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입춘(立春)

-수헌- 2021. 2. 1. 12:32

立春漢詩

 

正月二日立春  정월이일입춘  - 李滉 이황 

 

黃卷中間對聖賢 황권중간대성현

누렇게 바랜 책 속에서 성현을 마주하며

虛明一室坐超然 허명일실좌초연

밝고 텅 빈 방에 초연히 앉았노라

梅窓又見春消息 매창우견춘소식

매화 핀 창가에서 봄소식을 다시 보며

莫向瑤琴嘆絶絃 막향요금탄절현

거문고 마주 못하고 줄 끊겼다 한탄하네.

 

이른 봄을 알리는 입춘 즈음에 가장 먼저 피는 꽃이 매화이다. 매화를 애호한 사람 가운데 우리가 잘 아는 퇴계 이황(退溪 李滉)선생은 유별나다.

그는 매화를 보면서 지은 시만 100여 수를 따로 모아 ‘매화시첩’을 꾸밀 정도로 매화를 좋아했다 한다.

이 시는 퇴계 선생이 52세 때 지은 입춘시(立春詩) 2수 가운데 한 수로 퇴계집에 실려 있는데, 사람들은 이 시를 두고 퇴계 선생이 단양군수 때 만났던 두향이란 여인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라고 말한다.

퇴계 선생은 48세 때 단양군수로 부임하여 18세 된 관기 두향과 9개월 남짓 함께 있다 풍기군수로 옮기면서 이별했다. 풍기로 옮길 때 두향은 오래된 매화 화분을 선물하였고, 퇴계는 이 화분을 마치 두향을 대하듯 애지중지 키웠다고 전한다.

이 시에서도 그 마음이 잘 전달되고 있다. 입춘 즈음에 허전한 빈방에서 오래된 서책을 읽노라니 개화시기가 되자 변함없이 다시 피어나는 그 매화를 보니 아련히 거문고를 타던 두향이 생각난다. 두향을 향한 진한 그리움이 시구 속에 묻어난다. 임종을 앞두고도 매화에 물을 주라고 말한 퇴계의 매화에 대한 사랑은 바로 두향을 향한 그리움이었던 것이다.

 

 

立春偶成 입춘우성 - 張栻 장식

입춘에 우연히 짓다.

 

律回歲晚冰霜少 율회세만빙상소

해가 바뀌어 얼음과 서리 녹으니

春到人間草木知 춘도인간초목지

세상에 봄 온 줄 초목이 먼저 아네

便覺眼前生意滿 편각안전생의만

눈앞에 생의가 충만함을 깨달으니

東風吹水綠參差 동풍취수록참차

동풍이 불어와 초록 물결 일렁이네

 

장식(張栻, 1133~1180)은 남송(南宋)의 이학가(理學家)이며 시인이다. 백록동 서원에서 주자(朱子;朱熹)와 함께 강의도 하였고 그 시대에 주자에게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호가 남헌(南軒)이라 논어맹자 같은 경서의 주석에 남헌 장씨라고 나온다.

 매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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