리. 이들이 지방에서 부채를 만들어 중앙의 관리들에게 상납했다.

朝紳(조신) : 조정에서 조복에 큰 띠를 두른 관리, 즉 고급 관리를 말함.

 

홍석모(洪錫謨;1781~1857)는 조선 후기 문인 학자로 호는 도애(陶厓) 혹은 구화재(九華齋)이며 세시풍속서인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의 저자이다.

단옷날 임금이 신하들에게 고급 부채를 하사하는 풍습과 지방관이 조정 고관에게 부채를 상납하는 악습도 같이 풍자하고 있다.

단오를 맞아 졸작이지만 부채를 하나 만들어 봤다. 袖出淸風(수출청풍), 소매속에서 나오는 맑은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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