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立春日 次東坡韻 (입춘일 차동파운) - 崔岦 (최립)

-수헌- 2024. 1. 27. 11:51

立春日 次東坡 (立春日 病中邀客) 韻 二首   입춘일 차동파 (입춘일 병중요객) 운 이수     崔岦   최립

입춘 날에 동파의 시(입춘 날 병중에 손님을 맞다)를 차운하다.  

 

臘盡新陽始布漫 납진신양시포만

섣달 다 가고 새 봄이 펼치기 시작하니

皇都樂事剩堪看 황도락사잉감간

황도에는 재미난 일 실컷 볼 수 있겠네

人人綵勝簪欹側 인인채승잠의측

사람마다 옆머리에 채승비녀 장식하고

戶戶香煙篆屈盤 호호향연전굴반

집집마다 향연이 구불구불 피어오르네

小歲觴須椒柏醞 소세상수초백온

모름지기 소세에 초백으로 빚은 술잔을

羣羞壓用鳳龍團 군수압용봉룡단

무리 지어 올리고 봉룡단으로 입가심하네

羈懷更覺逢辰惡 기회갱각봉신악

나그네 마음 명절 맞아 더욱 우울하여

薄具相將亦强歡 박구상장역강환

변변찮게 차리고 마지못해 서로 즐기네

 

本擬歸期在臘前 본의귀기재납전

원래는 납일 전에 돌아가리라 여겼는데

誰知蹭蹬向新年 수지층등향신년

처량하게 새해를 맞을 줄 누가 알았으리

菜盤却憶貧妻具 채반각억빈처구

아내가 마련한 나물 소반 문득 생각나고

花勝那看小女姸 화승나간소녀연

화승 꽂은 예쁜 딸 어쩌면 볼 수 있을까

市上猶堪沽美酒 시상유감고미주

저잣거리에는 맛 좋은 술 살 수 있지만

囊中可奈乏留錢 낭중가내핍류전

주머니 속에 남은 돈이 없으니 어찌할까

他鄕不用宜春帖 타향불용의춘첩

타향에서 입춘첩을 써도 소용이 없으니

默禱腥氛淨海天 묵도성분정해천

바다의 요기가 맑아지길 조용히 기도하네

 

※立春日 病中邀客(입춘일 병중요객) : 동파(東坡)의 시 ‘병석에 누워 안국을 초청하면서…[立春日病中邀安國仍請…]’를 말한다.

 

※綵勝(채승) : 채승(綵勝)은 입춘 날이 되면 오색 종이나 비단을 잘라 자그마한 깃발이나 제비, 나비, 금전(金錢) 등의 형상을 만들어 머리에 꽂는 장식인데, 입춘일에 삼성(三省)의 관원들에게 하사했다 한다.

 

※小歲(소세) : 작은설이라는 뜻으로, 동지를 일컫기도 하고 또는 납제(臘祭)[동지 이후 세 번째 술일(戌日)에 지내는 제사] 다음날을 소세(小歲)라 하기도 한다.

 

※椒柏(초백) : 산초[椒]와 잣[柏]. 정월 초하루에 산초[椒]와 잣[柏]으로 담근 초백주(椒柏酒)로 선조에게 제사를 지내고 가장(家長)에게 올려 축수(祝壽)하는 풍습이 있었다.

 

※鳳龍團(봉룡단) : 봉룡단차(鳳龍團茶). 송(宋) 나라 조정에서 최상품(最上品)으로 아꼈던 차의 이름이다.

 

※腥氛(성분) : 비린내 나는 재앙이라는 뜻이니 임진란의 재앙을 의미한 듯하다.

 

*최립(崔岦, 1539~1612) : 조선 중기의 문신 학자. 대 중국 외교문서 작성의 제1인자로 임진왜란 때는 여러 번 명(明) 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원조 교섭을 했다. 자는 입지(立之), 호는 간이(簡易) 동고(東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