蓬萊 楊士彦 詩와 글씨

蓬萊 楊士彦-견우 직녀의 노래

-수헌- 2020. 8. 20. 13:06

경자년(更子年) 들어 미증유의 코로나 사태와 물난리를 겪고 나니 어느새 음력 7월에 접어들었다. 7월은 마침 칠석(七夕) 이 끼어 있어 봉래(蓬萊) 양사언(楊士彦)의 시(詩) 우녀사(牛女詞; 견우직녀의 노래)를 소개한다. 이 시는 장단구로 된 시인데, 장단구(長短句)장구(長句)단구(短句)로 이루어진 시로써, 오언시(五言詩)칠언시(七言詩)가 구절마다 자수(字數)가 동일한 반면, 한 편의 시에서 자수가 많은 구절과 적은 구절을 섞어서 지은 시이다. 중국 고전 운문(韻文)의 한 양식(樣式)으로, 민간 가곡에서 발달하여 당나라 이후 송나라에서 크게 성행하였다. 일정한 평측(平仄)으로 장단구(長短句)를 만들고 각 구(句)에 적당한 문자를 채워 넣어 짓는 시로, 당나라 이백(李白)《억진아(憶秦娥)》, 《보살만(菩薩蠻》이 그 시초이다.

앞서 소개한 蓬萊公미인곡이나 백로를 노래함도 장단구로 된 시이다.

 

牛女詞 우녀사

견우와 직녀의 노래

烏鵲橋 牛女宵 오작교 우녀소

오작교에서 견우직녀 만나는 밤

去年今夕相逢時 거년금석상봉시

예나 오늘 저녁이나 만날 때마다

相逢嗚咽不成悲 상봉오열불성비

서로 만나 슬픔 못 이겨 오열하니

玉淚傾雨下人間 옥루경우하인간

옥 같은 눈물 비 되어 인간에 내려오네

人間天上說悲歡 인간천상설비환

인간과 천상의 슬픔 기쁨 얘기하며

悲來方悔懶耕織 비래방회라경직

게을리 일한 것을 뉘우치며 슬퍼하네

去作參商思日長 거작참상사일장

떠나면 참상*처럼 긴긴날 생각하고

離多會遲望歲忙 이다회지망세망

헤어지고 세월 기다려도 만남 더뎌 애가 타네

望望河間烏鵲翔 망망하간오작상

망망한 은하수에 날아오는 까막까치 

他時烏鵲亦有翼 타시오작역유익

그땐 까막까치 모두 날개 있어도

浩浩河流不可越 호호하류불가월

넓고 넓은 은하수 넘을 수 없었네

不願河流淺可涉 불원하류천가섭

은하수 건널 수 있게 얕아지기도 원치 않고

不願烏鵲重飛集 불원오작중비집

까막까치 모여 다시 날아오기도 원치 않고

但願羲和駐馭三萬六千日

단원희화주어삼만륙천일

다만 원한다면 희화*께서 삼만 육천일 머물러

敍別殷勤暫相立 서별은근잠상립

잠시 멈춰 서서 큰 근심 벗어나게 도와주소서

 

참상(参商); 서쪽의 ‘参’별과 동쪽의 ‘商’별의 두 별.  동쪽의  商별이 뜨면 서쪽의 參별이 지기 때문에 (두 별이 서로 동시에 나타나지 않으므로) 혈육·친구를 오래도록 만나지 못하는 것을 말함.

희화(羲和); 중국 신화에 나오는 태양의 여신. 천지가 처음 생겨났을 때 태양과 달을 주관하는 신. 따라서 해와 달, 즉 시간을 뜻한다.

덕흥리 벽화고분의 견우직녀도

(평안남도 대안시 덕흥리에 있는 고구려 벽화고분. 5세기 초 고구려에서 죽은 인물의 무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