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居 촌거 徐居正 서거정
地僻江村四五峯 지벽강촌사오봉
후미진 땅 강촌 마을의 네댓 봉우리 아래
茅簷低小僅身容 모첨저소근신용
나지막한 초가집에 겨우 몸을 담고 있는데
婦因病臥妨蠶績 부인병와방잠적
아내는 병들어 누워 양잠 길쌈도 못 하고
翁愛閑吟廢圃農 옹애한음폐포농
늙은이는 시 읊기 좋아해 농사를 폐하였네
北里花殘餘宿釀 북리화잔여숙양
북쪽 마을엔 묵은 술 남았는데 꽃 시들고
南隣麥熟急昏舂 남린맥숙급혼용
남쪽 이웃은 보리 익어 저녁 방아를 찧네
十年栽種終身計 십년재종종신계
평생 계책으로 십 년을 씨 뿌리고 가꾸니
野興悠悠粥面濃 야흥유유죽면농
시골 흥취가 유유하여 죽면처럼 진하구나
結廬終擬妙高峯 결여종의묘고봉
언젠가는 묘고봉에 오두막을 짓고자 하나
敢向淸時望苟容 감향청시망구용
감히 태평세월에 진실로 용납되길 바랄까
杜老不妨希稷卨 두로불방희직설
두로에게 직설을 기대한 것도 무방하지만
陶潛自道比羲農 도잠자도비희농
도연명은 스스로를 희농상인에 비유하였지
秫田春到奴先種 출전춘도노선종
봄이 오면 차조 밭은 종이 먼저 씨 뿌리고
粟米朝來婢自舂 속미조래비자용
아침에는 계집종이 홀로 곡식 방아를 찧네
病起始知人事絶 병기시지인사절
앓고 일어나서야 할 일이 없어진 것을 알고
小窓端坐睡還濃 소창단좌수환농
창 앞에 조용히 앉아 잠이 도리어 깊어지네
※粥面(죽면) : 진한 차[濃茶]나 혹은 진한 술[醇酒]의 표면에 빽빽하게 응결되는 얇은 막을 말한다.
※妙高峯(묘고봉) : 묘고봉(妙高峯)은 여러 곳에 동명(同名)의 산봉들이 있고, 불교에서 수미산(須彌山)의 가장 높은 봉우리를 말하기도 하나, 여기서는 단순히 기묘하고 높은 봉우리를 말하는 듯하다.
※杜老不妨希稷卨(두로불방희직설) : 두로(杜老)는 두보(杜甫)를 가리키고, 직설(稷卨)은 순(舜) 임금의 어진 신하인 후직(后稷)과 설(契, 契과 卨은 같은 자로 쓰인다.)을 말한다. 순임금을 잘 보필하여 천하를 태평하게 하였다. 두보(杜甫)의 시에, ‘두릉에 포의의 신하가 있으니, 늙어가며 뜻이 더욱 졸렬해지네, 몸을 기약함이 어찌 그리 어리석은지, 맘속으로만 후직과 설에 비교하네. 〔杜陵有布衣 老大意轉拙 許身一何愚 竊比稷與契〕’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陶潛自道比羲農(도잠자도비희농) : 희농(羲農)은 羲農皇上人(희농황상인) 또는 희황상인(羲皇上人)을 말한다. 복희씨 이전의 사람이라는 뜻으로, 세상일을 잊고 한가하고 편안히 숨어 사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도연명(陶淵明)의 글 중의 ‘인생 오십여 세에 성미는 강직하고 재주는 졸렬하여 세상과 어긋남이 많았다. 일찍이 북창 아래 누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스스로 복희 시대 이전의 사람이라 생각했다. [有行年五十餘 性剛才拙 與物多忤 甞北窓下卧遇凉風 自謂羲皇上人之語]’라고 한 것을 말한다.
※秫田春到奴先種(출전춘도노선종) : 차조는 본디 술을 빚기에 가장 좋은 곡식이므로, 술을 좋아하는 도연명(陶淵明)이 팽택 영(彭澤令)으로 있을 때, 현(縣)의 공전(公田)에다 차조만을 심으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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