陶淵明과 和陶詩

和陶詩 飮酒 十七,十八 (화도시 음주 17,18) - 申欽 (신흠)

-수헌- 2024. 3. 19. 10:05

飮酒 十七   음주 십칠     申欽   신흠  

亭高眺曠野 정고조광야 

높은 정자에서 넓은 들판 바라보니

林茂來薰風 임무래훈풍

우거진 숲에서 더운 바람 불어오네

白葛稱暑服 백갈칭서복

여름옷이라 하는 거친 베옷을 입고

嘯傲庭除中 소오정제중

뜰 가운데를 거닐며 유유자적하네

山徑細縈紆 산경세영우

산속의 좁고 구불구불한 오솔길은

樵路僅能通 초로근능통

나무꾼의 길과 겨우 통하였는데

沈吟景已夕 침음경이석

읊조리기에 빠져 이미 밤이 되니

東厂月如弓 동엄월여궁

동쪽 언덕에 활 같은 달이 떴구나

 

※嘯傲(소오) : 자유롭게 소요하며 예속의 구애를 받지 않다.

 

 

飮酒 十八   음주 십팔     申欽   신흠  

鹿失株莫守 록실주막수 

사슴 놓치고 나면 등걸 지킬 일 없고

蹄忘兎已得 제망토이득

토끼 잡고 나면 올무도 필요 없겠지

白玉三見刖 백옥삼견월

백옥 때문에 발꿈치 세 번 잘리우고

黃金重內惑 황금중내혹

황금은 사람 마음을 매우 유혹하지

亡羊一而已 망양일이이

양을 잃은 건 어차피 마찬가지이니

挾筴均博塞 협협균박새

책을 읽으나 도박을 하나 한가지네

盜跖死牖下 도척사유하

도척도 방 안에서 제 명에 죽었고

田常享齊國 전상향제국

전상도 제 나라에서 부귀 누렸으니

世道盡如斯 세도진여사

세상일이란 모두 다 그런 것이니

欲語還自黙 욕어환자묵

말하고 싶어도 도로 입 다물어야지

 

※白玉三見刖(백옥삼견월) : 전국시대 초나라 사람 변화(卞和)가 좋은 옥돌[碧]을 주워 임금에게 바쳤으나 좋은 옥돌을 알아보지 못한 임금이 변화(卞和)의 발뒤꿈치를 잘라버렸다는 화씨지벽(和氏之碧)의 고사를 말한다.

 

※挾筴均博塞(협협균박새) : 협협(挾筴)은 협협독서(挾筴讀書)의 준말로 양을 치면서 채찍을 옆구리에 끼고 책을 읽는다는 뜻이고, 박새(博塞)는 장기놀이[博]와 쌍륙 놀이[塞]를 말한다. 따라서 박새(博塞)는 놀음을 말한다. 이 구절은 앞 구절 망양일이이(亡羊一而已)와 함께, 장(臧)과 곡(穀)이라는 사람이 양을 치다가 둘 다 양을 잃었는데, 장(臧)은 책을 읽기에 여념이 없었고, 곡(穀)은 도박을 하였다는 장자(莊子) 변무(騈拇)편의 고사를 말한다.

 

※田常享齊國(전상향제국) : 춘추(春秋) 시대 전상(田常)은 제(齊) 나라의 상국(相國)이었는데, 제나라의 대권을 손아귀에 틀어쥐고 휘둘렀다. 전상은 대부(大夫) 포식(鮑息)을 충동질하여 제도공(齊悼公)을 시해하게 하고, 공자 임(壬)으로 제간공(齊簡公)을 세웠다. 얼마 뒤 다시 제간공(齊簡公)을 시해하고 그 동생 여오(呂驁)를 제평공(齊平公)으로 즉위시키고 자기는 평생을 상국(相國)으로 부귀영화를 누렸다. 장자(莊子)는 이를 두고 ‘갈고리를 훔친 좀도둑은 사형당하고, 나라를 훔친 큰 도둑은 제후가 되었다. [竊鉤者誅 竊國者侯]’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