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除夕 (제석) - 李敏求 (이민구)

-수헌- 2024. 2. 7. 18:26

除夕 제석 李敏求 이민구  

섣달 그믐밤

 

流景逝不住 류경서불주

흐르는 세월은 머물지 않고 가서

一瀉如長河 일사여장하

긴 강처럼 빠르게 흘러가는구나

人生乘大化 인생승대화

인생은 천지의 조화에 올라타서

壯齒忽蹉跎 장치홀차타

장년이 돌연 덧없이 흘러갔구나

 

回頭惜往日 회두석왕일

돌아보니 가버린 날이 아까운데

來者知幾多 래자지기다

앞날이 얼마나 남았을지 깨닫네

形神已若此 형신이약차

몸과 마음이 이미 이와 같은데

轉老將奈何 전로장내하

점차 늙어 가니 장차 어이할까

 

靑歲負奇氣 청세부기기

젊은 시절 비범한 기상 사라지고

橫放誰能那 횡방수능나

분방함을 누가 어찌할 수 없으니

歡娛競光陰 환오경광음

시간을 다투어 흥겹게 즐기면서

賓友相經過 빈우상경과

손님과 벗들과 서로 왕래하였네

 

排愁出宇宙 배수출우주

세상 벗어나서 시름을 떨어내고

逸豫窮羲娥 일예궁희아

놀며 즐기느라 세월이 다 갔구나

俯仰見衰羸 부앙견쇠리

늙고 야윈 몸을 구부리고 바라보니

萬事一消磨 만사일소마

만사가 하나같이 사라져 버렸네

 

屈指座上客 굴지좌상객

자리 위의 손님들 손꼽아 헤어 보니

零落俱山阿 영락구산아

모두 죽어서 산비탈에 있는데

尙餘未朽骨 상여미후골

나는 아직 죽지 않고 살아남아

存沒獨悲嗟 존몰독비차

생사 갈림길에서 홀로 슬퍼하네

 

當年擊筑飮 당년격축음

그때에는 축을 치며 술 마셨는데

今日叩缶歌 금일고부가

오늘은 질장구 두드리며 노래하네

少年且爲樂 소년차위악

젊은이들아 장차 즐기고 살면서

勿受雙鬢皤 물수쌍빈파

양쪽 귀밑머리가 세게 하지 말게

 

※大化(대화) : 유년기, 청년기, 노년기, 사망 등 인생의 네 단계 커다란 변화를 의미한다.

 

※逸豫(일예) : 편안하게 놀며 즐김.

 

※羲娥(희아) : 전설에서 해를 몰고 간다는 희화(羲和)와 달에 산다고 하는 항아(姮娥)를 합칭한 말로, 전하여 세월을 뜻한다.

 

※座上客(좌상객) : 좌상객(座上客)은 자리에 있던 손님이라는 뜻이나, 여기서는 교유하던 사람들을 말한다. 후한(後漢)의 공융(孔融)이 ‘자리 위에는 손님이 항상 가득하고 술독에는 술이 비지 않았으면 한다. [坐上客常滿 尊中酒不空.]’라고 하였다고 한다.

 

*이민구(李敏求,1589~1670) : 조선시대 부제학, 대사성, 도승지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자시(子時), 호는 동주(東州) 또는 관해(觀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