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하지(夏至)가 다가오니 올해도 벌써 반이 지나간 느낌이다.
한 해의 시작은 통상 (양력) 1월 1일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옛날 주(周)나라에서는 태양이 가장 남쪽에 있는 동지를 한 해의 시작으로 보아 동지(冬至)를 설날로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동지를 아세(亞歲)라 하여 작은 설날로 치고 이날이 지나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걸로 생각했다. 이렇게 보면 하지는 1년의 꼭 절반이 되는 반환점이 되는 셈이다.
夏至 하지 丁若鏞 정약용
月於三十日 월어삼십일
달은 한 달 삼십일 중에서
得圓纔一日 득원재일일
둥근 날은 겨우 하루뿐이고
日於一歲中 일어일세중
해는 일 년 동안에
長至亦纔一 장지역재일
가장 긴 하지 또한 겨우 하루이네
衰盛雖相乘 성쇠수상승
성쇠가 비록 서로 이어지지만
盛際常慓疾 성제상표질
성할 때는 늘 빨리 지나간다네.
苦熱行示徯父 고열행시혜부 丁若鏞 정약용
더위 노래를 지어 혜보에게 보이다
夏至過後夜初長 하지과후야초장
하지 지난 뒤 비로소 밤이 길어지면
下土漸滄宜漸凉 하토점창의점량
땅도 날씨도 점점 서늘해져야 하는데
應衰不衰愈益熾 응쇠불쇠유익치
응당 쇠해야 하는데 더욱더 타오르니
未信炎熱由太陽 미신염열유태양
불볕더위가 해에서 나옴을 못 믿겠구나.
積威成形物莫抗 적위성형물막항
엄청난 위력을 아무것도 막지 못하고
分秒進退休商量 분초진퇴휴상량
잠깐의 진퇴도 생각하지 못하겠네
請君高臥勿搖扇 청군고와물요선
그대 높이 누워 부채 흔들지 마시게
心平氣定我體康 심평기정아체강
마음과 기운 평정 하면 내 몸도 건강하리니
이 시는 하지를 지나면 낮은 다시 짧아지고 시원해져야 하는데, 점점 더워지는 하지 뒤의 날씨를 노래한 시로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이 같이 시모임을 하는 한혜보(韓徯父)에게 보낸 시이다
한혜보(韓徯父)는 다산(茶山)이 젊은 시절 지기(知己)들 15명과 함께 죽란시사(竹蘭詩社)라는 시 짓기 모임을 만들었는데 그 계원중 한 명이다.
夏至 하지 權德與 권덕여
璇樞無停運 선추무정운
천체의 운행에는 머무름이 없어서
四序相錯行 사서상착행
사계절이 차례대로 서로 교차하네
寄言赫曦景 기언혁희경
전하는 말에 의하면 뜨거운 열기도
今日一陰生 금일일음생
오늘부터 음기가 하나씩 생긴다네
權德與(권덕여;759~818)는 당나라 때의 문학가로 네 살 때부터 시를 지었고 열다섯 살 때 지은 문장이 수백 편이었다고 한다.
※璇樞(선추) : 璇은 북두칠성의 두 번째 별 이름이고, 樞는 북두칠성의 첫 번째 별로써 우주, 천체를 말함.
※赫曦(혁희) : 불 이글거릴 赫, 햇빛 曦, 이글거리는 햇빛, 더위가 심한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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