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懷 추회 李敏求 이민구
가을날의 회포
秋熱苦蚊蠅 추열고문승
가을 더위에 파리 모기 귀찮아서
閉戶消永日 폐호소영일
문 걸어 닫고 긴 하루 보내는데
蓐收晩用事 욕수만용사
욕수가 늦게서야 일을 시작하니
商氣始淸發 상기시청발
상기가 맑게 일어나기 시작하네
鄙夫病欲蘇 비부병욕소
병든 이 몸도 생기가 나려 하여
杖藜俯空闊 장려부공활
지팡이 짚고 넓은 들판 굽어보니
天虛川靄澄 천허천애징
텅 빈 하늘에 물 아지랑이 맑고
原野莽蕭瑟 원야망소슬
우거진 넓은 들판은 소슬하구나
肅肅雲際雁 숙숙운제안
구름 가의 기러기는 훨훨 날아서
稍下蘆洲雪 초하노주설
흰 갈대 물가에 천천히 내려앉네
四序遞相乘 사서체상승
사계절이 서로 번갈아 찾아들어
羸老轉愁疾 이노전수질
늙어 가니 근심과 질병만 더하네
緬懷少年樂 면회소년락
아득히 젊은 날 즐거움 생각하며
微寒出城闕 미한출성궐
가벼운 추위 속에 성궐을 나서서
紫厓被楓菊 자애피풍국
단풍과 국화에 덮여 붉은 언덕의
山樓鑑晴月 산누감청월
산 위 누대에서 맑은 달 감상했지
飮酣鬪新詩 음감투신시
마시고 즐기며 새로운 시 겨루며
爛熳酬佳節 난만수가절
좋은 시절에 난만하게 보답했었지
到今事如夢 도금사여몽
이제는 그때의 일이 꿈만 같으니
捩手驩娛失 열수환오실
손이 비틀어지고 즐거움 사라지고
戢影蓬蓽居 집영봉필거
은퇴하여 오두막 집에 살아가면서
灰心游俠窟 회심유협굴
협굴에 놀던 마음 재가 되어버렸네
曾颷振高嶽 증표진고악
이에 높은 산에는 폭풍이 떨쳐나고
皓露凄以結 호로처이결
하얀 이슬만 차갑게 맺히는구나
大運有興沒 대운유흥몰
큰 운수에는 부침이 존재하니
人生逝將畢 인생서장필
인생도 가다 보면 끝이 있으리라
君看武夷洞 군간무이동
그대 보았는가 무이동 골짝에는
苔蝕神仙骨 태식신선골
신선의 몰골처럼 이끼가 끼었는데
委蛻亦何聊 위태역하료
허물 벗은들 무엇에 의지하겠는가
忘情徇予奪 망정순여탈
정을 잊은 내게서 빼앗아 가라 하리
※蓐收, 商氣(욕수, 상기) : 욕수(蓐收)는 오행 중에서 금(金)의 기운을 맡은 신으로 가을을 관장한다. 상(商)은 오음(五音) 가운데 가을에 속하므로, 상기(商氣)는 가을 기운을 의미한다.
※捩手(열수) : 한유(韓愈)의 송궁문(送窮文)에 ‘손을 비틀어 국을 엎게 하고. 〔捩手覆羹〕’에서 인용한 말로, 내 뜻대로 할 수 없음을 비유한다.
※戢影蓬蓽居(집영봉필거) : 집영(戢影)은 그림자를 감추다는 의미로 자취를 감추다, 은거하다 은퇴하다는 의미이고, 봉필(蓬蓽)은 쑥이나 가시덤불로 지붕을 이었다는 뜻으로, 가난한 사람의 오막살이 집을 이르는 말이다.
※委蛻(위태) : 허물을 벗는다는 말로, 신선이 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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