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시(田園詩)

村居 (촌거) - 成運 (성운)

-수헌- 2025. 5. 6. 17:36

村居 촌거 成運 성운  

시골집

 

白髮烏巾一老人 백발오건일노인

한 노인이 백발이 되어 오건을 썼으니

素衣無復染緇塵 소의무부염치진

흰옷이 다시 검은 먼지에 물들 일 없네

誅茅地入煙霞窟 주모지입연하굴

연하굴의 땅에 들어가서 초가집을 짓고

代食名編稼穡民 대식명편가색민

대식의 명부에 이름 올려 농민이 되었네

薤葉淸涼靑簟滑 해엽청량청점활

푸른 대자리가 해엽처럼 맑고 매끄럽고

松花香軟紫醪醇 송화향연자료순

송화 향기 부드럽고 붉은 술이 진하구나

鹿門不必携妻子 녹문불필휴처자

녹문에 꼭 처자식을 데려갈 필요 없으니

偃息田園亦隱淪 번식전원역은륜

전원에서 편안히 지내면서 은거해야지

 

※烏巾(오건) : 벼슬하지 않고 은거하는 사람이 쓰는 검은색 두건을 말한다.

※煙霞窟(연하굴) : 연하(煙霞)는 안개와 노을이라는 뜻이나 아름다운 산수와 자연을 의미한다. 따라서 아름다운 골짜기란 의미이다.

※代食(대식) : 농사지으며 사는 것을 뜻한다. 시경(詩經) 대아(大雅) 상유(桑柔)〉에 ‘농사짓기를 좋아하여 농사지어 녹봉을 대신하네, 농사짓는 것은 보배로우며 녹봉 대신하니 좋기만 하네. [好是稼穡, 力民代食. 稼穡維寶, 代食維好.]’라고 하였다.

※薤葉淸涼靑簟滑(해엽청량청점활) : 푸른 대 자리가 마치 염교(부추) 잎을 펴 놓은 것처럼 매끄럽다는 뜻이다. 당(唐) 나라 백거이(白居易)의 기기주점여원구(寄蘄州簟與元九) 시에 ‘매끄럽기는 해엽을 펴 놓은 것 같고 서늘하기는 와룡의 비늘 같구나. [滑如鋪薤葉 冷似臥龍鱗.]’라고 하였다,

※鹿門不必携妻子(녹문불필휴처자) : 후한(後漢) 말에 방덕공(龐德公)이 처자식을 거느리고 양양(襄陽)의 녹문산(鹿門山)에 들어가 약초를 캐며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는 고사를 인용하였다.

 

*성운(成運, 1497~1579년) : 조선 전기 대곡집을 저술한 학자. 자는 건숙(健叔), 호는 대곡(大谷). 1531년(중종 26) 진사에 합격하였으나, 성운의 형이 을사사화로 화를 입자 보은 속리산에 은거하고 벼슬에 나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