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端午戱題 (단오희제) 外 - 徐居正 서거정

-수헌- 2024. 6. 8. 16:02

端午戱題 寄崔吏部 二首 단오희제 기최이부 이수 徐居正 서거정  

단오에 장난삼아 지어 최 이부에게 부치다. 2수

 

菖蒲細切泛醪盆 창포세절범료분

창포를 잘게 썰어 막걸리 동이에 띄우고

酬酢無人共細君 수초무인공세군

잔을 돌릴 사람이 없어 아내와 함께하네

艾叟有何奔競事 애수유하분경사

애수는 무슨 벼슬 청탁할 일이 있기에

今朝隨客立權門 금조수객립권문

오늘 아침 손을 따라 권문에 서 있는가

 

家家端午酒杯馨 가가단오주배형

단옷날 창포 술잔은 집집마다 향기롭지만

一酌何人弔楚靈 일작하인조초령

어느 누가 한 잔 따라 초령을 위로해 줄까

屈指獨醒無用處 굴지독성무용처

굴원이 홀로 깨어 있어도 쓸모가 없다하니

與君痛飮不須醒 여군통음불수성

그대와 함께 실컷 마시고 굳이 깰 것 없네

 

※艾叟有何奔競事(애수유하분경사) : 애수(艾叟)는 옛 풍속에 단오절(端午節)에 사기(邪氣)를 물리치기 위해 쑥을 뜯어서 사람의 형상으로 만든 것으로, 집집마다 이것을 문호(門戶) 위에 걸었다. 분경(奔競)은 벼슬을 얻으려고 권세 있는 사람 집에 청탁하러 다니는 것을 말한다.

 

※一酌何人弔楚靈(일작하인조초령) : 초령(楚靈)은 전국 시대 초(楚) 나라의 충신(忠臣) 굴원(屈原)의 영혼을 말한다. 굴원이 소인들의 참소에 의해 조정에서 쫓겨나 음력 5월 5일 멱라수(汨羅水)에 투신 자결하였다.

 

※屈指獨醒無用處(굴지독성무용처) :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辭)에 ‘온 세상이 모두 흐려도 나 홀로 맑고, 모든 사람이 다 취해도 나 홀로 깨었으니. 이 때문에 쫓겨나게 되었다.〔擧世皆濁我獨淸 衆人皆醉我獨醒 是以見放〕’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次韻子固端午見寄 二首 차운자고단오견기 이수 徐居正 서거정 

자고가 단오에 부친 시에 차운하다. 2수

 

蒲酒朝來小醉眠 포주조래소취면

아침부터 창포주 마시고 조금 취하여 자는데

隔林兒女鬧秋千 격림아녀료추천

건너 숲에서 아녀들 그네 뛰는 소리 시끄럽네

乍揮團扇淸風動 사휘단선청풍동

둥근 부채 잠깐 저으니 맑은 바람이 일어나고

試著輕衫細雪聯 시저경삼세설련

가벼운 적삼 입으니 싸락눈에 닿은 듯하구나

荷葉滿池新綠淨 하엽만지신록정

연못에 가득한 연잎에는 푸른빛이 깨끗하고

榴花浥雨睌紅鮮 류화읍우만홍선

비에 젖은 석류꽃 붉은 송이가 선명히 보이네

今年又負酬佳節 금년우부수가절

금년에도 또 아름다운 명절을 즐기지 못하고

聊復圍碁學地仙 료부위기학지선

다시 바둑이나 즐겨 배워 지상선이나 되려네

 

年來病與老相尋 년래병여로상심

지난 몇 년간 병과 더불어 노상이 찾아오니

㪍鬱情懷易滿襟 발울정회역만금

정회가 울적하게 바뀌어 가슴속 가득 해지네

自有蘭湯新沐髮 자유란탕신목발

몸소 난탕을 끓여서 새로이 머리를 감으니

可無菖歜古傳心 가무창촉고전심

창포김치 없어도 옛사람 마음 전할 수 있네

浮生幾度天中節 부생기도천중절

덧없는 인생 천중절을 몇 번이나 지내려나

往事空悲澤畔吟 왕사공비택반음

지난 일이 공연히 슬퍼 못가에서 읊고 있네

出處人生如適意 출처인생여적의

나아간 곳에서 뜻에 맞추어 살 수만 있다면

不論朝市與山林 불론조시여산림

굳이 조정과 시정 산림을 논할 일이 아니네

 

※地上仙(지상선) : 땅 위에 사는 신선이란 뜻으로, 매우 한가로이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老相(노상) : 겉늙다, 겉늙은 얼굴, (나이에 비해) 늙직하다, 늙수그레하다.

 

※蘭湯(난탕) : 난탕(蘭湯)은 향기로운 난초를 넣어서 끓인 물을 말하는데, 전한(前漢) 시대의 예서(禮書)인 대대례기(大戴禮記)에 ‘단오일에 난탕으로 목욕을 한다.〔午日以蘭湯沐浴〕’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菖歜(창잠) : 창잠(菖歜)은 창포로 담은 김치로 옛날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기 위해 창포주를 마시고 창포김치를 먹었다 한다. 또 주 문왕(周文王)이 창포김치를 매우 좋아하여, 문왕을 매우 사모한 공자(孔子) 또한 창포김치를 즐겼다는 말이 있다.

 

※往事空悲澤畔吟(왕사공비택반음) : 전국 시대 초(楚) 나라의 굴원(屈原)이 소인들의 참소에 의해 조정에서 쫓겨나 늪가를 거닐며 읊조리다가 음력 5월 5일 멱라수(汨羅水)에 투신 자결한 고사를 말한다,

 

※朝市與山林(조시여산림) : 조(朝)는 조정을 말하고 시(市)는 시정(市井)을 말한다. 산림(山林)은 은자(隱者)가 사는 곳, 또는 은둔하여 지내면서 현실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선비들의 무리를 뜻한다.

 

노랑 꽃창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