苦熱行 고열행 權近 권근
무더위
陰陽爲炭天地鑪 음양위탄천지로
천지는 화로 되고 음양도 숯이 되어
漫空火氣凝虗無 만공화기응허무
텅 빈 하늘에는 화기가 엉겨 넘치네
旁流赫赫焚人區 방류혁혁분인구
열기가 두루 흘러 인간 세상 태우니
如在甑中蒸肌膚 여재증중증기부
몸이 찌는 시루 속에 있는 듯하구나
山焦澤涸草木枯 산초택학초목고
산은 타고 늪 마르고 초목도 죽으니
農夫望雨相嗟吁 농부망우상차우
농부는 비 기다리며 서로 한숨짓네
祝融挾日飛天衢 축융협일비천구
축융이 해를 끼고 하늘을 날아가니
恐致渴斃三足烏 공치갈폐삼족오
삼족오도 목말라 죽을까 봐 두려운데
彼挑撻兮何所圖 피도달혜하소도
뛰어다니는 저들은 무엇을 하려는지
揮汗日日馳長塗 휘한일일치장도
땀 흘리며 날마다 먼 길을 내달리네
我時塊然坐袒軀 아시괴연좌단구
나는 웃통을 벗고 흙덩이처럼 앉아서
畏觸熱焰慚非夫 외촉열염참비부
부끄럽게 더위 겁내니 사내도 아니네
君不見 군불견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蓬萊殿閣跨金鰲 봉래전각과금오
봉래산 전각이 금오를 타고 앉았는데
中有迎風寒露壺 중유영풍한로호
그 속에 영풍 한로의 옥병이 있지만
羽衣綽約眞藐姑 우의작약진막고
맵시 고운 우의는 진정 막고 같은데
絳節聯翩朝夕趨 강절연편조석추
붉은 깃발 나부끼며 조석으로 달리네
我欲與子同乘桴 아욕여자동승부
나 그대와 더불어 함께 뗏목을 타고
浮海往從群仙徒 부해왕종군선도
바다로 떠가서 신선 무리들을 만나고
炎塵不到淸景俱 염진부도청경구
더운 먼지 없는 맑은 풍경 함께하며
坐養文彩鸞鳳雛 좌양문채난봉추
앉아서 아름다운 난봉을 기르고 싶네
不願周王八駿驅 불원주왕팔준구
팔준마 몰고 가는 주왕도 원치 않고
不願方朔靈桃偸 불원방삭령도투
복숭아 훔쳐먹은 동방삭도 원치 않고
有時乘雲凌上都 유시승운능상도
언젠가는 구름 타고 상도에 올라가서
帝閽拜受行雨符 제혼배수행우부
천제에게 절하고 비 부적을 받는다면
滂沱一洗越與胡 방타일세월여호
퍼부어서 이곳저곳 깨끗이 씻어내어
滌盡煩酷令民蘇 척진번혹령민소
괴로움 모두 씻어 백성들 소생하려네
子不我聽反謂迂 자불아청반위우
그대 내 말 듣지 않고 반대로 말하니
喟然三嘆空嗚呼 위연삼탄공오호
속절없는 탄식 소리만 거듭나는구나
※蓬萊殿閣跨金鰲(봉래전각과금오) : 금오(金鰲)는 금빛으로 생긴 큰 자라로 신선(神仙)이 사는 해중(海中)에서 신선이 거처하는 봉래전(蓬萊殿)을 머리로 이고 있다고 한다.
※迎風寒露壺(영풍한로호) : 영풍 한로(迎風寒露)는 한(漢) 나라 때의 피서(避暑)를 위한 전각(殿閣)인 영풍관(迎風觀)과 한로대(寒露臺)를 말한다. 두보(杜甫)의 시에도 ‘영풍 한로의 옥병을 두었네. [置之迎風寒露之玉壺]’고 한 구절이 있다.
※羽衣綽約眞藐姑(우의작약진막고) : 우의(羽衣)는 새의 깃털로 만든 옷으로, 신선의 옷을 상징하고, 막고(藐姑)는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나오는 신선이 산다는 산 막고야(藐姑射)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단순히 신선을 지칭하는 말이다.
※八駿馬(팔준마) : 팔준마는 춘추 시대 주 목왕(周穆王)이 타던 여덟 필의 준마를 말한다. 주 목왕이 이 팔준마를 타고 곤륜산(崑崙山)에 올라 선녀(仙女)인 서왕모(西王母)를 만나고는 돌아갈 것을 잊었다는 고사가 있다.
※上都(상도) : 천제(天帝)가 사는 하늘나라의 서울.
※帝閽(제혼) : 천제(天帝)의 궁문(宮門)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천제(天帝)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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