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文機障子 (문기장자) - 李仁老 (이인로)

-수헌- 2025. 2. 12. 12:31

文機障子   문기장자     李仁老   이인로  

玉色臨軒命管絃 옥색임헌명관현

임금님께서 대청에 납시어 주악을 명하시니

春風淡蕩上元天 춘풍담탕상원천

봄바람도 정월 대보름 날씨를 따뜻하게 하네

紅雲早綴鴉頭髻 홍운조철아두계

궁궐에서 일찍부터 검은머리 상투 글을 짓고

碧縷輕飄獸鼎煙 벽루경표수정연

향로의 연기는 푸른 실처럼 가벼이 나부끼네

桃熟已敎金母獻 도숙이교금모헌

잘 익은 복숭아를 서왕모 시켜 바치게 하니

曲高新自月娥傳 곡고신자월아전

월궁항아가 새로이 전해준 노랫소리가 높네

壽杯浮動南山影 수배부동남산영

헌수하는 술잔에 남산 그림자가 어른거리며

奉祝天皇八萬年 봉축천황팔만년

천황처럼 팔만 년 사시기를 봉축드리는구나

 

※文機障子詩(문기장자시) : 문기장자(文機障子)의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으나, 이제현의 역옹패설(櫟翁稗說)에, ‘중국 송나라 때 상원일(上元日)에 궁내에서 황제가 시를 발표하고 신하들이 이에 응하여 함께 시를 짓는 성대한 행사가 있었는데, 우리나라에도 송나라에 대등하여 이규보가 적은 등석 문기장자시(燈夕 文機障子詩)가 있었다.’라고 한데 비추어 보면 문기장자(文機障子)는 정월 대보름에 임금과 신하가 함께 연회를 베풀고 시를 짓는 행사인 듯하다.

※玉色(옥색) : 옥색(玉色)은 임금의 안색(顔色)이나 용안(龍顔)을 의미하니 곧 임금님이란 의미이다.

※紅雲早綴鴉頭髻(홍운조철아두계) : 홍운(紅雲)은 선인(仙人)이 머무는 곳은 항상 붉은 구름이 에워싸고 있다는 전설에 의거 궁궐을 표현하는 시어(詩語)이다. 아두계(鴉頭髻)는 검은 머리 상투라는 뜻인데, 문기장자(文機障子)가 정월 대보름에 임금과 신하가 연회를 베풀고 시를 짓는 행사인 것에 비추어 보면, 임금님이 검은 머리로 젊어지기를 기원하는 표현인 듯하다.

※獸鼎(수정) : 봉황(鳳凰) 용(龍)등의 신수(神獸)가 새겨진 향로.

※桃熟已敎金母獻(도숙이교금모헌) : 금모(金母)는 귀대금모(龜臺金母)라고도 불리는 서왕모(西王母)를 말한다. 고려사(高麗史) 악지(樂志)에 서왕모가 황제에게 천세영도(千歲靈桃)를 바치는 가무희(歌舞戱)인 헌선도무(獻仙桃舞)에 대한 기록이 있다.

※曲高新自月娥傳(곡고신자월아전) : 당(唐)의 도사인 나공원(羅公遠)이 현종(玄宗)을 모시고 궁중에서 달구경을 하다가 계수나무 지팡이를 공중에 던져 큰 다리를 만들고, 현종과 함께 월궁(月宮)에 이르니 선녀들이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나공원(羅公遠)이 그 음조를 기억하고 돌아와 그 곡 그대로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을 지었다고 한다.

※壽杯浮動南山影(수배부동남산영) : 시경(詩經) 소아(小雅)의, ‘남산과 같이 오래 사시어, 안 넘어지고 안 무너지소서. [如南山之壽 不騫不崩]’ 하는 축수(祝壽)의 구절에서 인용하였다.

※奉祝天皇八萬年(봉축천황팔만년) : 태고(太古)에 천황씨(天皇氏)는 만 팔천세(萬八千歲)를 살았다는 신화(神話)가 있는데 여기서는 아예 팔만 년을 살도록 축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