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淸明(청명) - 杜牧(두목) 外

-수헌- 2021. 3. 31. 18:22

벌써 4월로 접어들고 이번 일요일 4월 4일은 청명절이다. 청명절은 본격적으로 봄꽃이 개화하기 시작하는 때인데, 특히 살구꽃이 핀 풍경은 더욱 화사한 봄기운을 느끼게 한다. 이번 주말에도 비 예보가 있는데 예전에도 이 시기에는 비가 잦았나 보다. 오늘은 당나라 말기 두목(杜牧)이 지은 청명(淸明)을 감상해 본다.

杜牧(두목 ; 803 ~ 853)의 당나라 말기 사람으로 자는 목지(牧之), 호는 번천(樊川)인데, 우리나라에선 두목이라는 이름보다는 두목지(杜牧之)로 많이 널리 알려져 있다. 작품이 두보(杜甫)와 비슷하다 하여 소두(小杜)로 불린다.

 

淸明(청명) 杜牧(두목)

 

淸明時節雨紛紛 청명시절우분분

청명절에 부슬부슬 비가 내리니

路上行人欲斷魂 노상행인욕단혼

길 가는 나그네 넋을 잃을 것 같네

借問酒家何處在 차문주가하처재

근처에 술집이 어디 있냐고 물으니

牧童遙指杏花村 목동요지행화촌

목동이 멀리 행화촌을 가리키네

 

※ 欲斷魂(욕단혼): 혼이 끊어지는 것 같은, 즉 넋을 잃을 것 같다는 뜻.

※ 杏花村(행화촌): 杏(행)은 ‘살구나무 행’자로 ‘살구나무, 살구, 은행나무’를 뜻하므로 杏花村(행화촌)은 살구나무 꽃이 핀 마을을 의미한다. 이 시를 쓸 당시에는 그냥 보통명사로써 썼는데 이 시詩의 영향으로 중국 도처에 행화촌이라는 지명(地名)이 생겼다고 하고, 대부분의 술집에서도 살구나무를 심어서, 행화촌은 ‘술집’이라는 의미도 생겼다.

 

이 시를 좋아한 어떤 사람이 다음과 같이 장단구(長短句)로 만들었는데 시의 의미와 글자 수, 순서에 전혀 변화를 주지 않았는데 또 색다른 느낌을 준다.

 

清明時節雨 청명시절우

청명절에 비가 내리니

紛紛路上行人 분분로상행인

길 가는 행인 마음 어수선 하여

欲斷魂 욕단혼

마음이 무너질 것 같네

借問酒家何處 차문주가하처

주막이 어딘지 물으니

有牧童遙指杏花村 유목동요지행화촌

목동이 있어 멀리 살구꽃 마을 가리키네

 

이어서 조선 중기 김상헌(金尙憲)이 쓴 청명 시 한수 더 감상해 본다.

김상헌(金尙憲;1570~1652)은 조선 중·후기의 문신이며 학자이다. 자는 숙도(叔度), 호는 청음(淸陰)·석실산인(石室山人)·서간노인(西磵老人)이며 시호는 문정(文正)이다 조선 후기 세도가(勢道家) 신 안동김씨(安東金氏)의 선조로 그의 후손에서 13명의 재상과 수십 명의 판서, 참판이 배출되었고, 순조비, 헌종비, 철종비 등 왕비 3명과, 숙종의 후궁 영빈 김씨가 모두 그의 후손이었다. 병자, 정묘호란 때 인조가 청나라에 항복한 뒤 척화(斥和)를 주장했다 하여 청나라에 잡혀갔으며, 청나라 심양에 억류 중일 때 청명(淸明)절을 맞이하여 지은 시이다

볼모로 억류되어 있는 상황에서 맞이한 청명(淸明)절이 예년 같을 리가 없고, 무심한 계절은 변함이 없지만, 자신의 처지가 달라 이따금씩 놀란다는 것이다.

 

淸明感懷 청명감회

청명에 느끼는 감회

梨花風暖簡齋詩 이화풍난간재시

배꽃 피고 바람 따뜻해 시상을 다듬으니

今日淸明異昔時 금일청명이석시

오늘의 청명은 옛날과 다르구나.

節物豈隨人事變 절물개수인사변

시절이야 어찌 사람 따라 변할까만

自驚身世在天涯 자경신세재천애

하늘 끝의 내 신세에 스스로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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