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시(田園詩)

村居卽事 五首 (촌거즉사 오수) - 申欽 (신흠)

-수헌- 2025. 5. 17. 19:04

村居卽事 五首   촌거즉사 오수     申欽   신흠  

시골집의 즉흥시

 

柴門臨水稻花香 시문임수도화향

물가로 난 사립문으로 벼꽃 향기가 드니

始覺村居氣味長 시각촌거기미장

시골에 사는 좋은 맛을 비로소 깨닫겠네

偶與老農談野事 우여노농담야사

우연히 늙은 농부와 함께 농사일 얘기하다

不知山日已曛黃 부지산일이훈황

서산에 해가 이미 다 진 것도 몰랐구나

 

其二

蕙蘭爲佩芰荷衣 혜란위패기하의

혜초와 난초를 차고 연잎 엮어 옷 만들고

迹混漁樵息世機 적혼어초식세기

고기 잡고 나무하며 세상일을 모두 잊고

萬事不求溫飽外 만사불구온포외

따뜻하고 배부른 것 외에는 바라지 않고

小簷閒坐對朝暉 소첨한좌대조휘

처마 밑에 한가히 앉아 아침 햇살 마주하네

 

其三

精舂玉粒供晨飯 정용옥립공신반

곱게 절구질한 쌀로 아침밥을 장만하고

旋劈團臍備客羞 선벽단제비객수

게 배딱지를 쪼개서 손님 음식 준비하네

借問野翁何所事 차문야옹하소사

시골 노인 하는 일이 무어냐고 물었더니

本來無喜又無憂 본래무희우무우

기쁠 것도 걱정도 본래부터 없다고 하네

 

其四

莫覓仙方覓睡方 막멱선방멱수방

신선술 찾지 말고 잠 잘 자는 방법 찾아

蒲團瓦枕竹匡牀 포단와침죽광상

대 침상 부들자리에 기와 베개를 베었네

何須更作周公夢 하수경작주공몽

어찌 반드시 주공의 꿈을 꾸어야만 하나

夢到羲皇一味長 몽도희황일미장

희황상인 꿈꾸는 것도 깊은 맛이 좋은데

 

其五

上池種荷荷萬柄 상지종하하만병

연을 심어 못 위에 일만 포기 연이 있고

下池養魚魚千頭 하지양어어천두

고기 길러 못 아래에 물고기가 천 마린데

野翁生計此足矣 야옹생계차족의

시골 영감 생계가 이만하면 넉넉한데

不須更要千戶侯 불수갱요천호후

어찌 다시 천호후가 되려 할 필요가 있나

 

※蕙蘭爲佩芰荷衣(혜란위패기하의) : 굴원(屈原)의 초사(楚辭) 이소(離騷)에 ‘내가 이미 구원의 땅에 난초를 심어 놓고, 다시 백 묘의 땅에 혜초를 심었노라.〔余旣滋蘭之九畹兮, 又樹蕙之百畝.〕’라고 한 구절과, ‘마름과 연잎 마름질하여 저고리를 짓고, 부용을 모아서 치마를 짓네. 〔製芰荷以爲衣兮 集芙蓉以爲裳.〕’라고 한 것을 인용하여 초야에 물러나 삶을 의미한다.

※團臍(단제) : 암게의 둥근 배딱지.

※周公夢(주공몽) : 논어(論語) 술이(述而) 편의 몽견주공(夢見周公)의 고사를 말한다. ‘공자가(孔子) 젊었을 때는 뜻이 주공의 도를 행하고 싶어, 꿈속에서도 혹 주공을 뵙는 듯했다. [孔子盛時, 志欲行周公之道, 故夢寐之間, 如或見之]’는 것을 말한다.

※夢到羲皇(몽도희황) : 희황(羲皇)은 희황상인(羲皇上人)의 준말이다. 복희씨 이전의 사람이라는 뜻으로, 세상일을 잊고 한가하게 편안히 숨어 사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도연명(陶淵明)의 시에 ‘오뉴월에 북창 아래 누워서 시원한 바람이 잠깐 불어오면 스스로 희황상인이라 이른다. [五六月中 北窓下臥 遇涼風暫至 自謂是羲皇上人]’라고 한 데서 연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