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初夏卽事 초하즉사 - 서거정(徐居正)

-수헌- 2021. 5. 1. 17:31

벌써 5월에 접어들어 5일이면 어린이날 이면서 절기상으로는 입하(立夏)에 해당한다. 여름은 다른 계절에 비해 시인 묵객들의 대접을 받지 못한 것 같다. 꽃피고 새해가 열리는 봄, 낙엽 지고 오곡 풍성한 가을, 한해가 저물고 세월이 가는 겨울은 노래의 소재로 적합하지만, 유독 여름은 덥고 지루한 장마에 노래할 흥취가 덜했나 보다. 그러나 사가 서거정(四佳 徐居正)은 다른 문사(文士)들에 비해 여름을 주제로 한 시가 많이 남아 있다. 사가 서거정의 여름 시 중에서 초하즉사(初夏卽事)라는 시 한 편 감상해 본다.

이 시는 초여름의 편안한 생활을 읊은 것으로 작자의 여유로운 생활태도를 그대로 잘 드러내 주며, 내용도 평이한 편이다.

 

初夏卽事 초하즉사 서거정(徐居正)

초여름 날 즉석에서 짓다

 

濃陰寂寂小樓西 농음적적소루서

그늘 짙고 고요한 조그만 누각 서쪽에는

細草池塘綠已齊 세초지당녹이제

연못가의 고운 풀 이미 모두 푸르렀네

不識角巾花雨濕 불식각건화우습

꽃비에 절각건이 젖는 줄도 모르고

倚欄終日聽鶯啼 의란종일청앵제

종일 난간에 기대 꾀꼬리 울음만 듣네

 

角巾(각건) : 절각건(折角巾)을 의미함. 후한(後漢)의 곽태(郭泰)라는 사람은 자가 임종(林宗)인데, 학문이 대단하여 제자가 수천에 달했다고 한다. 언젠가 비를 맞아 그가 쓴 갓의 한쪽 귀가 꺾여 있었는데, 그를 본 사람들이 자신들의 갓도 한쪽 귀를 일부러 접어서 썼다고 한다. 여기서 절각건(折角巾)이 유래했으며 곽태의 자를 따서 임종건(林宗巾)이라고도 했다. <후한서 곽태전(後漢書 郭泰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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