蓬萊 楊士彦 詩와 글씨

蓬萊 楊士彦-미인곡

-수헌- 2020. 4. 10. 12:41

이번에는 蓬萊 楊士彦 公의 미인곡(美人曲)을 올린다.  이 시는 장단구 (長短句)의 형태로 된 시인데, 장단구란 장구와 단구로 된 시로써,  율시(律詩)절구(絶句)가 7자나 5자로 정형화 된 반면 한 편의 시에 자수가 많은 구절과 적은 구절을 섞어서 지은 시이다. 중국 고전 운문(韻文)의 한 양식(樣式)으로 민간 가곡에서 발달하여 당나라 이후 오대(五代)를 거쳐 송나라에서 크게 성행하였다. 일정한 평측(平仄)으로 장단구(長短句)를 만들고 각 구(句)에 적당한 문자를 채워 넣어 짓는 시로, 당나라 이백(李白)의 《억진아(憶秦娥)》, 《보살만(菩薩蠻》이 그 시초이다.

미인곡이라면 대표적으로 송강 정철의 사미인곡 思美人曲속미인곡 續美人曲을 알고 있으며, 이에 영향을 받은 김춘택(金春澤)별사미인곡 別思美人曲, 이진유(李眞儒)속사미인곡 續思美人曲등이 알려져 있다. 이들 작품은 모두 임금으로부터 버림받아 유배당한 신하가 임금을 사모하는 간절한 연군(戀君)의 정을 님을 생이별하고 연모하는 여인의 마음으로 나타내, 임금에 대한 충성을 임을 향한 여인의 정조와 그리움의 방식을 빌려 고백한 것들이다. 당시 작품속의 미인(美人)은 대부분 임금을 비유한 말로 쓰였으나, 蓬萊公美人曲은 문자 그대로 아름다운 미인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또 일부 자료에서는 蓬萊公美人曲 송강 정철의 사미인곡에 영향을 받았다 하나 이는 잘못된 것으로, 蓬萊公1584년에 돌아가신 반면 정철의 사미인곡은 1588년에 지어 졌으므로 오히려 사미인곡이 미인곡의 영향을 받았다 할 수 있다.

 

美人曲』 『미인곡

 

美人端坐光碧之高堂 미인단좌광벽지고당

미인이 광벽당 높은 곳에 단정히 앉으니

玉容絶世而獨立 옥용절세이독립

옥 같은 얼굴 홀로 뛰어나 견줄 사람 없고

美人手揮龍門之孤桐 미인수휘룡문지고동

미인이 용문산 오동의 거문고를 잡아

獨奏陽春白雪曲 독주양춘백설곡

홀로 양춘백설곡을 연주하네

調高千載少知音 조고천재소지음

고상한 곡조는 천 년 되어도 아는 사람 적고

秀色曠世難再得 수색광세난재득

빼어난 자색은 세상에서 다시 얻기 어려운데

爲我彈鳳凰 위아탄봉황

나를 위하여 봉황곡을 타니

百鳥吞聲廢啾唧 백조탄성폐추즐

뭇 새는 소리를 머금고 울지도 못하네

再鼓龍虎吟 재고룡호음

다시 용과 범의 소리를 타니

震風卷海雲涌碧 진풍권해운용벽

성난 바람 바다를 말아올려 구름위에 솟는 듯

設調乍變樹冬華 설조사변수동화

은은한 곡조 잠시 변하더니 겨울에 꽃 피듯

羽商亂獲天夏雪 우상란획천하설

우상의 곡조 어지럽혀 여름에 눈 날리듯

陶然忽回天地春 도연홀회천지춘

취하니 홀연히 천지에 봄이 돌아오는 듯

戛戛韶鈞諧六律 알알소균해륙률

맑은 음악 소리 육률에 조화되니

賤氓解慍鄙夫清 천맹해온비부청

천한백성 화를 풀고 비천한 인간 맑아지네

象尼有聞應不肉 상니유문응불육

공자님이 들으시면 고기 맛도 잊으리라

胡然爲帝胡爲神 호연위제호위신

어찌해서 상제를 위하고 신을 위하게 되었나

使我一見腸斷絶 사아일견장단절

내가 한번 보게 되면 창자가 끊어지고

腸斷絶斷復續 장단절단부속

창자가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지는 듯 하리

百年三萬六千日 백년삼만륙천일

백년 삼만 육천 일에

日日相隨無遠別 일일상수무원별

날마다 서로 따르며 멀리 이별하지 않았네

古人亦有言得意則可樂 고인역유언득의칙가악

옛사람이 뜻이 맞으면 즐겁다 하였으니

雲屏錦帳夜同寢 운병금장야동침

구름 병풍 비단 휘장 치고 밤에 함께 자며

瓊糜琅玕朝共食 경미랑간조공식

쌀밥 좋은 반찬  아침에 함께 먹고

紉蘭扈杜襲芳馨 인란호두습방형

난초와 두약을 함께 찬듯 향기가 스며드네

坐令青天駐白日 좌령청천주백일

앉아서 푸른 하늘에 명하여 해를 머물게 하니

美人兮美人兮 미인혜미인혜

미인이여, 미인이여

莫學春風桃與李 막학춘풍도여리

봄바람의 복사꽃 자두 꽃 배우지 말고

願作歲寒之松栢 원작세한지송백

원컨대, 추운 겨울의 소나무 잣나무 되기를

 

용문산 오동: 용문산이 어디의 용문산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용문산에서 나는 오동나무는 거문고를 만드는 데 좋은 재목이라고 전한다.

양춘백설곡(陽春白雪曲) :양춘곡(陽春曲)과 백설곡(白雪曲). 중국 초()나라 때의 2대 명곡으로, 내용이 너무도 고상하여 창화(唱和:가락을 잘 맞추어 부름)하기 어려운 곡으로 알려짐. 전하여 상대방의 시문을 높여 이르는 말이 되었다.

우상(偶商)의 곡조: 중국 고대 음악의 곡조는 궁상각치우(宮商角徵羽) 오음이다. 여기서는 오음의 곡조로 거문고를 탄다는 말이다

육률(六律): 중국의 음률은 십이율인데 양률(陽律) 여섯 개를 육률(六律), 음률(陰律) 여섯 개를 육려(六呂)라고 한다.

상니(象尼): 공자(孔子)를 이르는 말. 공자의 부모가 이구산(尼丘山)에 빌어 공자를 낳았기 때문에 이름을 구()라 하고, ()를 중니(仲尼)라고 했다. 이마가 이구산을 닮았다고 하여 상니(象尼)라고도 한다. 공자는 음악을 매우 좋아하여 순()의 음악을 듣고 3개월간 고기 맛도 잊었다고 한다.

쌀밥: 원문의 '경미(瓊糜)는 본래 좋은 쌀로 쑨 죽이란 뜻인데 여기서는 좋은 쌀로지은 쌀밥이란 뜻으로 쓰임.

좋은 반찬: 원문의 '낭간(琅玕)'은 본래는 진귀한 대나무의 이름이나, 전의되어 진귀한 물건을 비유하는 말로도 쓰이며 여기서는 진귀하고 좋은 찬을 이르는 말이다.

난초와 두약을 함께 찬듯: 난초와 두약은 모두 향초인데 난초와 두약을 함께찬듯 매우 향기롭다는 뜻.