陶淵明과 和陶詩

和陶詩 勸農 (화도시 권농) - 申欽 (신흠)

-수헌- 2024. 4. 11. 14:13

勸農   권농     申欽   신흠    和韻  

 

少而竊位 소이절위

젊어서 맞지 않은 자리에 있다가

老而爲民 노이위민

늙어서 다시 백성으로 돌아가니

夢幻泡沫 몽환포말

환상이 변하여 물거품이 되니

誰僞誰眞 수위수진

누가 거짓이고 누가 진실인가

去何所歸 거하소귀

떠나간들 돌아갈 곳은 어디이며

來何所因 내하소인

돌아오면 어디에서 오는 건가

我有密印 아유밀인

나에게도 밀인이 있다는 것을

聞諸至人 문제지인

도를 통한 사람에게서 들었네

 

其二 기이

丹田有種 단전유종

단전에다 뿌리는 씨앗은

匪黍匪稷 비서비직

메기장도 찰기장도 아니네

玉池神水 옥지신수

옥지에서 나는 신령한 물을

可灌可殖 가관가식

넉넉히 대면 잘 자라는데

昧者何知 매자하지

우매한 자는 그것을 모르니

不耕不穡 불경불색

가꾸지도 수확도 않는구나

天光泰宇 천광태우

마음이 안정되면 천광을 내니

如日未食 여일미식

이지러지지 않은 해와도 같네

 

其三 기삼

我杖我藜 아장아려

내 청려장을 내가 짚고서

遵彼廣陸 준피광륙

저 넓은 언덕을 가노라니

旭日騰輝 욱일등휘

아침 해가 떠올라 빛나고

光風載穆 광풍재목

맑은 바람 온화하게 부네

嘉草爭抽 가초쟁추

아름다운 풀들 다투어 돋고

鳴禽隊逐 명금대축

새들도 무리 지어 우는구나

西鄰有伴 서린유반

서쪽 이웃이 함께 한다면

諸則無宿 제칙무숙

모든 것을 묵히지는 않겠지

 

其四 기사

虛則必盈 허칙필영

빈 것은 반드시 차게 마련이지만

盈不可久 영불가구

찬다고 해도 오래가지는 못하네

天地無私 천지무사

하늘과 땅은 사사로움이 없고

陰陽相耦 음양상우

음양은 서로 짝이 되는 것이네

唯士守道 유사수도

오직 선비만이 도를 지키기를

若農易畝 약농역무

농부가 전답을 가꾸듯이 하네

世已溺矣 세이닉의

세상이 이미 물에 빠져버렸는데

疇能援手 주능원수

누가 그것을 손으로 건질 수 있나

 

其五 기오

以言飾身 이언식신

말로써 자신을 가리려 하면

言有時匱 언유시궤

말은 때때로 바닥날 수 있네

以德澡身 이덕조신

덕으로 자신을 맑게 해야만

聖域可冀 성역가기

성역을 바라볼 수가 있네

行之不息 행지불식

쉬지 않고 가고 또 간다면

千里斯至 천리사지

천리라도 갈 수 있지만

其道伊何 기도이하

그 방법이 무엇이냐 하면

屋漏無愧 옥루무괴

옥루에서도 부끄럽지 않아야지

 

其六 기육

惟賢在野 유현재야

현인들은 초야에 묻혀 있고

肉食者鄙 육식자비

고관대작들은 식견이 없네

商音動天 상음동천

가을바람이 하늘에 몰아칠 때

穿肘弊履 천주폐리

해진 옷에 해진 짚신 신었던

其人雖古 기인수고

그 사람이 비록 옛사람이라도

尙有遺軌 상유유궤

그가 남긴 법도는 아직 있는데

奈何不敬 내하불경

어찌하여 공경하지 아니하는가

之德之美 지덕지미

그의 덕과 그의 아름다움을

 

※密印(밀인) : 부처 또는 보살이 갖가지 본원을 나타내기 위해 열 손가락으로 짓는 여러 가지 모양.

 

※天光泰宇(천광태우) : 장자(莊子) 경상초(庚桑楚)에 있는 ‘마음이 태연하고 안정된 사람은 하늘의 빛을 발한다. [宇泰定者 發乎天光(발호천광]’에서 인용하였다.

 

※屋漏無愧(옥루무괴) : 옥루(屋漏)는 채광을 위해 방 귀퉁이에 구멍을 뚫어놓은 곳에서 비가 새기 때문에 방 귀퉁이를 옥루(屋漏)라 한다. 시경(詩經) 대아(大雅) 억(抑) 편에 ‘네가 홀로 방에 있음을 살펴보니 오히려 비 새는 방 귀퉁이에서도 부끄럽지 않네. [相在爾室 尙不愧于屋漏]’하였다. 옥루(屋漏)에서도 부끄럽지 않다는 것은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 있어서도 행동을 신중히 한다는 의미이다.

 

※肉食者(육식자) : 고기를 못 먹는 평민과 달리 후한 녹봉을 받는 고위관리를 낮춰 부르는 말이다. 춘추좌씨전 장공(莊公) 10년에, 제(齊) 나라가 공격해 오니 장공이 응전하려 하자 조귀(曹劌)가 알현을 청하였다. 마을 사람이 묻기를 ‘고기를 먹는 자들이 잘 알아서 할 텐데, 또 무엇 때문에 끼어드는가. [肉食者謀之, 又何間焉]’라고 하자, 조귀가 대답하기를 ‘고기를 먹는 높은 분들은 식견이 낮아서 멀리 꾀하지 못한다. [肉食者鄙, 未能遠謀.]’라고 하였다.

 

※商音(상음) : 궁(宫) 상(商) 각(角) 치(徵) 우(羽) 5음(五音) 중에서 상음(商音)은 오행(五行)의 금(金)에 대응되고, 금(金)은 계절 중에서 가을에 해당한다.

 

 

勸農   권농     陶淵明    도연명     原韻 

 

悠悠上古 유유상고

아득히 먼 오랜 옛날에

厥初生民 궐초생민

사람이 처음 생겨났는데

傲然自足 오연자족

스스로 자족하며 꿋꿋하게

抱朴含眞 포박함진

순박하고 진실하게 살았네

智巧旣萌 지교기맹

이윽고 지혜와 기교가 싹트니

資待靡因 자대미인

도움을 기다릴 일이 없어졌네

誰其贍之 수기섬지

풍요로움은 누구의 덕분이었나

實賴哲人 실뢰철인

진실로 철인에게 의지하였네

 

哲人伊何 철인이하

철인은 또 그 누구였었나

時惟后稷 시유후직

당시를 생각하면 후직이었네

贍之伊何 섬지이하

풍부하게 한 것은 무엇이었나

實曰播殖 실왈파식

실로 씨 뿌려 가꾸는 일이네

舜旣躬耕 순기궁경

순임금도 몸소 농사를 지었고

禹亦稼穡 우역가색

우임금 역시 농사를 지었네

遠若周典 원약주전

멀리 주나라 법전 같은 데도

八政始食 팔정시식

팔정의 처음도 먹는 것이었네

 

熙熙令德 희희령덕

온화하고 훌륭한 덕망으로

猗猗原陸 의의원륙

아름답고 넓은 들판에는

卉木繁榮 훼목번영

풀과 나무들이 번성하고

和風淸穆 화풍청목

따스한 바람 맑고 따뜻하구나

紛紛士女 분분사녀

많은 남녀가 어지러이 섞여서

趨時競逐 추시경축

때를 맞추어 다투어 나가는데

桑婦宵興 상부소흥

뽕따는 아낙은 밤에 일어나고

農夫野宿 농부야숙

농부는 들판에서 사는구나

 

氣節易過 기절역과

농사철은 쉬이 지나가버리고

和澤難久 화택난구

고인 못물도 오래가기 어렵네

冀缺携儷 기결휴려

기결은 부부가 함께 농사짓고

沮溺結耦 저익결우

장저와 걸익은 함께 밭 갈았네

相彼賢達 상피현달

저 현명하고 깨우친 인물들도

猶勤壟畝 유근롱무

오히려 밭일에 힘을 들였는데

矧伊衆庶 신이중서

하물며 저 백성들 무리들이야

曳裾拱手 예거공수

옷자락 끌고 팔짱 끼고 지내랴

 

民生在勤 민생재근

사람의 삶은 근면함에 있으니

勤則不匱 근칙불궤

근면하면 곧 모자람이 없다네

宴安自逸 연안자일

심신이 한가해 절로 편안하니

歲暮奚冀 세모해기

해가 저물어도 무엇을 바랄까

擔石不儲 담석불저

약간의 곡식 모아두지 않으면

飢寒交至 기한교지

굶주림과 추위 번갈아 닥치네

顧余儔列 고여주열

돌아보면 나 같은 무리들이야

能不懷愧 능불회괴

부끄러움을 품지 않을 수 없네

 

孔耽道德 공탐도덕

공자는 도덕 탐구하는데 빠져

樊須是鄙 번수시비

번수를 비루하다고 여겼었고

董樂琴書 동락금서

동중서는 거문고와 책을 즐겨

田園不履 전원불리

논밭의 흙을 밟지도 않았네

若能超然 약능초연

만약에 초연할 수가 있어서

投迹高軌 투적고궤

높은 업적을 남기려 한다면

敢不斂衽 감불렴임

감히 옷깃 여미지 않을 수 없어

敬贊德美 경찬덕미

아름다운 덕을 삼가 찬양하리라

 

※資待靡因(자대미인) : 자대(資待)는 의지하고 기다린다는 의미이고, 미(靡)는 말다 없다는 뜻이니 사냥감이나 열매의 결실을 기다리는 수렵채취의 시대가 지나고 농경시대가 도래함을 의미한 듯.

 

※后稷(후직) : 중국 주나라의 시조로 여기는 전설상의 인물. 고대 중국 전설상의 농경신(農耕神)이자 오곡(五穀)의 신.

 

※稼穡(가색) : 곡식을 심고 거둔다는 의미로, 곡물을 재배하는 농업을 이르던 말.

 

※八政(팔정) : 서경(書經) 주서(周書) 홍범(洪範)에 ‘여덟 가지 정사란, 첫째는 먹는 것이고, 둘째는 재물이고, 셋째는 제사이고, 넷째는 토지와 주거이고, 다섯째는 교육이고, 여섯째는 치안이고, 일곱째는 외교이고, 여덟째는 국방이다. [八政 一曰食 二曰貨 三曰祀 四曰司空 五曰司徒 六曰司寇 七曰賓 八曰師]’라고 하였다.

 

※冀缺(기결) : 진(晉)나라 기읍(冀邑)에 사는 농부로 부부가 서로 공경하며 농사를 지었는데, 구계(臼季)의 천거로 하거대부(下車大夫)의 벼슬에 올랐다고 한다.

 

※沮溺結耦(저익결우) : 저익(沮溺)은 춘추말기 초(楚) 나라의 은사(隱士)인 장저(長沮)와 걸익(桀溺)을 말하는데, 논어(論語) 미자(微子) 편에 두 사람이 함께 밭을 갈고 있을 때 공자(孔子)가 자로(子路)를 시켜 나루터가 어딘지 물었다는 고사가 있다.

 

※宴安(연안) : 몸이 한가하고 마음이 편안함.

 

※擔石(담석) : 얼마 되지 않는 곡식. 중국 주나라 때, 담(擔)은 2석, 석(石)은 1석으로, 적은 수량의 곡식을 이른다.

 

※樊須(번수) : 공자의 제자이다. 공자에게 농사일을 배우고 싶다 하자. 공자가 ‘나는 오랫동안 농사지은 사람보다 못한 사람이다.’라고 했다.

 

※董樂琴書(동락금서) : 동(董)은 전한(前漢) 때의 유학자 동중서(董仲舒)를 말한다. 유교 철학과 음양 사상을 통합한 새로운 학문을 탄생시켰으며, 한무제(漢武帝)로 하여금 유교를 국교로 삼도록 설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