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시(田園詩)

田家雜詠 三首 (전가잡영 3수) - 李山海 (이산해)

-수헌- 2025. 4. 26. 14:19

田家雜詠 三首   전가잡영 3수     李山海   이산해 

蒻笠靑簑野水頭 약립청사야수두

들녘 물가에 푸른 도롱이에 삿갓 쓰고

村翁活計在西疇 촌옹활계재서주

시골 늙은이는 서쪽 논밭에서 사는구나

移秧正趁黃梅雨 이앙정진황매우

황매우 내릴 때를 맞춰 모내기를 하고

刈稻常期紫蟹秋 예도상기자해추

붉은 게 살찌는 가을에 항상 벼를 베네

釀得濁醪修社禊 양득탁료수사계

갖 빚어낸 막걸리로 사계를 지낸 뒤에

炊成雪餠當珍羞 취성설병당진수

쪄낸 흰 떡을 먹으니 진귀한 별미구나

田家此樂年年事 전가차락연년사

농가의 이 즐거움 해마다 있는 일이니

不羨人間萬戶候 불선인간만호후

인간 세상의 만호후가 부럽지 않구나

 

十月高風振樹林 십월고풍진수림

시월 거센 바람이 숲의 나무를 흔들 때면

山村處處起寒砧 산촌처처기한침

산촌 곳곳에 다듬이 소리 서늘하게 이네

稌秔收盡空場冷 도갱수진공장냉

찰벼 메벼 다 거둔 타작마당은 썰렁하고

機杼聲殘破屋深 기저성잔파옥심

낡은 집 깊은 곳에는 베틀 소리 잦아드네

亂後鄕鄰幸無恙 난후향린행무양

난리 끝나니 이웃들 다행히 근심이 없어

燈前鷄酒各論心 등전계주각론심

등잔 앞에 술과 닭고기로 회포를 푸누나

農家水旱尋常事 농가수한심상사

수해와 한 해는 농가에 통상 있는 일이니

只畏官門印牒侵 지외관문인첩침

오직 관에서 보내오는 첩지가 두렵구나

 

里胥當門縛老嫗 이서당문박노구

아전이 들이닥쳐 늙은 할멈 잡아가고

三男前歲戍南州 삼남전세수남주

세 아들 작년에 남방으로 수자리 갔네

盡傾釜鼎寧寬限 진경부정녕관한

솥을 다 기울여도 독촉 늦출 수 없고

縱賣田牛未塞求 종매전우미새구

농우를 팔더라도 요구를 막을 수 없네

官長威稜何太峻 관장위능하태준

관장의 위세는 어찌 그리도 준엄한지

公庭鞭扑少無休 공정편복소무휴

관청의 매질은 잠시도 쉬지 않는구나

羨他路上流離子 선타노상유리자

노상에서 떠도는 저 거지가 부러우니

朝乞西鄰暮死溝 조걸서린모사구

아침에 빌어먹다 저녁에 구렁에서 죽는다 해도

 

※黃梅雨(황매우) : 매실이 익을 무렵 내리는 비. 보통 초여름에 내리는 장맛비를 말한다.

※社禊(사계) : 풍년이 들기를 기원하며 토지의 신에게 지내는 제사.

※鷄酒(계주) : 척계두주(隻鷄斗酒) 또는 적계서주(炙鷄絮酒)의 준말로 변변찮은 제사음식을 말한다.

 

*이산해(李山海,1539~1609) : 조선시대 홍문관 정자, 사헌부 집의, 영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여수(汝受), 호는 아계(鵝溪) 종남수옹(終南睡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