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初夏野興 (초하야흥) 外 - 李彦迪 (이언적)

-수헌- 2024. 6. 13. 17:29

初夏野興   초하야흥     李彦迪   이언적  

초여름 들판의 흥취

 

野水潺湲流不盡 야수잔원류불진

들판에는 시냇물이 끊임없이 흘러가고

幽禽款曲向人啼 유금관곡향인제

아득히 새들이 사람 향해 정답게 우네

閑吟閑步仍閑坐 한음한보잉한좌

한가로이 읊조리며 걷다 그냥 앉으니

十里江郊日欲西 십리강교일욕서

강가 십 리 들에 해가 지려 하는구나

 

※款曲(관곡) : 매우 정답고 친절하다.

 

夏日卽事   하일즉사     李彦迪   이언적  

여름날에 즉흥적으로 읊다

 

羲皇身世北窓涼 희황신세북창량

희황 시대 사람처럼 시원한 북창 아래

簾捲虛堂夏日長 렴권허당하일장

주렴을 걷은 빈방에 여름날이 길구나

綠樹陰中鸎喚友 록수음중앵환우

나무 그늘 속의 꾀꼬리는 벗을 부르고

紫荊花下蝶尋芳 자형화하접심방

자형화 아래에는 나비가 꽃을 찾는구나

 

※羲皇(희황) : 희황상인(羲皇上人)의 준말로 복희씨(伏羲氏) 이전 즉 태고(太古) 때의 사람을 말하며, 전하여 번잡한 세속을 버리고 편히 숨어 사는 사람을 말한다. 진(晉)의 도잠(陶潛)은 항상 말하기를 “오뉴월에 북창 아래 누워서 시원한 바람이 잠깐 불어오면 스스로 ‘희황상인’이라 이른다. [五六月中 北窓下臥 遇涼風暫至 自謂是羲皇上人]”고 하였다.

 

※紫荊花(자형화) : 박태기나무의 꽃. 화목한 형제애를 비유한다. 경조(京兆) 사람 전진(田眞)의 형제 세 사람이 분가하기로 하고 재산을 똑같이 나누었다. 뜰에 심어진 박태기나무(紫荊) 한 그루도 세 조각으로 나누기로 하자 나무가 마치 불에 탄 듯이 순식간에 말라죽은 것 같았다. 놀란 전진이 나무를 자르지 않기로 하자 나무가 다시 활기를 되찾고 무성해졌다. 이에 형제가 감동하여 재산을 다시 합치고 효자 집안이 되었다. 전진은 얼마 뒤에 벼슬길에 나갔는데, 나중에 태중대부(太中大夫)에까지 올랐다.

 

*이언적(李彦迪,1491~1553) :조선의 성리학자이자 정치가이다. 자(字)는 복고(復古), 호(號)는 회재(晦齋), 자계옹(紫溪翁)이며 시호(諡號)는 문원(文元)이다. 의정부 좌찬성 등을 지냈다.

 

자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