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除夜 (제야) - 尹愭 (윤기)

-수헌- 2024. 2. 5. 16:24

除夜   제야     尹愭   윤기  

섣달그믐 밤

 

賣他癡騃盡 매타치애진

어리석음을 남에게 모두 팔고

仍把屠蘇杯 잉파도소배

도소주 술잔을 손에 잡으니

舊歲宵中去 구세소중거

묵은해는 밤사이 가 버리고

新春子後來 신춘자후래

자정 지나 새봄이 오는구나

千門呼博燭 천문호박촉

모든 집이 불 밝히고 떠들다가

五漏打堆灰 오루타퇴회

오경에 끄니 잿더미가 쌓이네

將使甘羅笑 장사감라소

감라가 나를 보고 비웃을 테니

算年愧不才 산년괴불재

나이를 따지니 재주 없어 부끄럽네

 

又   또

守歲家家人不眠 수세가가인불면

수세하며 집집마다 뜬눈으로 지새우니

三彭上訴豈其然 삼팽상소기기연

삼팽이 어찌 하느님께 고할 수 있을까

童心自有迎新喜 동심자유영신희

아이들 마음은 본래 설맞이를 기뻐하니

笑賀明朝得一年 소하명조득일년

내일 아침 먹을 한 살 웃으며 축하하네

 

※賣他癡騃盡(매타치애진) : 옛날 중국 오(吳) 나라 풍속에, 제야가 되면 어린아이들이 거리를 누비면서 ‘바보 사려’ 하고 외치고 다녔다 한다. 범성대의 매치애사(賣癡獃詞)에 ‘그믐날 저녁 깊은 밤에 사람들이 잠 안 자고, 미련함 물리치며 새해를 맞이한다. 아이들은 떠들며 길거리 누비면서, ‘바보 사려’ 하며 살 사람 부르네. 이 두 물건이 누구에겐들 없으랴마는, 그중에도 나에게는 더욱 많다오. 이 골목 저 골목에서 팔려해도 못 팔자, 서로 만나 크게 웃고 서로 놀리네. 역옹은 주렴 아래 우두커니 앉아서, 바보를 사서 보태려고 값을 물었더니, 아이가 말하길 어른께서 사신다면 돈 받지 않고, 바보를 천 년 백 년 그냥 드린다 하네.〔除夕更闌人不睡 厭禳鈍滯迎新歲 小兒呼叫走長街 云有癡獃召人買 二物於人誰獨無 就中吳儂仍有餘 巷南巷北賣不得 相逢大笑相揶揄 櫟翁塊坐重簾下 獨要買添令問價 兒云翁買不須錢 奉賒癡獃千百年〕‘ 하였다. 이를 ‘바보를 판다[賣癡]’고 하였으며, 정월 대보름에 더위를 팔듯, 새해 첫날 나의 어리숙함을 남에게 넘김으로써 그로 인해 겪을 액운을 미리 떨어 버리려는 풍속이었던 듯하다.

 

※屠蘇酒(도소주) : 도소주는 설날에 마시는 약주(藥酒)를 말한다. 귀신의 기운을 끊어 죽이고 사람의 혼을 다시 깨워 살린다는 뜻에서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도소주를 화타(華佗)의 비방(秘方)이라고 하였다. 그믐밤을 자지 않고 새다가 새해 첫새벽이 되면 가족 모두 의관을 정제하고 모여서 차례로 도소주를 마시는데, 나이 어린 사람부터 마신다.

 

※五漏打堆灰(오루타퇴회) : 섣달그믐에는 마당을 깨끗이 쓸고 그 쓰레기를 이용하여 마당 한구석에 모닥불을 피움으로써 모든 잡귀를 불사르는 풍속이 있었는데, 밤이 끝나는 5경(更)이 되면 타다 남은 잿더미를 두드려 불을 끄고 정리하였다.

 

※甘羅(감라) : 진나라 시황제(始皇帝) 때, 12살의 나이에 상경(上卿)에 봉해진 인물. 그는 12살 때 시황제(始皇帝)의 사명(使命)을 받고 조나라 양왕[趙襄王]을 설득하여 다섯 성(城)을 떼어 받고, 또 양왕으로 하여금 연(燕) 나라를 쳐 30개의 성을 빼앗아 그중 11개를 진(秦) 나라에 바치게 한 공으로 상경(上卿)에 봉해졌다 한다.

 

※守歲(수세) : 섣달그믐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집 안 곳곳에 불을 밝혀 밤을 지키는 풍속. 이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는 속설이 있다.

 

※三彭(삼팽) :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사람의 몸속에 살고 있다는 세 마리의 신충(神蟲). 삼시충(三尸蟲), 삼시신(三尸神)이라고도 한다. 이들은 사람의 몸속에서 그 사람의 잘못을 기억했다가 경신일(庚申日)마다 사람이 잠든 틈에 몰래 하늘에 올라가서 상제(上帝)에게 그 사실을 보고하므로, 신선술을 배우는 자는 경신일(庚申日)에는 잠을 자지 않고 삼팽(三彭)이 나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섣달그믐의 수세(守歲)의 풍습은 여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선상에서본 해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