陶淵明과 和陶詩

和陶詩 飮酒 十九,二十 (화도시 음주 19,20) - 申欽 (신흠)

-수헌- 2024. 3. 21. 14:15

飮酒 十九   음주 십구     申欽   신흠  

古人貴藏器 고인귀장기

옛 분들은 기구를 고이 간직하여서

四十始强仕 사십시강사

나이 사십 되어야 비로소 벼슬했네

榮祿豈肥家 영록기비가

영예와 봉록으로 집을 살찌우지 않고

學道唯爲己 학도유위기

자신을 위하여 오로지 도를 배웠네

夙昔墮塵網 숙석타진망

옛날에 풍진 속에 빠져 들었던 것은

永念良足耻 영념량족치

생각하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네

萬死荷君恩 만사하군은

만 번 죽을 사람이 임의 은혜를 입어

全生歸故理 전생귀고리

목숨을 보전하고 고향에 돌아왔으니

息念補前非 식념보전비

모두 잊고 지난날의 잘못을 시정하며

覃經理餘紀 담경리여기

경전에 몰두하며 여생 보내려 했는데

及此關外謫 급차관외적

다시 이 관산 밖으로 유배되었으니

得坎且復止 득감차부지

험한 곳에 있으며 다시 그만둬야겠네

中流誰作柱 중류수작주

물결 속에서 누가 기둥이 되어주려나

餘子眞難恃 여자진난시

남아있는 사람 참으로 믿기 어렵구나

 

※强仕(강사) : 나이 마흔에 처음으로 벼슬을 하게 된다는 뜻으로, 마흔 살을 이르는 말.

 

 

飮酒 二十   음주 이십     申欽   신흠  

惟天不容僞 유천불용위

하늘만은 거짓을 용납하지 않지만

薄俗難見眞 박속난견진

천박한 시속에 진실 보기 어렵네

階級日以下 계급일이하

풍속의 급이 날로 떨어져만 가니

誰能復其淳 수능부기순

순후한 풍속을 누가 다시 찾을까

詩禮還發塚 시례환발총

시예에 맞춰서 무덤을 파헤치고

揚雄獻美新 양웅헌미신

양웅은 미신의 글을 지어 올렸지

嗟彼桃源子 차피도원자

아 무릉도원에 사는 그 사람들은

卒世能避秦 졸세능피진

끝까지 진의 난을 피할 수 있었지

鄕原誠可耻 향원성가치

향원은 진정 부끄러워해야 하는데

脅肩同光塵 협견동광진

아첨하면서 함께 모시고 있구나

伊我藝六籍 이아예륙적

나야말로 예와 육적을 공부하며

望道力徒勤 망도력도근

도를 따라 보려고 노력하였는데

生也後尼父 생야후니부

공자님보다 훨씬 뒤에 태어났으니

敎鐸安得親 교탁안득친

가르침을 어찌 친히 받을 수 있나

斷航淹絶潢 단항엄절황

나루터가 막히고 뱃길까지 끊겨서

滉漾迷去津 황양미거진

깊은 물길에 나루터를 헤매는구나

空鋤邵平瓜 공서소평과

부질없이 소평처럼 외밭을 매면서

且戴陶翁巾 차대도옹건

그리고 도연명처럼 두건을 쓰고서

浩歌振金石 호가진금석

크게 노래하며 금석을 울리려는데

誰是知音人 수시지음인

이 가락을 알아주는 이는 누구일까

 

※詩禮還發塚(시례환발총) : 입으로는 시(詩)와 예(禮)를 말하면서 행실은 도적처럼 무덤이나 파헤친다는 뜻으로, 유가(儒家)의 가식과 형식주의를 풍자한 말이다. 시례발총(詩禮發塚)의 우화는 장자(莊子) 외물(外物)에 나오는데, 두 선비[儒者]가 무덤을 도굴하여 시신의 입에 물려진 구슬을 빼내면서, ‘예로부터 시경에 나오는 말로... 생전에 보시는 하지 않고 죽어서 어찌 구슬을 물었는가... 쇠뭉치로 선비의 턱을 쳐서 천천히 볼을 벌려 꺼내되 입속의 구슬이 상하면 안 된다. [詩固有之曰... 生前不布施 死何含珠爲... 儒以金椎控其頤 徐別其頰 無傷口中珠]’라고 했다는데서 인용했다.

 

※揚雄獻美新(양웅헌미신) : 미신(美新)은 극진미신(劇秦美新)에서 온 말로, 중국의 전한(前漢) 말기에 양웅(揚雄)이 한나라[前漢]를 찬탈하여 신(新) 나라를 세운 왕망(王莽)에게 아첨하며 지은 글을 말한다. 진(秦) 나라의 정치를 매우 비난하고 왕망(王莽)이 세운 신(新) 나라를 칭송한 내용이다. 이 구절도 양웅의 행실에 빗대어 유자[儒者]의 가식을 비난한다.

 

※桃源子(도원자) : 진(晉)의 도잠(陶潛)이 쓴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무릉(武陵)의 어부가 길을 잃어 도림(桃林) 속에 있는 마을에 들어갔는데, 그곳은 진(秦)의 난(乱)을 피한 자의 자손이 세상의 변천을 알지 못하고 평화로운 생을 즐기는 선경(仙境)이었다 한다. 환대를 받고 돌아와서 다시 찾아가려고 했지만, 찾지 못했다 한다.

 

※鄕原(향원) : 마을 사람들로부터 신망을 얻기 위하여 여론에 영합하는 사람. 공자(孔子)도 논어(論語)에서 ‘향원은 덕을 해치는 자다. [子曰 鄕原 德之賊也]’라고 했다.

 

※脅肩(협견) : 협견첨소(脅肩諂笑)에서 온 말로 어깨를 움츠리며 아첨하여 웃는 것을 말한다.

 

※光塵(광진) : 그의 광채를 받으며 함께 지내는 것. 곧 그를 모시게 되는 것.

 

※六籍(육적) : 중국의 여섯 가지 경서로, 역경(易經) 서경(書經) 시경(詩經) 춘추(春秋) 악기(樂記) 예기(禮記)를 말한다

 

※空鋤邵平瓜(공서소평과) : 벼슬을 버리고 포의(布衣)로 살겠다는 것. 진(秦)의 동릉후(東陵候) 소평(召平)은 진이 망하자 가난을 면키 위해 장안성 동쪽에서 외밭을 가꾸며 살았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