蓬萊 楊士彦 詩와 글씨

次鄭湖陰韻 (차정호음운) - 楊士彦 (양사언)

-수헌- 2024. 5. 22. 11:01

次鄭湖陰韻   차정호음운  

정호음의 운을 차운하다

靑白橋雲閣晩湖 청백교운각만호

저무는 호수 청백교의 높은 누각에

當時紅粉記吾無 당시홍분기오무

그때는 어여쁜 미녀가 나에게 없었네

華筵袖却瓊瑤去 화연수각경요거

화려한 연회 경요가 소매 떨치고 가니

震䳱從來也不孤 진목종래야불고

외롭지 말라고 놀란 오리가 쫓아오네

 

元韻 湖陰   원운 호음

정호음의 원운

靑林粉堞枕平湖 청림분첩침평호

푸른 숲 흰 성가퀴 잔잔한 호수를 베고

勝事連倫古亦無 승사련륜고역무

연이어지는 좋은 경치 예전에는 없었네

當日分留多物色 당일분류다물색

그때 좋은 경치를 많이 읊었었는데

夢中春草興難孤 몽중춘초흥난고

꿈속에 봄풀이 피어나서 외롭지 않구나

 

※鄭湖陰(정호음) : 조선전기 대제학, 판중추부사, 공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 정사룡(鄭士龍, 1491~1570). 자는 운경(雲卿), 호는 호음(湖陰).

 

※紅粉(홍분) : 연지와 분이라는 뜻이나, 곱게 화장한 미인이나 기녀를 뜻한다.

 

※瓊瑤(경요) : 아름다운 옥이란 뜻이나, 여기서는 옥처럼 아름다운 자태의 미인을 뜻한다.

 

※分留多物色(분류다물색) : 시인묵객들이 그 경치를 많이 읊었기에 뒤에 찾는 사람들은 새로운 내용을 읊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이다. 두보(杜甫)의 시에 ‘송공이 쫓겨난 뒤 이 벽에 시를 지었는데 아직도 남은 경치 노부를 기다리네. [宋公放逐曾題璧 物色分留待老夫]’라는 구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